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무도회에 나간다고오오오?! 그럼 나를 먼저 꺾어 보시지!
물천사 님이 여행을 가신 주여서 모임 공지는 올려놓았지만 거의 폭파라고 생각하고 있던 토요일,
댓글 알람이 울렸습니다.
"음... 아닐 거야. 다른 내 뻘글에 댓글이 달린 거겠지..."
조심스럽게 댓글 확인을 누르는 순간,
"오오오오오오오옷!! (참가시각) 숫자가 보인다아아아!!"
모임이 폭파되지 않게 되어서 전투력이 대략 30000까지 솟아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에피아. 님이 오신다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도오오오미니언을 알려 달라고 하시고. 무슨 일일까요?
설마...? 에잉, 아닐 거야. (절레절레)
다른 게임은 다 필요없으니 도미니언만 10시간
(정신과 시간의 방 모드로 일대일 다이다이 수련)을 하자고 하시진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일요일 낮.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검은고양이 카페로 달려갔습니다.
한쪽에 에피아. 님이 앉아계셨는데요.
손에 드신 종이백에 두껍지 않은 어두운 상자가...?
1. 7 원더스 대결 7 Wonders Duel
일단 가볍게 7 원더스 대결을 먼저 골랐습니다.
둘 다 룰을 알고 있으니 설명할 것 없이 바로 시작했죠.
최근에도 이걸 했었는데, 처참하게 패배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경험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내 턴이 끝나면 바로 자원 카드가 따박따박 떠서 생산 건물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게임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걸요. ㅠ
이 날에도 저주가 걸렸는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상업 카드로 돈을 좀 벌어와도, 상대가 가지고 있는 생산 자원 때문에 뭘 하나 구입하려면 큰 돈을 내야 했습니다.
그러면 저에게 쓸 만 한 건물을 짓는 것보다 돈을 버느라 턴을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긱에서 보니까 혹자들은 이럴 때 상업 건물로 돈을 끌어오고 군사나 과학 건물로 이기라고 조언을 했는데,
상대가 초보자가 아닌 이상 그러라고 그냥 두지는 않으니까요.
에피아. 님이 과학에 의한 승리가 불가능하도록 과학 건물을 소소하게 끊고,
자원 힘을 앞세워 군사 건물도 값싸게 건설하면서
어느 새 군사 충돌 마커가 제 바로 앞까지 와 있었습니다.
버려진 카드를 퍼 오는 영묘 불가사의의 능력을 써서 버려진 과학 건물을 가져와서 건설하면 과학 기호 6종으로 이길 각이었는데,
제 턴이 오기 전에 에피아. 님이 군사 건물로 미셔서 3시대 초에 불계패 당했습니다. ㅠㅠ
한 게임을 더 했는데요.
이번에는 저한테 운이 좀 따라서 1시대에 에피아. 님보다 생산 건물을 더 많이 건설했습니다.
자원이 안정되니까 다른 건물 짓기도 편했고 돈도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3시대에 길드 카드도 2개나 짓고 게임을 끝까지 진행했습니다.
에피아. 님이 피라미드 때문에 불가사의 점수가 높으셨지만
제가 나머지 부문에서 점수를 골고루 얻어서 50 : 44로 6점차 승리를 거뒀습니다.
7 원더스 대결이 카드 운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게임임을 알고 있지만 최근 두 번의 패배는 너무나 혹독했습니다.
자원이 심하게 말려서 선택이 너무 제한될 뿐더라 제 수가 상대에게 뻔히 보여서 제 전략이 차단하기도 쉽고요.
처음에 매우 좋았던 7 원더스 대결의 인상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데요.
가르치기 쉽고 휴대성도 좋고, 전략성도 있지만 카드 운이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게임에 전략이 실제로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다고 착각했던 건지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지더라도 서로 치고받으면서 재미난 경기를 하고 싶지,
셔플 운으로 초반에 경기 결과가 정해져서 끌려다니기만 하면 나쁜 인상만 남을 것 같네요.
