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
학교 다닐 때 이런 거 배웠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은 인간은 본디 선하게 태어난다고 주장했고, 또 어떤 사람은 악하게 태어난다 했고요.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올해 흥행했던 영화 "부산행"을 보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잘 드러났습니다.
개미 투자자는 망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은 펀드매니저,
"나만 살면 돼"라던 고속버스회사 상무를 보면 참 사람이 모질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이 착하게 태어났는데 세상의 때가 타서 악해졌는지,
아니면 사람은 원래부터 이기적인 존재라 그랬던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보면서 "사람은 바뀔 수 있구나"라는 희망이 보이긴 했습니다.
줬던 생일 선물도 기억 못하는 못난 아빠도 무언가를 배우고,
시위대를 보며 욕하던 할매도 무언가를 느꼈으니까요.
(뭐, 안 바뀌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고속버스회사 상무 역을 한 배우 김의성 씨를 욕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떤 인물과 비슷하게 행동했을까?"
라고요.
정~~말~~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에 배려와 양보, 희생 같은 것을 실천할 수 있을지 말이죠.
우리가 학교나 사회를 통해 배운 것들은 "이성의 끈"이란 걸 잡고 있을 때에만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정신줄을 놓았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있을 때에
그 고속버스회사 상무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
전날 가운데-땅에서 반지를 파괴하느라 심신이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알람을 맞춰놓는다는 게 외려 꺼버려서 하마터면 늦잠을 잘 뻔 했지 뭡니까.
12시부터 모이기로 해서 검은고양이 카페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했을 때에 다행히 (?)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게임할 테이블을 세팅하고 기다렸죠.
얼마 지나니까 로이 님이 먼저 나타나셨습니다.
지난 번 모임이 끝나고 느꼈던 게, 정규 멤버가 된/될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게임들을 가르쳐 놓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약속을 잡아도 꼭 그 시간에 정확하게 올 수만은 없으니까요.
일찍 오든지 늦게 와서, 게임을 몰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게임 하는 거 구경한다고 하는데, 모르는 게임을 구경하는 것도 지겹고 지치는 일이니까요.
구경하면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 게임 하는 사람들한테 방해가 될 수도 있고요.
카페에 있는 게임을 몇 가지 배워놓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2명만 되어도 같이 게임할 수 있으니 괜찮지 않나 싶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보드게임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면
非보드게이머한테 자신있게 추천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을 몇 개는 알아야 체면이 설 테니까요.
그래서 로이 님한테 가르쳐 드리려고 선택한 게 이겁니다.
1. 푸에르토 리코 Puerto Rico
12시에 오시기로 되어 있던 블랙Q 님이 늦으셨지만 왠지 이 게임은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일단 로이 님께 설명을 드렸습니다.
설명이 거의 다 끝날 때 즈음에 블랙Q 님이 오셨는데 다행히 해보셨다고.
셋이서 시작을 했습니다.
블랙Q 님은 극단적인 채석장 러시, 저는 반대로 생산 쪽으로, 로이 님은 반반.
빠르게 설탕을 생산하신 블랙Q 님을 1차적으로 선적시켜 막긴 했는데,
두 번째는 못 막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역할 타일에 놓인 돈을 꾸준하게 챙기시면서 고급진 건물들을 건설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담배를 생산하며 따라가긴 했는데...
두 분이 갑자기 저를 견제해야 한다고 의기투합. (제가 봤을 때에는 블랙Q 님이 훨씬 더 유리한데...;;;)
블랙Q 님이 유리하다고 얘길 하면
"아, 나는 게임 잘 못한다."
라고 빠져나가시는...
한자 토이토니카 일로 마음에 응어리가 있으신 건 아니겠... ☞☜
아무튼 두 분은 나머지 플레이어 2명을 견제하기보다는 "저" 한 사람을 견제하는 협력 (?) 플레이를 열심히 하셨습니다.
로이 님이 중반부터 채석장 4개 모으고 블랙Q 님의 체제를 비슷하게 따라가셨지만
블랙Q 님은 이미 채석장으로 이득을 보셨고
(로이 님과 제가 생산을 안 했지만) 팩토리도 있으시고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생산을 안 하니 저는 완전 말려서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요.
