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18년2018. 11. 14. 07:00
Django 장고
 
 

 
며칠 전에 카톡 방에 제가 툭 던진 말로 파장이 일어서 이 주제로 한 번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장고(長考)라는 것에 딱히 기준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30초도 길다고 느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몇 분도 짧다고 생각할 테고요.
이런 질문을 던져 보고 싶습니다.
"장고가 필요하냐?"
그러면 저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대답할 겁니다.
전략 게임에서 계획과 계산은 필수이고, 저도 승부욕이 있어서 게임을 대충하는 꼴은 못 보거든요.
 
그러면 이렇게도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시간도 자원이냐?"
이것도 당연히 "네"겠죠?
실력이 비슷하다면 시간을 더 들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바둑이나 장기에서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총시간을 제한하는 것이죠.
동네 모임은 프로 대회가 아니어서 개개인이 소비하는 시간까지 관리하고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시간을 쓰면 나머지 사람들은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그런 관점에서 모임에서의 시간도 자원이라고 보는 거죠.
 
만약 다른 사람의 플레이가 내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 전략을 세우면 됩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게임에서 인터랙션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 사람이 무언가 수를 놓으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미리 생각을 해 두어도 그게 틀어질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아무튼 "몇 분, 몇 초를 소비해야 장고다"라는 기준은 없지만 내가 모임에서 쓰고 있는 시간은 공용 자원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장고를 철저히 금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쓰고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제때에 결정만 내려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을 꼭 내 주세요.
 
 

 
 
1. 도미니언 Dominion
 
 
12시부터 사람들이 모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Flora Lee 님이 제시간에 오셨고, cain 님은 10분 정도 늦는다고 하셔서
제가 Flora Lee 님에게 2인용 게임을 하나 알려 드리고 있으려고 했죠.
이게 이날 제가 저지른 아주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도미니언 설명 중에 cain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저는 cain 님에게 얼마 안 걸리니까 옆에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죠.
처음 하는 사람에게 3인 게임부터 알려 주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처음 하시는 거여서 첫 번째 게임 세트로 골라 드렸습니다.
 
 
Flora Lee 님과 도미니언을 시작했고요.
저는 평소에 하던 대로 오프닝을 Remodel 개조와 은화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한주 전에 게임을 같이 하면서 Flora Lee 님의 플레이를 지켜 봤는데요.
도미니언 할 떄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생각을 길게 하시는 건지 아니면 계산은 끝났고 결정만 남았는데 망설이시는 건지, 턴당 소비되는 시간이 상당히 길더라고요.
어떤 분들이 보시기에는, 초보자고 처음 하는 게임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는데요.
제가 도미니언을 꽤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봤는데, 이 "첫 번째 게임 세트"로 진행을 할 때에 평균적으로 이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 있죠.
이날 첫 번째 게임이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렸을 겁니다. (평소 걸리던 시간의 거의 2배?)
나중에 Flora Lee 님에게 여쭤 보니, 평소에도 생각하는 걸 즐기신다고 하네요.
 
덱 빌딩 게임이라는 게, 특히 도미니언은 설명만 들으면 엄청 쉬워 보이는데 운영이 어렵습니다.
하다 보면 마음대로 안 되어서 덱이 꼬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카드를 구입할 떄에 망설이시는 게 이해는 됩니다.
제가 게임 도중에 Flora Lee 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려 봐도 틀릴 겁니다. 그냥 카드를 직접 써 보면서 하나씩 익히세요."
라고요.
Flora Lee 님이
"이게 좋을까? 아냐, 이게 좋은 것 같다!"
라며 십수 번 되뇌이시던 말들이 본인의 결정에 있어서 꼭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30-40분이면 끝나겠거니 했던 제 예상이 빗나가고 cain 님이 옆에서 꽤 긴 시간 동안 기다리시니 제 마음이 급해지고 지치더라고요.
 
도미니언을 하는 도중에, 감기 때문에 못 오신다던 싸이구리 님이 오셔서 게임 하고 가신다고 하셔서
옆에서 30여 분 기다리시던 cain 님과 2인 게임을 하고 계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아래의 르 아브르를 숏 버전으로 하셨습니다.
Flora 님이 한 게임 끝나고 게임 정리하고 계셨는데, 저는 한 게임 더 하시는 게 낫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싸이구리 님과 cain 님이 이미 다음 게임을 시작해 버리셨고, Flora Lee 님께 새로운 게임을 알려 드리면 두 분과의 시간이 어긋나니까요.
 