확장이 나올 예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2. 몰타의 관문 Die Portale von Molthar
두 번째로는 에피아. 님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몰타의 관문으로 결정했습니다.
왜 그러셨나 했더니 곧 있을 대학생 대회에 몰타의 관문에 종목으로 채택되었다고. (이런 사심 가득하신 분 같으니라고.)
최근에 여기에서 몇몇 분들에 의해 대차게 까인 (?) 게임이지만요.
뭐, 게임을 평가하는 요소들 중 "표현"도 물론 중요합니다.
어떤 컴포넌트가 들어 있고, 어떤 그림으로 나타냈는가도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카드 운을 줄일 요소가 있고, 액션 조합으로 자신의 턴에 택할 수 있는 조합이 늘어나면
전략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게임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몰타의 관문에는 몇몇 분들이 좋아하시는 묵직한 칩은 안 들어 있습니다.)
두 게임을 했는데, 첫 번째에는 서로 무난하게 진행했습니다.
다이아몬드도 몇 번 얻고 점수가 거의 비슷했거든요.
관문에 놓은 제 3점짜리 거인 아저씨가 에피아. 님 손에 버려지긴 했지만 ㅠㅠ
13점으로 승리했습니다.
중요한 게 두 번째 게임.
저의 손을 떠났던 카드 운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온다 와, 우주의 기운이!!)
두 번째 턴에 불사조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이 불사조 덕분에 "8" 카드를 해결할 수 있어서
영구적인 추가 액션을 주는 빨간망토 소환도 금방 성공시키고 맙니다.
그 뒤로 탄력이 붙어서 일곱 난장이들 중 2명을 소환하고,
거인 아재들도 둘이나 소환하면서 손 쉽게 이겼습니다.
사실 저는 몰타의 관문을 2인으로 하는 것보다 3, 4명으로 하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둘이서 하면 한 명이 치고 나갈 때에 견제하기가 어렵잖아요.
두 번째 경기에서 운이 좀 따라서 불사조를 엄청 빨리 소환했는데,
여러 명이서 했다면 이렇게 빨리 성공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대회 때에 아마 한 4명이서 플레이하지 않을까 예측을 해 봅니다.
그러면 서로 견제하기도 편해지고요.
진주 카드가 56장밖에 안 되니까 머리 좋으신 분들은 카드 카운팅을 하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연습 많이 하시고, 대회에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3. 도미니언 Dominion
세 번째 게임도 에피아. 님의 사심을 담아 골랐습니다.
도미니언도 대회 종목이라고 하네요. (도미니언: 인트리그와 같이요.)
그런데 대회 날이 2주도 남지 않은 게 문제...;;;
만약 기본판만 한다면 열흘 정도 빡세게 연습하시면 될 것 같은데,
인트리그까지 합치면 카드 50장짜리 풀로 경기를 하면... 아...
(50 x 49 x ... 42 x 41) ÷ 10! 만큼의 왕국 카드 조합이 나오지 않나요?
에피아. 님이 다급한 마음에 몇 가지 전략이 나오냐고 물어보셨는데요.
5가지 아키타입이 조금씩 조합된다고 알려 드렸습니다만 (대회 나가려는 분이 마이 리틀 도미니언도 안 보고 오시다니... ㅠㅠ)
룰을 알려달라고 하셔서 첫 번째 게임 세트부터 시작했습니다.
작업장으로 마을을 열심히 끌어가시고 대장장이 붙여서 엔진을 기~~~~일게 만드셨습니다.
저는 개조와 광산으로 살살 덱을 발전시키고 저도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덱은 에피아. 님이 더 잘 돌았지만 저는 대신에 돈이 많았습니다.
더미 몇 개가 떨어지자 더 끌면 지겠다 싶어서 세 더미를 바닥내고 끝내버렸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승점 카드 하나 구입해서 그걸로 이겼죠.
