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임을 뽑는 상
(얼마 전에 게시판에서 게임 상에 뽑히기 위해 투표해 달라는 글을 보고 생각나서 씁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보드게임계에는 양대 상이 있습니다.
하나는 SDJ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이고 나머지는 DSP (Deutscher Spiele Preis, 독일 게임상)이죠.
두 상 모두 역사와 전통이 있으면서 공신력도 있습니다.
그 상에서 1위를 했거나 최종후보까지 올랐다면 '그 해에 나온 좋은 게임'임을 입증받은 셈이죠.
그러니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택에 있어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 줍니다.
오늘은 이 두 상에 대해 써 보려고 합니다.
SDJ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상)
게임 디자인 (설계)에서의 우수성을 칭송하고 독일 시장에서의 고품질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8년에 신설된 보드게임과 카드게임을 위한 상입니다. 이 상의 존재와 인기는 독일에서 출시된 게임들의 품질의 주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은 게임의 일반적인 판매는 500-3,000 카피에서 약 10,000만 카피까지 증가할 수 있고, 수상작은 보통 300,000 카피에서 500,000 카피까지 판매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무려 1979년부터 이어져 오는 대표적인 상입니다.
초대 수상작은 Hare and Tortoise 토끼와 거북이이고 그 다음해에는 Rummikub 루미큐브가 받았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심사위원단이 있어서 그들이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Puerto Rico 푸에르토 리코나 나타난 2002년 당시에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Villa Paletti 빌라 팔레티가 수상했는데요.
역대 수상작들을 보면 이해는 됩니다. (링크)
제가 봤을 때에 역대 수상작 중 가장 어려운 게임이 El Grande 엘 그란데나 Tikal 티칼, Torres 토레스였거든요.
대체적으로 난이도가 쉬운 가족 게임에 상을 줍니다.
2011년에 3개의 부문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7 Wonders가 전문가 (?) 게임 부문에서 상을 받으면서 SDJ를 받은 것도 아니고 안 받은 것도 아니게 됩니다. ㅋ
수상작 몇 개를 꼽자면,
The Settlers of Catan 카탄의 개척자 (1995년), El Grande 엘 그란데 (1996년), Tikal 티칼 (1999년), Carcassonne 카르카손 (2001년), Ticket to Ride 티켓 투 라이드 (2004년), Dominion 도미니언 (2009년), Dixit 딕싯 (2010년), Codenames 코드네임즈 (2016년) 등이 있습니다.
DSP (Deutscher Spiele Preis, 독일 게임상)
독일 잡지인 "Die Poppel-Revue 디 푀펠 리뷰"에 의해서 1990년에 시작된 보드게임상인데, 게임 상점, 잡지, 전문가, 게임 클럽에서부터 투표를 받아서 선정합니다. 수상작은 매년 10월 독일 에쎈의 Spiele 슈필 게임 박람회에서 발표됩니다. 또한 Essen Feather 에쎈 페더 (에쎈 깃털)은 같은 시상식에서 주어지는데, 잘 작성된 규칙서에 대한 상입니다. 가족용 게임에 수여되는 SDJ와 상반되게, DSP는 특별히 좋거나 혁신적인 게이머용 게임에 수여됩니다. -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199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입니다.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은 SDJ보다 더 주목하는 상이죠.
이 상도 일반 대중이 아닌 전문가 집단에서 뽑습니다.
SDJ 심사위원단보다 더 큰 규모로 알고 있는데요.
보드게임 업계 사람들, 기자 등이 포함됩니다.
원래는 독일에 있는 사람들로 국한되었다가 나중에 전세계로 확장했다는 걸 들었습니다.
수상작들은
Modern Art 모던 아트 (1993년), The Settlers of Catan 카탄의 개척자 (1995년), El Grande 엘 그란데 (1996년), Tigris & Euphrates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1998년), Tikal 티칼 (1999년), Carcassonne 카르카손 (2001년), Saint Petersburg 상트 페테르부르크 (2004년), Caylus 케일러스 (2006년), Agricola 아그리콜라 (2008년), Dominion 도미니언 (2009년), 7 Wonders 7 원더스 (2011년) 등
이 있습니다. (링크)
상은 창작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을 돕습니다.