두 번째 게임에서도 Flora Lee 님은 개조와 Mine 광산 등을 이용하여 엔진을 만드셨고요.
저는 Smithy 대장장이 2장으로 빅 머니를 했습니다.
금화를 여럿 찍어 넣은 빅 머니가 속도 면에서 훨씬 빠르죠.
후반엔 제 덱에 개조를 2장 넣고 클로징에 들어가서 첫 번째 게임보다는 빨리 끝낸 듯 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Flora Lee:
skeil:
 
 
 
 
2. 르 아브르 Le Havre
 
 
제가 최근에 풀 게임만 해서 숏 버전 세팅을 일부 잘못 알고 있었네요. ㅎㅎ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3. 노트르 담 Notre Dame
 
 
드디어 네 사람이 모여서 다음 게임을 골랐습니다.
제가 노틀 담 가져왔다고 하니 싸이구리 님이 그거 하자고 바로 선택하셨습니다. ㅎㅎ
 
Flora Lee 님에게 설명을 드렸고, cain - skeil - Flora Lee - 싸이구리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마차로 메시지 토큰을 얻을 떄를 제외하고는 턴 순서가 상대에게 영향을 거의 주지 않죠.
 
싸이구리 님은 초반에 돈을 왕창 당기셨고, 저는 영향력 큐브를 당겼습니다.
cain 님은 병원으로 쥐를 꽁꽁 묶고 하셨는데요.
자원을 쫙쫙 당긴 두 사람은 전염병에 걸려서 큐브도 날리고 점수도 날렸습니다. ㅠㅠ
그리고 어쩌다 보니 싸이구리 님에게 마차 건물이 계속 넘어가서 B세트까지 메시지 토큰을 4개나 모으셨습니다.
A세트에서 공원에 이미 영향력 큐브 2개를 놓아서 추가 점수를 얻고 있었고요.
성당에도 들어가서 cain 님이 독점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저는 B세트에 들어가서 확실하게 안정화되었습니다.
세트마다 15-20점 사이의 점수가 들어왔습니다.
 
C세트에서는 전염병을 잘 관리한 cain 님이 공원에 영향력 큐브 4개를 갖추시고 승점 찍기에 들어가셨습니다.
 
최종 점수계산을 해 보니 cain 님이 마지막에 잘 하셔서 저보다 2점이 더 많아 승리하셨습니다. ㅠㅠ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Flora Lee:
skeil:
 
 
 
 
4. 카루바 Karuba
 
 
그리고 싸이구리 님이 가져오신 가벼운 게임을 했습니다.
2016년에 SDJ에 최종후보까지 올랐던 카루바라는 탐험 게임인데요.
각 플레이어가 동일한 세트의 타일들을 가지고 시작하고요.
그 중에 한 명이 자신의 타일을 랜덤으로 뽑으면서 게임을 진행해 갑니다.
그러면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그 타일을 찾은 후에, 각자 그 타일을 자신의 보드에 배치하면서 길을 연결합니다.
타일에는 길이 있고 게임의 시작 시에 놓인 탐험가 마커들이 그 색깔과 일치하는 사원까지 도달하도록 길을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길을 만드는 걸로 끝나지는 않는데요.
탐험가가 이동하려면 뽑은/찾은 타일을 배치하지 않고 버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길 만들기와 길 이동하기의 균형을 맞춰야 한달까요?
 
각 탐험가 색깔마다 승점 토큰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먼저 도달할수록 더 높은 점수의 토큰을 가져갑니다.
너무 늦어 버린 탐험가를 위한 득점 방법도 있는데요.
보드에 놓은 타일에 보석 그림이 있으면 그 위 타일에 해당하는 보석을 배치합니다.
그리고 아무 탐험가가 그 타일에 정확하게 멈추면 그 보석을 획득합니다.
보석은 추가 점수를 주기 때문에 보석을 얻으면서 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더군요.
 
카루바는 음... 카르카손을 스트림즈처럼 진행한다는 느낌이었는데요.
꽤 괜찮은 가족 게임 같았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Flora Lee:
skeil:
 
 
 
 
5. 펭귄 파티 Penguin Party
 
 
Flora Lee 님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카드 게임을 했습니다.
싸이구리 님이 가져오신 펭귄 파티를 했네요.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Flora Lee:
skeil:
 
 
 
 
6. 컬러레또 Coloretto
 
 
네로에 있는 컬러레또 10주년 판도 했습니다.
두 번을 했는데요.
원래 규칙으로 한 번 했고, 점수 계산 카드를 뒤집어서 한 번 더 했습니다.
첫 게임은 제가 아슬아슬하게 이겼고, 두 번째 게임에서는 목화를 많이 모으신 cain 님이 이기셨던 것 같네요.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Flora Lee:
skeil:
 
 
 
 
7. 르 아브르 Le Havre
 
 
Flora Lee 님이 먼저 가셨고, 이날 오기로 했던 에피아. 님은 결국 오지 않으셨습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전날 참석 댓글을 지우려고 했는데 잊어 버리셨다는군요...;;;)
아무튼 3명이 남자, 싸이구리 님이 르 아브르 3인플을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저는 최근에 2인으로만 해 봐서 3인이 어땠는지 기억도 잘 안 나더라고요.
 
라운드도 좀 늘고, 건물 카드도 좀 늘었습니다.
2인 게임에서 못 봤던 카드들이 신기했습니다.
목재 건물의 나무 비용을 깎아 주는 제재소라든지, 제공소에 없는 자원을 2개씩 주는 암시장 부채를 탕감해 주는 지방 법원 등이 있었고요.
중요한 조선소도 하나 더 있었습니다!
 
