쉬엄쉬엄
9월 되자마자 2주 동안 주말에 무리를 했더니 결국 터졌습니다.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가 오더라고요. ㅠ
일교차가 커지니까 감기 기운도 있고요.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고양이 알러지가 나서 게임할 때에 괴로웠습니다. ㅠ (카페의 귀여운 고양이들은 죄가 없는데...)
추석도 다가오고 있는데 살살 해야겠습니다. ^^;;
요새 (온라인) 도미니언이 참 잘 되어서 새벽까지 그거 하느라 잠을 별로 못 잤습니다. (찾았다, 원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네로 카페로 갔습니다.
조금 기다리니까 425 님이 오셨습니다.
전날 제 게임 위주로 게임을 하다 보니, 425 님은 가져오셨던 많은 게임을 놓고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425 님 게임을 주로 하기로 했습니다.
1. 코드네임즈 듀엣 Codenames Duet
얼마 전부터 425 님이 코드네임즈: 듀엣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425 님이나 쿠웨이트박 님, 저는 일찍 오는 편이어서 둘만 덜렁 남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2인용 게임이 필요했거든요.
듀엣은 기본판과 같습니다;;;
핵심적인 차이라면 두 플레이어 사이에 놓는 키 카드죠.
다른 버전과 달리, 듀엣에서는 양면이 합을 이룹니다.
각 면에 9개의 정답이 있지만 양면을 합치면 겹치는 것 3개 때문에 총 15개의 정답 위치가 나옵니다.
그러니 다른 버전으로는 듀엣을 못 합니다.
그렇습니다, 듀엣용 키 카드를 사면 추가 단어 카드를 주는 셈이었습니다. ㅠㅠ
우리는 크바틸 아저씨의 노예였던 것입니다.
듀엣에서는 무고한 행인 토큰이 작은 걸로 9개가 들어 있는데요.
이것들이 일종의 모래 시계 역할을 합니다.
다 쓰면 플레이어들이 패배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스파이마스터 턴일 때에 자신에게 보이는 면을 참조해서 문제를 냅니다.
그러면 반대쪽에 있는 동료가 맞추는 겁니다.
문제를 내는 쪽의 면이 정답이어서, 이때에는 문제를 맞추는 플레이어는 자신이 보고 있는 면을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행인을 찍으면 행인 토큰이 그 단어 카드 위에 올라가고, 또 다른 행인 카드가 플레이어 앞에 놓입니다.
네, 틀리면 시간이 빨리 가는 거죠. ㅠ
아무튼 425 님과 해 봤습니다.
결과는...
예전에 에반게리온에서 쌍둥이 사도 "이스라펠"이 왔을 때에 신지와 아스카가 몸동작을 맞추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서로 계속 안 맞아서 싸우기만 하다가 나중에 겨우 해냈죠.
그냥 그게 생각났습니다...
4게임 했는데 총 시간이 10분 정도 되었나... 처참했습니다. ㅠㅠ
다행히 이 게임에 지구의 명운이 걸린 것이 아니니 사람은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 걸로 만족합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skeil: 중
2. 도미니언 (2판) Dominion (Second Edition)
425 님이 뒤늦게 도미니언에 빠지셨습니다.
하필 이 위험한 게임에...
도미니언은 셔플하는 손목과 손가락에 관절염, 망한 셔플로 인한 우울증, 발리고 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게임인데...;;;
네로 카페에 도미니언이 어느 정도 있지만 슬리브 손맛을 중히 여기시는 425 님은 고급 슬리브를 낀 본인의 것을 선호하셔서 개정판을 직접 가져오셨죠.
아키타입 중에서, 저는 엔진을 좋아합니다.
도미니언 하면 당연히 액션 카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게임 세트를 놓고 게임을 하면 크고 아름다운 (?) 엔진을 만듭니다.
빅 머니도 가끔 하는데, 이상하게 1원씩 부족해서 자주 망하더라고요.
425 님은 금화의 중요성을 깨달으셨는지 빅 머니로 하시는 듯 했습니다.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상대가 덱을 빠르게 최적화시키고, 핸드나 덱을 망가뜨릴 카드가 있다면
빅 머니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첫 번째 게임 세트 같은 경우에, Militia 민병대가 변수죠.
상대가 민병대를 안 가면 빅 머니가 잘 먹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날 첫 번째 게임 세트를 놓고 4번 했는데요.
425 님이 제 엔진을 이길 파훼법을 찾으려 하셨으나 실패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민병대에게 털리더라도 초반에 Remodel 개조로 덱을 최적화하는 데에 시간을 기꺼이 씁니다.