수상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납득가능하다면 선순환을 가져옵니다.
SDJ나 DSP의 초기 수상작들은 지금에 와서 보면 '이런 것들이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지만 당시에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만큼 보드게임이 빠르게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자, 그럼 얼마 전에 있었던 일로 돌아가서요.
'우리나라는 이러한 상들이 있는가?'라는 슬픈 질문을 하도록 하죠.
좋은 상을 만들려면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전문가들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상들은 대중들에게 뽑으라고 하는데, 그런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죠.
해당 후보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비뽑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후대에 남기고 싶은 상이라면 최소한 댓글 알바를 동원해서 선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우리는 이런 상을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요?
1. 이노베이션 딜럭스 Innovation Deluxe
쿠웨이트박 님과 2인플로 했습니다.
이 게임을 구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요.
다른 게임들을 하느라 미루고, 한글화 자료가 완성되지 않아서 미루다 보니 이제서야 했습니다.
이노베이션인 미국 회사에서 나오는데요.
유럽의 다른 퍼블리셔에서 나온 판본도 있습니다.
규칙은 같으나 용어와 카드 효과가 조금 다르고, 외관에서 차이가 큽니다.
저는 아스마디 판으로 처음 접해서인지 이게 익숙합니다.
룰 설명을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의 최대 약점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입니다.
카드마다 텍스트가 좀 있고, 심지어 카드마다 효과가 모두 다릅니다;;;
게임 특성 상 문장이 길 수밖에 없고요.
이것만 극복하면 신세계가 열립니다.
왜 이 게임이 제목이 innovation 혁신인지 납득이 되죠.
카드만으로 한 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문명 게임의 맛을 냈다는 게 대단합니다.
트랙 하나 없이 카드 펼치기 하나만으로 영향력의 우열을 나타내는 것도 훌륭하고요.
첫 게임에서는 제가 [1시대] 바퀴를 굴리면서 카드를 다수 뽑았고
[2시대] 운하 건설로 점수 더미에 있는 카드와 손에 있는 카드를 바꾸면서 점수를 순식간에 35점을 올리면서 승기를 잡았습니다.
점수가 될 때마다 일반 업적을 달성해서 업적 6장으로 승리했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이 기꺼이 한 번 더 하시겠다고 하셔서 두 번째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쿠웨이트박 님이 초반에 드로우를 많이 하시고 [1시대] 석축을 통해 기념물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초반에 요구 도그마로 쿠웨이트박 님께 탈탈 털렸는데요.
쿠웨이트박 님이 업적을 빠르게 4개나 달성하셔서 크게 앞서가셨습니다.
저에게 [4시대] 해부학이 들어오자 반격에 나섰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의 점수 더미를 수술해 (?) 드렸거든요.
점수가 급격히 떨어진 쿠웨이트박 님은 남은 업적 2장을 달성할 수 없게 되셨고,
저는 [7시대] 진화로 점수를 빠르게 올리며 업적을 따라잡았습니다.
쿠웨이트박 님도 [6시대] 공작기계로 뒤늦게 점수를 회복하셨는데요.
제가 한 턴 차이로 6번째 업적을 달성해서 게임에서 승리했습니다. ^^
게임에 대한 인상
쿠웨이트박: 상
skeil: 상
2. 칼레도니아의 씨족들 Clans of Caledonia
에피아. 님도 오시고 물천사 님도 오셔서 4인 게임을 했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 때에 배운 칼레도니아의 씨족들을 하기로 했는데요.
에피아. 님만 모르셔서 물천사 님이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 게임은 최근에 나온 재미있는 게임들을 짜깁기한 느낌이 듭니다.