게임도 놓고 정신줄도 놓은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수차를 좁히려 노력했습니다.
저의 소중한 담배로 배에 알박기를 해서 다른 분들 선적을 막았습니다.
블랙Q 님이 건물 12칸을 다 채우셔서 종료 조건이 충족되었고
마지막으로 로이 님이 역할을 선택하고 그 라운드까지 하고 끝냈습니다.
저는 39점이었나?
두 분은 똑같이 46점 + 1더블룬으로 동점.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씁쓸함만 남은... (절레절레)
2.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 Saint Petersburg (Second Edtion)
에피아. 님이 오시기로 한 시각까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아서 설명 없이 빨리 할 수 있는 게임을 골랐습니다.
블랙Q 님이 따봉, 로이 님이 건물, 제가 귀족 카드가 걸렸는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블랙Q 님께 장인 카드를 드렸습니다.
첫 라운드 장인 단계 제가 마지막인데, 공개된 6장 중 하나가 8루블짜리 짜르 & 카펜터... ㅂㄷㅂㄷ
나머지 중 2개는 7루블짜리 조선공.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로이 님이 짜르 형을 가져가셨습니다.
1라운드 건물 단계에서 5루블짜리 시장이 3장, 8루블짜리 소방서가 2장 나와서
왠지 로이 님이 건물 러시 하실 것 같아서 시장 1장을 끊고,
블랙Q 님도 건물 뭔가를 끊으셨던 것 같네요.
2라운드부터 로이 님이 건물 러시를 시작하셨습니다. (역시)
덕분에 저한테 귀족이 평소보다 더 넘어와서 열심히 건져갔습니다.
블랙Q 님이 2라운드에서 천문대를 건설하셨지만
3라운드부터 핸드가 막히셔서 그냥 1점짜리 건물이 되었습니다.
돈 주는 업그레이드 건물, 세금징수원 업그레이드 귀족의 도움으로 돈이 막히지 않고 잘 들어왔고,
이걸 고급 건물과 귀족에 투자해서 로이 님과의 점수차를 20점 뒤쳐진 정도로 유지했습니다.
마지막 직전 라운드 업그레이드 단계에서 귀족 비용을 깎아주는 금세공인 카드를 얻어서
이것으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할인을 많이 받았습니다.
(건물 단계에서 종료 조건이 충족되었지만) 마지막 라운드의 장인 단계에서도 일부러 장인 구입하지 않고
아랫줄에 있던 귀족을 구입해서 한 라운드 더 가려고 했는데,
로이 님이 그 라운드에서 끝내시려고 장인 카드를 집어가시더군요. 흠.
건물 단계가 끝나자 손에 7루블밖에 안 남아서 술집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좀 했습니다. (여기서 평소보다 장고를...)
6루블 써서 3점 올리고,
남은 귀족들 중에 4루블짜리 작가가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한 장도 아니고 두 장이 뜨는 바람에 로이 님의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끊길 뻔...)
일단 손으로 킵.
귀족 단계에서 총 23루블을 받고,
마지막 따봉 단계에서 턴 오더도 저한테 유리한테 저렴한 업그레이드 귀족도 나와서
손에 있던 판사 양반, 작가까지 다 내리고 끝냈습니다.
로이 님이 극단적인 건물 러시를 하셨는데 (귀족을 안 집으시니 저한테 많이 넘어왔어요)
제가 돈줄이 막히지 않고 핸드 관리도 잘 되어서
기본 점수에서는 뒤쳐졌지만 귀족 9종류로 역전했습니다.
3. 위저드: 20주년 판 Wizard: Jubiläumsedition
(밤새 게임을 하시고) 피곤함과 함께 오신 에피아. 님이 때맞춰 오셨습니다.
로이 님과 블랙Q 님께 트릭테이킹 게임을 알려 드리려고 위저드를 하기로 했습니다.
설명 드리니 룰은 쉽다고. (그렇...죠...;;;)
최근에 구입한 20주년 판이 추가 카드 6장 때문에 훨씬 더 재미있어서 추가 카드까지 다 넣고 했습니다. (강하게 키운다...)
에피아. - 저 - 블랙Q - 로이 순으로 진행했는데,
첫 라운드에 저한테 늑대인간이 걸려서 바로 바꿔치기!