처음 하시는 거라 남은 액션을 카운팅하는 걸 어려워하시는 듯 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엔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신 것 같은데,
액션을 세고 카드 내는 순서를 고민하시느라 턴에 시간을 많이 쓰셨습니다.
한 게임을 더 했는데, 제가 또 역대급 경기를 만들었네요. 물론 나쁜 쪽으로요. ㅠ
보통 빅 머니를 하면 굉장히 빨리 끝납니다.
게다가 오프닝에 대장장이를 구입하고, 3턴에 손에 있는 재물만으로 6원을 만들어서 금화까지 구입했다면
누가 봐도 "아, 이건 이긴 경기네요."라고 생각할 테죠.
에피아. 님이 또 엔진을 만드는 데에 열중하시느라 민병대도 구입하지 않으셨으니 빅 머니 하기에 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왔던 카드 운이 다시 제게서 떠났습니다.
얼마큼 운이 안 좋았냐면요.
금화가 5개나 있는 덱으로 빅 머니를 하다가 졌습니다. 하아...
속주를 제가 먼저 구입했는데, 그 다음에 한 5턴 정도 말리더군요.
7원, 7원, 7원, 6원... 그리고 핸드에 개조가 잡혔는데 나머지는 동화...;;;
1바이 게임인데, 금화가 몰릴 때는 와르르... ㅠ
경기 결과는 결과고.
도미니언 대회 출전을 위해 준비하기기에 남은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짧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습하시면 경기 시간이 짧아서 하루에 수십 게임을 하실 수 있지만
만약 오프라인에서 연습하신다면 경기당 한 시간 가까이 써야 하는데 여러 면에서 연습하기에 시간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인트리그 (한글판 제목: 장막 뒤의 사람들)까지 연습하셔야 한다면 더욱이...
도미니언은 다음에 나가시고 잘 하실 수 있는 다른 종목에 집중하시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4. 보라 보라 + 보라 보라: 주황 신 타일 Bora Bora + Bora Bora: Orange God Tiles
제가 모임에서 계속 밀고 있는 보라 보라를 했습니다.
이 게임이 세팅의 압박이 있어서 잘 안 꺼내게 되는데, 막상 해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버건디의 성의 배 다른 형제 같은 느낌도 들고요.
여러 번 해보니까 첫 라운드에 사람을 데려오는 능력을 가진 사람 타일을 가져오는 게 꽤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계속 끌어모으면 나중에 B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의 선택 폭이 넓어져서 대처하기 편해지더라고요.
플레이어 보드의 오른편 12칸을 채우는 것도 보너스 중 하나니까 점수 얻는 데에도 좋죠.
이날은 시작 작업 타일이 쉬운 게 걸렸고 라운드 끝날 때에 집어온 작업도 어렵지 않아서 작업 9개 모두 완수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탐험 능력이 있는 여자가 두 명이어서 B 단계에서 확장도 여러 번 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타투 트랙에서 전진하거나 조개 주워오는 조력자 행동으로도 이득이 많았고요.
전체적으로 선순환되어서 여유롭게 운영했습니다.
2인 게임이어서 그런 것도 있을 거고요.
에피아. 님이 처음이어서 놓치시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을 겁니다.
에피아. 님도 재미있었다고 하셨는데 몇 번 더 하시면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
필러 게임 하나 하려고 했는데 고르기 쉽지 않아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명동 돈가스에서 저녁을 맛나게 먹고 돌아왔습니다.
5. 토레스 Torres
제 개인적으로 볼프강 크라머 옹의 게임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기회될 때마다 해보려고 하고 있고, 그의 게임들 중 여럿을 가지고 있죠.
지난 주에도 티칼을 가져와서 했고요.
넓은 맵에서 쪽수로 승부하는 티칼과 달리, 토레스는 좁은 맵에서 높이로 승부하는 게임입니다.
