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 요즘 사람...
지난 주에 저희 모임에서 요코하마가 플레이 될 뻔 (?) 했는데요.
요코하마 때문에 제가 가진 게임들이 대부분 예전 게임이란 걸 새삼 느꼈습니다.
모임에서 어쩌다 보니 역할이 자연스럽게 딱 나뉘어서
저는 주로 예전 게임을 가져오고 있고, 물천사 님은 최근 게임을 맡고 계십니다.
사람마다 취향이란 게 있어서,
저는 검증이 어느 정도 된 게임을 여러 번 해보면서
플레이의 질을 개선해 나아가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빌드 새로 짜오고 그런 거...
제가 예전 게임을 선호하다 보니 옛날 게임들에 대한 정보는 머리 속에서 쉽게 나오는 반면에
최근에 나온 게임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ㅠㅠ
뭔가 나이 먹어가면서 자연스레 보수화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엉엉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 나온 게임을 빠르게 접하려고 했었는데
제가 점점 귀찮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뭐, 출시되는 게임 수가 점점 늘어나니까 제가 그걸 다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남들이 선별주길 기다리는 late adopter 레이트 어답터로 바뀐 것 같습니다.
취미 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내 자원 (시간, 공간, 노력, 돈 등)이 한정되어 있어서
무작정 구입하거나 방에 쌓아둘 수만은 없으니까요.
지금도 제 방에 뜯지도 않았거나 뜯긴 했지만 대기 목록에서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이 있거든요.
게다가 작년에 비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은 줄어서
게임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더 신중해졌고요.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 게임에서 멀어지고 있는 옛날 사람의 얘기였습니다... (주륵)
1. 베니스 커넥션 Venice Connection
쿠웨이트박 님이 어디 게임 행사장에 가셔서 구입해 오신 베니스 커넥션을 뜯어서 바로 해봤습니다.
디자이너가 (故) Alex Randolph 알렉스 란돌프 옹인 걸만 봐도
어떤 게임일지 예상이 되었습니다. ^^;;
게임은 ... 이렇게 설명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게임의 구성물은 타일 16개가 전부입니다.
서로 번갈아 타일을 1개부터 3개까지 기존의 타일에 인접하게 놓을 수 있는데요.
자신의 턴 동안에 놓는 타일(들)은 한 줄로만 놓아야 합니다.
놓을 때에 베니스의 운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고요.
그래서 뭐하는 게임인가 하면요.
자신의 턴의 시작 시에 "남은 타일들을 다 붙여도 운하가 닫히도록 완성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걸 선언하면 됩니다. 일종의 챌린지죠.
그러면 상대편이 혼자 남은 타일들을 다 사용해서 운하를 닫으면 챌린지가 실패해서 상대가 이기고,
닫히지 않으면 챌린지를 건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겁니다. ^^
그렇지 않으면 운하를 닫은 플레이어가 이기고요.
너무 뻔하게 완성될 것처럼 놓으면 상대가 돌아오는 턴에 다다닥 붙여서 끝내 버리게 되고,
반대로 너무 어렵게 놓으면 상대가 챌린지를 걸어서 이겨 버리게 됩니다.
타일 수가 많지 않아서 몇 분 안에 끝나지만
이것도 나름 추상전략처럼 수싸움을 할 수 있는 게임이어서 진지하게 파고 들면 치열할 것 같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이 커플들에게 좋을 것 같지 않냐고 물어보셨는데
커플들이 드라이 한 추상전략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할지는 좀...
문제는 쿠웨이트박 님이 추상전략 게임을 안 좋아하시는데 모르고 구입하셨다는 게...
둘이서 첫 게임을 해보고
"응? 뭐지?"
이랬다가 두 번째 게임을 해보고
"아~~~~!"
이렇게 끝났습니다.
단순하지만 심오하네요. ㅎㅎ
두 게임 했는데 10분밖에...