Moat 해자로 인한 내성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역전이거든요.
덱이 최적화되면 시간을 끌수록 유리해집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적화하지 않은 덱은 셔플이 꼬일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예배당을 위한 세팅으로 한 번, 정원을 위한 걸로 두 번.
그리고 랜덤으로 돌려서 5번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날 한 것만 총 12번;;;
이날 인상적이었던 건, 정원을 놓고 할 때였습니다.
제가 개정판으로 다른 분에게 가르쳐 드린 적이 없어서 저도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에는 '이거 안 돌아가는 덱인데...'라고 생각했던 425 님의 덱이 꾸역꾸역 돌아가더라고요;;;
개정판은 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슬리브가 부족해서 슬리브를 바꿔끼면서 플레이했는데요.
다음 번엔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겠죠;;;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skeil: 상
3. 생 말로 Saint Malo
알레아에 있어, 잔인한 9번...
빅 박스인 5번가에 이어, 미디언 박스인 생 말로를 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그냥 이런 애가 있습니다;;;
알레아 게임 중 최초로 펜으로 그리는 게임입니다.
박스를 열면 휑~ 합니다. 찬바람이 불어오죠.
들어 있는 건 판때기 6개와 "독일제" 건식 마커펜, 주사위 5개. 이게 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할 건, 이 독일제 펜밖에 없어요! 메이드 인 젊은이! (펜을 사면 게임을 준다. 뭐, 그런;;;)
게임은 "야찌"입니다.
주사위 5개를 굴리는데요.
자신의 턴 동안에 다시 굴림 2번을 포함해서, 총 3번 굴립니다.
그런데 6면 중 하나인 해적 결과는 다시 굴릴 수 없습니다.
자신의 턴에 굴린 결과가 됐다 싶으면 멈추고 한 가지 아이콘을 골라서 행동을 하면 됩니다.
면에는 통나무, 상자, 십자가, 사람, 성벽, 해적 아이콘이 있습니다.
통나무를 선택하면 창고에 천하장사 소시지처럼 생긴 통나무를 그리면 됩니다.
그런데, 나무를 옮기려면 무거워서 무조건 2원을 내야 합니다.
돈을 낼 때에는 창고 위에 있는 빵 모양 돈에 'X'표를 하면 됩니다;;;
상자가 나오면 도시 안에 컨테이너 같은 상자를 그리고요.
십자가가 나오면 교회 1개, 사람이 나오면 두문자 1개, 그리고 성벽이 나오면 도시 둘레에 성벽을 예쁘게 그리면 되죠.
플레이어가 턴을 끝낼 때에 굴린 결과 중 해적이 있으면 해적 칸에 그만큼 'X'표를 칩니다.
그게 인원수에 맞게 미리 지정된 개수에 도달할 때마다 해적이 쳐들어옵니다.
해적은 자비가 없어서 모든 플레이어를 공격합니다.
그래서 미리 방비가 되어 있지 않은 플레이어는 대포 1개를 잃습니다.
방어는 쉽습니다.
성벽으로 한 면을 둘러막을 때마다 전투력 2를 올려주고, 군인 1명당 전투력 1을 얻습니다.
그 전투력이 해적 전투력 이상이면 그 플레이어는 막아냅니다. 해적들이 세고 자주 온다는 게 문제지만;;;
이 게임은 사람을 시험하려 드는 요소가 많습니다.
일단 주사위빨 게임이니 되지도 않을 결과를 기다리며 다시 굴림하게 만드는 게 있습니다.
'내가 굴리면 될 거야!' 같은 이상한 믿음 말이죠.
하지만 이 게임은 돈으로 뭐든지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2원만 내면 주사위 면을 내 마음대로 돌릴 수 있다고!! (해적 면을 돌리거나, 해적 면으로 돌리는 건 안 되요.)
그러니 일단 굴려본 후에 적당히 타협해서 돈을 쓰는 게 나을 때가 많습니다.
이 게임은 점수계산이 있습니다.
'그런 걸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점수가 잘 안 날 것 같은데, 점수를 내는 플레이어가 있기 마련이죠.
게임의 종료 시에 잃은 대포마다 -5점이나 되요!
그래서 대포를 살리는 게임인 줄 알고 도시 방어만 하다 보면 점수 나올 구멍이 다 막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해적들은 딱 6번만 쳐들어오고, 그 다음부터 오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누군가가 칸을 다 채워야 끝나서 생각보다 깁니다. 빨리 안 끝나요!