액션 포인트도 6밖에 안 되지만 해보면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액션 카드가 있기 때문이죠!
타워 블록을 하나하나 붙여가면서 아름다운 성을 만들고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해가며 성을 타고 올라가는 재미는 토레스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ㅎ
이것도 서로 치고받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2인으로 하니까 심심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여러 명으로 해봐야겠습니다.
6. 팬데믹 Pandemic
저녁 식사로 국밥을 먹을까 했지만 왠지 하나만 말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지구야, 국밥이야?!)
에피아. 님의 종이백에는 오래 전에 구입하신 밀봉 팬데믹이 있었습니다.
이날 비닐을 북북 찢어서 펀칭하고 플레이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룰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해보지 못해서
검은고양이 카페 사장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첫 게임 (역시 한 번에 성공할 수 없어... ㅠ)에서 위생병과 건축전문가를 골랐는데요.
좋은 위치에 연구소를 잘 지었지만 두 사람 모두 감이 없어서
위생병으로 너무 열심히 걸레질을 하고 다니느라 턴을 너무 많이 소비했습니다.
덱이 다 떨어져서 끝나더군요. (주모, 여기 국밥 한 그릇 추가요~~~~)
두 번째 게임은 네 번째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확산이 파파파파파팟 터지면서 끝... ㅠ
세 번째 게임은 세 번째 치료제를 개발하려는데 또 확산이 파파파파파팟 터지면서 끝... ㅠ
진짜 마지막이라고 서로 얘기하며 네 번째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서로 카드 교환을 잘 못 써먹었는데,
카드 운에 기대지 말고 가능하면 만나서 카드를 넘겨주는 게 성공률이 높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눈물의 상봉을 하며 치료제를 만들 카드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성! 공! (와~~~~)
7. 미니 빌 Machi Koro
팬데믹 때문에 체력도 다 쓰고 정신력도 다 써서 머리를 안 쓰고 할 수 있는 게임을 골랐습니다.
그냥 굴리면 되는 거잖아요? ㅎ
나는 굴리고, 주사위가 생각하는... (?)
평화롭게 빨간 카드는 구입하지 않고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편의점에 좀 투자를 했는데 그게 터지면서 (점주님들 사랑해요~♡)
한 번에 16원 들어오니까 게임이 거의 끝나더군요.
후루룩 끝내고 두 번째 게임.
이번엔 서로 악한 마음을 품고 빨간 카드와 보라색 카드를...
(직전 턴에 돈을 다 써서) 서로 한 번씩 헛탕을 쳤으나 그 다음에 제가 두 번 털리고... ㅠ
에피아. 님이 사재기 하신 목장과 빵집이 폭발하면서 게임이 기울어 버립니다.
8. 도미니언 Dominion
집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 찰나에,
검은고양이 카페 사장님이 도미니언 3인플을 제안하시면서 보너스 스테이지가!
마녀도 있고, 정원도 있고, 관료도 있는 게임에서
에피아. 님은 마녀를 끼고 빅 머니를,
저와 사장님은 관료와 정원으로 러시/슬록을 했는데요.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끼셨는지 에피아. 님도 나중에 정원을 한 장인가 구입하셨습니다.
개조로 열심히 갈아서 저주를 사유지로, 사유지를 정원으로 바꿨지만
점수계산에서 에피아. 님에게 1점차로 졌네요. ㅠㅠ
도중에 사장님이 도둑으로 제 돈을 2번 털어가셨는데,
그거 그대로 있었으면 정원 점수가 좀 더 올라갔을 것 같은데요. 에고
사장님이 안 끝내고 저까지 턴이 왔으면 이겼을 건데...
(역시 다인플은 저에게 어렵군요.)
아무튼 폭파될 줄 알았던 모임이 에피아. 님 덕분에 2인플로 많은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출전 연습 많이 하시고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주에 물천사 님 오시겠죠?
504 아주 약간 기대해 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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