뒷정리한 후에 사진을 안 찍은 걸 알아서 (리뷰 읽는 분들이 이 게임이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보시라고)
부랴부랴 대충 찍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쿠웨이트박: 중
skeil: 중
2. 토레스 Torres
물천사 님이 오실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제가 가져간 게임을 했습니다.
근데 이 게임도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추상전략"이어서 살짝 염려가 되었습니다만...
제가 애정하는 디자이너들 중 한 분인 크라머 옹의 게임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쿠웨이트박 님이 한자 토이토니카 정도는 아시기 때문에
액션 포인트를 쓰는 게임을 어려워하시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크라머 옹과 키슬링 씨 콤비의 가면 시리즈 작품들에 비해,
토레스가 높이를 중요시 해서 3차원 공간지각력이 떨어지는 분들에게는 헬 모드 게임이죠.
훨씬 더 전략적인 마스터 버전 규칙을 사용했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의 첫 게임이었습니다만... ^^;;
후반으로 갈수록 점수에서 스노우볼 효과가 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턴을 나중에 잡으려고 해야 합니다.
영향력 게임에서 선턴이 자리 싸움의 이점을 가지긴 하지만
점수계산 직전 턴에 선턴인 플레이어가 대처하지 못해서 후턴이 이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제가 선턴이었는데 1페이즈 종료 시에 제가 1점 차 앞섰고,
2페이즈 종료 시에 제가 또 2점 차로 앞섰습니다. ㅎㄷㄷ
턴 늦추려고 일부러 점수를 적당히 먹었는 데에도...;;;
하지만 저는 빅 픽쳐가 있었습니다.
마스터 카드의 정사각 포메이션을 그리고 있었죠.
그리하여 마지막 페이즈에서 열심히 방어하면서 정사각형을 만들었습니다.
짜잔~
게임에 대한 인상
쿠웨이트박: 상
skeil: 상
3. 노블레스 오블리주 Adel Verpflichtet
토레스는 하는 동안에 물천사 님, 그리고 유학길에서 돌아오신 친구2 님이 오셨습니다.
네 명이서 5월의 마지막 알레아 퀘스트를 했습니다.
이 게임은 아델 페르플@^$&@%입니다. (독일어 어렵다.)
디자이너는 카탄의 아버지 클라우스 토이버 옹입니다.
위의 크라머 씨와 더불어 상복이 많은 분이죠.
여태까지 같은 해에 SDJ 올해의 게임상과 DSP 독일 게임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 6개
(추가로 KDJ 전문가 게임 부문이 신설된 후 2개 더) 밖에 없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이 게임입니다. ㅎㄷㄷ
그리고 SDJ를 2연 연속 수상한 디자이너도 크라머 옹과 토이버 옹이 유이합니다. (심지어 크라머 옹은 2년 연속 수상을 두 번이나... ㅎㄷㄷ)
무서운 분들이죠.
아무튼 이 게임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초판은 1990년에 나왔고 이 알레아 판은 사실 10주년 기념판입니다. 알레아가 이때부터 10주년 기념판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도...
게임의 내용은 돈 많은 귀족들의 덕질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은 그들의 이중성을 풍자적으로 나타낸 것이죠.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나 줘버렷!
이 게임에서 귀족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쓸데없는 고퀄 골동품들을 사거나 훔쳐서
자신이 사는 성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서로에게 자랑합니다.
게임의 주 요소는 가위-바위-보입니다. 정말이에요.
서로 동시에 카드를 내면서 할 행동을 정하는데, 카드마다 상성이 있습니다.
수표를 내면 골동품을 사오고, 도둑을 내면 골동품을 사는 데에 낸 수표나 전시회에 나온 골동품을 훔치고,
탐정을 내면 그 도둑들을 잡고...
수표는 4장, 도둑은 2장밖에 없어서 카드가 마를수록 할 행동이 쉽게 간파당합니다.
이날엔 친구2 님이 초반부터 무섭게 치고 나가셨습니다.
거의 반 바퀴 차이가 나서 게임의 승자가 결정된 줄로만 알았습니다만...