안전빵으로 바꿔온 카드의 수트가 아닌 다른 걸 트럼프로 선정. ㅋ
0트릭 예측 성공. ㅎ
시작부터 고통받으신 로이 님.
도중에 물천사 님이 오셔서 8라운드까지만 진행하고 접었습니다. (한 번만 틀리고 다 맞췄는데 아쉽...)
4. 코드네임즈 Codenames
친구 님까지 오셔서 6명이서 코드네임즈를 했습니다. (저희도 파티 게임 합니다. 엣헴)
기억나는 건 마지막 3번째 게임에서 패배했는데,
개드립쳤던 "인생"을 진짜 선택했으면 이기는 거였는데... ㅠㅠㅠㅠㅠ
5. 데드 오브 윈터: 크로스로드 게임 Dead of Winter: A Crossroads Game
남은 시간이 어중간하셨는지 블랙Q 님이 먼저 가시고 5명이 되었습니다.
물천사 님이 힘들게 가져오신 데드 오브 윈터를 골랐습니다.
좀비 머리 샘플 모으는 게 걸렸는데요. (잘 됐던가...?)
저는 아주머니 2명을 골랐습니다. (튼튼해 보여서...;;;)
한 명은 피신 기지에 노약자 있을 때에 피신 기지 좀비 때려잡는 아줌마,
나머지는 요리사라서 식량 2개 주는 아줌니.
손에 연료도 있고 약도 있... (아, 나 약 없다고 했는데... ㅋㅋ)
아무튼 연료 덕분에 아줌마들 이동할 때에 좀비들한테 공격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좀비들한테 공격받아 약이 필요하다고 해서 동네 마트로 가서 약을 찾았습니다. (제 손에 이미 있지만 이건 비밀. 그건 내 꺼니까.)
첫 위기 카드는 약 5개 모으는 건데 하나가 부족해서 영향력 높으신 양반들이 부상당했습니다. (제 아주머니들은 영향력이 낮으니까 뭐... ㅎ)
계속 진행하니 캐릭터들이 계속 죽어가더라고요.
약을 달라고 아우성이었으나 저는 마지못해 하나 드리고. ^^; (남은 건 내 꺼.)
최종적으로 실패했는데
마지막으로 본 위기가 도구 모으는 거였는데 하나 부족해서 실패.
사실, 제 손에 도구 하나 더 있긴 했는데 중요한 거여서 없는 척... ^^;;
연쇄적으로 물릴 때 피할 수 있는 썩은 고기였나?
아무튼 그랬습니다.
제 개인 미션이 마조히스트라 부상을 심하게 당한 채 살아남아야 해서
죽지 않을 만큼 부상을 조절해서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ㅠ
한 명은 살려야 해서. ㅠㅠ (후기 후폭풍 예상)
6. 미스틱 베일 Mystic Vale
전날 술을 드셔서 피곤하신 친구 님이 먼저 가시고 4명 남았습니다. (우리가 왠지 이 게임을 하기 위해 보낸 것 같은... ㅠ)
최근 화제작 미스틱 베일.
도미니언과 스플렌더가 합쳐진 느낌.
필름을 카드 슬리브에 넣어서 카드 덱을 만드는 신기함.
한글화가 안 되어 있었지만 옆에서 물천사 님이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역시 천사)
그냥 도미니언을 하던 감으로 했는데 생각만치 잘 되진 않더군요. ㅠ
수정 토큰이 다 떨어져서 게임이 끝났는데요.
제가 26점 정도 얻었고, 로이 님이 30점으로 1등을. (역시 악... 아, 아닙니다.)
몇 번 더 해봐야 감이 올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좀...
7. 위저드: 20주년 판 Wizard: Jubiläumsedition
물천사 님이 위저드: 20주년 판을 못 해보셔서 한 번 더 하기로 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나뉘어서 서로 경쟁. (올라가려는 자들과 내려가려는 자들...;;;)
물천사 님이 생각보다 잘 하셨... (아, 이러면 하위 그룹이 누구누구인지 다 알게 되나?)
아무튼 제가 이날 한끼도 못 먹어서 12라운드까지만 진행하고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돌아오는 모임부터 팬데믹 레거시를 할 건데 참가하실 분들은 열심히 나와주세요.
졸려서 이만...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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