일단 기반은 테라 미스티카입니다. (테라~ 도니아~)
개인판을 보면 한자 토이토니카 같고. (한자~ 테라~ 도니아~)
시작 씨족을 주는 것을 보면 마르코 폴로 같고. (마르코~ 한자~ 테라~ 도니아~)
시장을 보면 글렌 모어... (글렌 오브 마르코 한자 테라도니아)
더 있는데 그만해, 이 자식아! 끄응... 여기까지만...
턴을 정했는데 제가 마지막이어서 캠벨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캠벨이었는데 승리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요. ㅎ
캠벨은 가공상품 건물 건설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지출을 줄인다고 할까요?
1라운드에 이상한 주문서만 남아서 저만 수출 주문을 완료하지 못 했습니다. ㅠ
다른 분들은 두 번째, 세 번째 주문서를 가지고 계셨는데 말이죠.
그 대신에 저는 가장 비싼 곡식밭부터 놓으면서 길게 봤습니다.
곡식밭도 열렸고, 곡식과 연계되는 (캠벨이라 싸게 짓는) 술통도 열면서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물천사 님이 꼬박꼬박 시장에서 술통을 구입하셔서 제가 술통을 팔면서 큰 이득을 봤습니다.
물천사 님이 수출로 먹고 사는 씨족이어서 앞으로도 구입을 더 많이 하시겠다 싶어서 저는 무역상 개수를 늘렸습니다.
한쪽에서는 에피아. 님과 쿠웨이트박 님이 서로 얽히셨고, 다른쪽에서는 물천사 님과 제가 얽혔습니다.
마지막엔 연결된 덩어리 개수로 보너스 점수를 먹기 때문에 끊기지 않게 잘 연결해야 했는데요.
뭐, 돈으로 바르면 되죠...;;;
제가 4라운드부터 돈이 폭발해서 밭도 추가로 놓고 건물도 추가로 놓았습니다.
심지어 주문서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했고요. ^^;;
후반에는 돈이 많아 할 게 많아서 패스를 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끝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주문서 개수, 연결된 덩어리 개수를 다 따라잡을 수 있었죠. 후훗
점수계산을 하니 용지의 위쪽 점수는 비슷한데 아래쪽이 커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ㅎ
캠벨로 2연승. (이겼으니 그만해야지..)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에피아.: 상
쿠웨이트박: 상
skeil: 상
3. 미스틱 스크롤즈 Mystic ScROLLS
그 다음으로 물천사 님이 가져오신 주사위 게임을 했습니다.
물천사 님이 펀딩해서 받은 거라고 하시자 모두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텀블벅이 아니었습니다. 휴 =3
테마는 도서관에 갇힌 마법사들 중 한 명만 탈출할 수 있는데요.
주변에 있는 주문을 익혀서 상대들 전부를 쓰러뜨리는 겁니다;;;
야찌처럼 리롤 하면서 필요한 조합을 만드는 건데요.
실시간이어서 턴이 없고 리롤도 무제한입니다. 개판이네...
마법사 색깔을 정해야 했는데요.
(응, 난 빨강.)
저는 화끈한 누님 캐릭터 불 마법사, 쿠웨이트박 님은 균형잡힌 캐릭터, 물천사 님은 힐러, 에피아. 님은 주사위빨 캐릭터로 정했습니다.
한 라운드는 중앙에 놓인 새 주문을 완성하거나 누군가가 "스톱"을 외칠 때까지 계속됩니다.
제 시작 주문의 패턴이 쉬워서 금방 외웠습니다.
주사위 5개를 굴리자마자 눈에 보이면 바로 잡고 완성했습니다.
주문에 주사위를 올리면 그만큼 추가로 주사위를 가져와서 다시 5개를 굴려 다른 주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라운드가 끝나면 자신의 오른쪽 플레이어만 때립니다;;; 오른쪽 메타
그 때문에 제 오른쪽에 계셨던 에피아. 님이 살살 녹았습니다. (빠르게 엘리)
그 다음으로 벌벌 떨고 계신 물천사 님도 녹여 드리고.