425 님과 저는 대포를 2개나 살렸지만 결국 대포를 다 잃은 물천사 님이 이기셨다능...;;;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중
물천사: 상
skeil: 중
4. 쿼드로폴리스 + 쿼드로폴리스: 최첨단 공장 Quadropolis + Quadropolis: High-Tech Factory
이 게임을 이제서야 해봤습니다.
작년에 이거 나올 때에 시끌벅적했던 것 같은데, 요샌 조용하네요. 아무도 안 하나;;;
예술적인 데이즈 오브 원더답게 아트워크는 좋았습니다.
좁은 땅에 여러 건물을 잘 가져와서 지으면서 점수 올리는 게임이었는데요.
뭔가 두 도시 사이에를 했을 때에 받은 인상과 비슷했습니다.
드래프트를 동시에 하느냐 순서대로 하냐 차이가 있긴 한데요.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각 건물 종류마다 득점 방법이 다르니까 알아서 촘촘하게 계산하라는 거잖아요.
1부터 4까지의 마커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선택지를 좁히는 건 재미있었습니다.
울름을 했을 때에 비슷했던 것 같고요.
아무튼 잔잔하게 할 만 한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데이즈 오브 원더가 노리는 고객층이 아니어서 그런가 모임에서 자주 할 게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좀 밍숭밍숭하고 약한 느낌?
아이들하고 할 게임 같은...
저는 그냥 7 원더스 할래요.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물천사: 상
skeil: 중
5. 비티컬처 에센셜 에디션 Viticulture Essential Edition
이름만 들어온 이 게임을 드디어 해봤습니다.
제목 때문에 어려운 게임 아닌가 싶었는데 쉬운 게임이더군요. 스톤 에이지급으로요;;;
초보자들을 데리고 일꾼 놓기 게임 알려줄 때에 선택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포도 품종 가져다가 밭에 심고 수확하고 가공해서 병에 담고 팔고...
이 일련의 순서를 일꾼 놓기로 어느 것을 선점해서 더 좋은 행동으로 할지 고민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일꾼 놓기 단계를 여름과 겨울로 나눈 게 재미있었습니다.
여름에 안 쓴 일꾼을 겨울에 쓰는 식으로요.
근데 문제는 카드빨...
2015년에 나온 게임 치곤, 너무 올드합니다.
아니, 덱에서 맨 위 한 장을 가져오라고요?! 그것도 뒤집어져 있는 카드를?
제가 1990년대에 나온 게임을 한 건 아니겠죠?
비티컬처 디자이너가 제 손에 돌도끼를 쥐어주면서 숲에 가서 곰 잡아오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철기시대라고!! 그리고 곰을 잡는 건 불법이야!!
게임도 초보자를 아는지, 카드빨이 얼마나 안 좋을 수 있는지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 주종은 백포도였는데, 납품해야 하는 건 적포도더라고요. 허허.
다른 분들은 라운드 마칠 때 2원 이상 받을 때에 저만 1원 받고 살았답니다. 이 놈의 포도, 난 안 키울란다!
점수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두 분은 납품 하나 차이라고 위로를 해 주셨지만 제 손에 남은 건 할 수 없는 주문서뿐...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한테 적포도를 줬어~"
"그런데 왜 그리 슬피우느냐?"
"그 주문은 납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ㅠㅠ"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물천사: 상
skeil: 중
6. 언페어 Unfair
그리고 마지막 게임으로 425 님이 가져오신 언페어를 했습니다.
약 3개월 전에 안 좋은 추억을 남겼던 그...
이번에도 해적 관련 어트랙션을 선택했습니다.
초반에 돈이 부족해서 대출로 좀 당겨 쓰고 해적 수퍼 어트랙션을 깔았는데 이상하게 돈이 안 모이는 겁니다.
같은 비용의 물천사 님의 우주 배경 수퍼 어트랙션은 능력이 사기급으로 좋았는데 말이죠.
거의 끝날 때 알게 되었는데 제가 능력 텍스트를 빠뜨리고 읽었습니다.
이벤트 단계에서 열려 있는 해적 테마 어트랙션마다 돈을 받는 건데, 그걸 제 것만 참조하는 줄 알았던 거죠.
중반부터 수입이 빵빵 터졌어야 했지만 제가 계속 빠뜨려서 가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 할 맛이 안 날 정도로 힘이 쭉 빠졌습니다만 다행이었습니다.
거의 끝날 때 알아서요.
고통의 시간이 짧았네요.
몸이 안 좋으니 텍스트도 제대로 못 읽나 봅니다. 주륵 ;o;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물천사: 상
skeil: 중
돌아오는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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