턴 순서는 skeil - 싸이구리 - cain 순이었는데요.
초반에 제가 생선 더미를 가져와 버텨서 두 분에 비해 대출 수가 적었습니다만
턴 계산이 어려워서 배를 가장 늦게 건조하면서 음식 압박이 엄청났습니다. ㅠㅠ
첫 번째 조선소도 못 짓고, 그래서 배도 늦게 만드니 승리가 날아간 듯 했습니다.
제가 좀 손해를 감수하면서 두 번째 조선소를 제가 건설했습니다.
 
중반에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건물들은 제가 많이 건설했습니다.
석탄, 코크스, 강철 생산을 제가 꽉 쥐고 있어서 이용료는 많이 받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운회사를 cain 님이 잘라 가셔서 좀 아쉬웠지만 코코스와 강철로 선적이나 고급 배 건조가 가능해졌죠.
 
추가 점수를 주는 마을 회관과 은행은 다 잘렸지만 저는 호화 정기선을 건조할 수 있었습니다.
욕심 덜 부리고 배 3척에 선적을 2번 정도 해서 부채를 다 털었습니다.
지방 법원 덕분에 부채를 쉽게 털 수 있었는데요.
남은 부채 개수에 따라 얻는 효과가 정해져 있어서 건물과 법원을 오가는 순서도 중요했습니다.
 
저는 절대 못 이길 줄 알았는데, 소름이 돋았습니다!
건물과 호화 정기선의 파워로 간발의 차이로 승리네요.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케일 싸이구리 cain
건물 122 110 104
선박 54 48 10
추가 점수 - 은행 16 마을 회관 14
프랑 4 - 41
부채 - -7 -
총점 180 167 169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skeil:
 
 
 
 
8. 푸에르토 리코 Puerto Rico
 
 
마지막 게임으로, 요즈음 싸이구리 님이 푹 빠져 있으신 푸에르토 리코를 고르셨습니다.
저는 꽤 많이 해 보긴 했는데, 경력에 비해 플레이 횟수가 적은 편이거든요. (100회 막 찍은...)
제가 랜덤으로 옥수수를 잡아서 제 왼쪽에 있는 싸이구리 님이 시작 플레이어로 결정됐습니다.
밸런스 룰을 적용해서 제가 1더블룬 적게 사작하고, 수공업 공장 (?)과 대학의 비용을 맞바꿨습니다.
 
첫 라운드에서 싸이구리 님에 의해 건설을 할 때에 싸이구리 님과 cain 님이 건설막을 짓는 걸 보고 뭔가 잘 풀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생산을 늦추고 건설을 많이 하시겠다는 건데요.
두 분이 똑같이 잡으셔서 혜택이 상쇄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제 오른쪽의 cain 님이 시장을 자주 잡으셔서 저는 굉장히 편했습니다. ^^;;
두 분이 인디고 생산 체제를 갖추기 전에 저는 설탕이 나왔고요.
두 분이 인디고를 뽑았을 때에 저는 커피 생산 체제를 갖췄습니다.
저를 견제하시려고 선적으로 제 옥수수와 설탕을 배에 싣게 만드셨는데요.
제가 생산을 꾸준하게 하다 보니 그 알박기 (?)가 득점 엔진이 됐네요.
 
제가 채석장이 없었지만 돈이 많아서 그냥 정가로 지었습니다. ㅎㅎ
싸이구리 님이 채석장 4개, cain 님이 3개를 가져가셨고, 제가 마지막 남은 채석장만 챙겼습니다.
두 분이 건설막을 짓고 서로 개척자를 잡으셔서 건설막의 이점이 상쇄됐습니다.
저는 생산 체제가 일찍 갖춰져서 제 손으로 개척자를 잡을 필요도 이유도 없었거든요.
 
후반에 뭘 해도 제가 이득을 볼 정도로 제 체제가 잘 돌아갔습니다.
cain 님이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 위주로 풀레이를 하니 싸이구리 님이 답답해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ㅋㅋ
싸이구리 님은 견제하는 방법이 보여서 본인에게 이득이 없어도 견제를 하는데,
cain 님은 그게 안 보여서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저한테 퍼주는 플레이를 하고 계셨거든요.
 
두 분이 채석장으로 대형 건물을 2개씩 건설하셨고, 저는 겨우 하나 지었습니다.
싸이구리 님이 제 대형 건물이 활성화되는 걸 막으시려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일부러 시장도 안 잡으셨고요.
 
저는 그냥 항구의 효과로 추가 선적 점수를 많이 얻어서 그걸로 이긴 듯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원 없이 시원시원하게 선적해 봤네요. ㅋㅋ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싸이구리 cain 스케일
선적 5 12 30
건물 23 24 21
추가 세관 0
시청 8
주거지 4
요새 6
상인 0
총점 36 46 51
 

 
 
게임에 대한 인상
싸이구리:
cain:
skeil:
 
 
 
 
돌아오는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