쿠웨이트박 님과 듀얼이었는데요.
쿠웨이트박 님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힐을 할 수 있는 쿠웨이트박 님께 아깝게 졌습니다.
"운빨X망 게임~~~~ ㅠㅠ"을 외치는 에피아. 님처럼 안 좋은 평가를 주려는 차에 물천사 님이 한 게임을 더 하자고 하셨네요.
더 안 해봐도 될 것 같아서 혼자 떨떠름해 하고 있었는데 물천사 님이 틀리게 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무 때나 "스톱"을 외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중앙에 놓인 주사위가 부족할 때에만 가능하다고요. (다른 게임이잖아;;;)
"스톱"을 자주 외칠 수 없게 되자 제 불법사는 더 화끈하게 때렸습니다. 끼~~얏호!!
에피아. 님이 또 빠르게 녹고...
물천사 님도 녹고...
쿠웨이트박 님도 녹았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운빨X망 게임!"을 외치며 녹았습니다.
눈길을 끌었던 카드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닥터 스트... 읍읍읍
레인 오브 다... 읍읍읍 허헙, 진짜 있었어!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에피아.: 중
쿠웨이트박: 중
skeil: 중
4. 라 이슬라 La Isla
지난 주에 못한 알레아 퀘스트를 했습니다.
미디엄 박스 10번은 라 이슬라인데요.
이거... 펠트 게임입니다.
멸종 동물을 밀렵하는 건지 보호하는 건지 모를 테마이고요.
프로그래밍 게임입니다.
게임에는 다섯 가지 멸종 동물이 나옵니다.
도도, 거대 포사, 황금 두꺼비, 사르데냐 우는 토끼, 밤나방
플레이어들은 라운드마다 카드 3장을 받아서 하나는 행동을 개선하는 데에 쓰고, 또 하나는 자원을 받는 걸로 쓰고, 나머지는 트랙을 올리는 데에 씁니다.
탐험대원을 놓으며 동물 토큰 주위를 막아서 '바둑'처럼 가둬서 포획하는 방식이고요.
탐험대원을 놓을 때에 해당하는 자원 큐브 2개를 내야 합니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포획한 동물 종류에 따라 점수를 먹고, 게임의 종료 시에는 포획한 동물과 트랙에서의 가치를 곱한 만큼 추가 점수를 얻죠.
그래서 어떤 동물을 잡을지 잘 선택해야 하는데요...
그딴 거 없어, 귀여운 게 짱이야!!
모두가 "햄쮜! 햄쮜!"를 외치며 귀여운 쥐를 잡으려 했습니다.
뭘까~~~~요?!
이 녀석이 이름은 '사르데냐 우는 토끼'.
사르데냐에 서식했던 동물로 기원전 7500~6900년대에 사람이 유입되면서 함께 들어온 개와 여우 때문에 멸종했다고 하네요.
커여워...
라 이슬라의 게임성은...
이것도 운빨X망 게임이야!!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에피아.: 상
쿠웨이트박: 중
skeil: 중
5. 한자 토이토니카 + 한자 토이토니카: 동부 확장 Hansa Teutonica + Hansa Teutonica: East Expansion
마지막으로 한토토를 했습니다.
이날은 역사적이었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이 쾨니히스부르크 테이블 전략을 안 하시고 동-서 네트워크를 성공시키고 승리!...
하시나 싶었는데 동-서 네트워크로 게임을 끝내지 못하셔서 나머지 3명이 (사실은 저 빼고 두 분이) 이를 저지.
결국 에피아. 님이 쾨니히스부르크에 제일 점수가 큰 왕알 덕분에 역전승하셨습니다.
저는 초반에 괜히 물천사 님하고 경쟁하느라 힘을 써서 숲을 보지 못 했습니다. ㅠ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에피아.: 상
쿠웨이트박: 상
skeil: 상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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