친구2 님이 계속된 전시회로 달려나가시자 나머지 사람들이 도둑 카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2 님의 컬렉션의 카드들을 빼가고 그러면서 물천사 님과 제 컬렉션이 크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전시회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컬렉션을 낸 상위 2명의 플레이어만 트랙에서 전진할 수 있거든요.
이날의 최고의 순간!
탐정 한 방으로 도둑 2명을 잡았습니다!
철컹! 철컹!
컬렉션이 부실해진 친구2 님이 기를 모으기 위해 골동품 가게를 전전하시는 사이에
물천사 님과 제가 무섭게 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친구2 님이 가장 먼저 저녁식사 트랙에 도착해서
플레이어들은 최종 전시회 한 번만 남겨놓았습니다.
친구2 님이 상위 두 번째 안에만 들어가시면 승리가 확실했습니다만
쿠웨이트박 님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아름다운 컬렉션을 만들어 오시면서 최종 전시회 8점을 가져가시고
제가 두 번째여서 4점을 가져갔더니 순위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공동 1등 (친구2, 저), 공동 3등 (물천사, 쿠웨이트박). 하하호호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친구2: 중
쿠웨이트박: 상
skeil: 중
4. 티칼 Tikal
다음으로 오랜만에 다시 해보는 티칼이었습니다.
이것도 크라머 옹과 키슬링 씨의 작품이죠.
위에서 크라머 옹의 SDJ 2년 연속 수상에 해당하는 게 티칼 (1999년) - 토레스 (2000년)입니다.
우연히 이날 그 두 게임을 다 했네요. ㅎㅎ
제가 좋아하는 티칼이나 한자 토이토니카가 다른 분들에게 불호일 수 있는 부분이 엄청나게 크고 직접적인 인터랙션 때문입니다.
이건 제로-섬 게임에 해당해서 누군가에게 마이너스된 만큼 다른 누군가에게 플러스가 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누군가에게서 2점을 빼앗으면 2점이 아니라 4점의 차이가 만들어지죠.
공격받을 대상이 직접적으로 선택되기 때문에 다굴도 가능하고
때때로 억울한 상황이나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임을 계속 밀고 있는 이유는
여러 번 하다 보면 플레이어들이 그런 것들을 계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가 킹 메이킹을 하는 게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몇 번 하면 그런 게 줄어듭니다.
친구2 님은 경매 버전으로 처음이셨고, 쿠웨이트박 님은 티칼이 처음이셨습니다.
이날은 초반에 승패가 갈렸다고 봅니다.
초반에 보물 헥사곤이 많은 편인데, 누구에게 가까운 곳에 두느냐에 따라
보물을 다수 확보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갈리게 됩니다.
초반에는 보물 4개짜리 헥사곤이 많아서 4인으로 진행할 경우에 모두가 공평하게 갈라 먹습니다만
중반으로 넘어가면 배치한 탐험대원이나 캠프의 위치에 따라 누군가는 더 먹게 됩니다.
제가 보물 헥사곤 경매에서 무리하게 10몇을 부르고 1개만 파먹는 바람에 손해가 매우 컸습니다.
게다가 물천사 님과 쿠웨이트박 님이 비슷한 경로로 가고 계셨는데,
쿠웨이트박 님이 그쪽에 보물 헥사곤을 놓으셔서
두 분이 보물 잔치를 하시고 남은 두 사람은 그 잔치에서 소외되었습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안전 자산인 보물 점수의 가치가 높아지게 됩니다.
탐험대원으로 지속적인 영향력 싸움을 해야 하는 사원과 달리,
한 번만 먹어 두면 (교환해 두면) 계속 점수를 주기 때문이죠.
제가 가장 먼저 10층짜리 사원을 점유하면서 사원 점유 전쟁의 신호탄을 쐈고,
다른 분들도 사원 점유에 뛰어 드셨습니다.
후반에 제가 열심히 쌓아올린 7층짜리 사원을 쿠웨이트박 님에게 빼앗기면서
1위를 추격하는 힘이 급격하게 꺾였습니다.
그 전에 제 턴으로 착각해서 물천사 님의 사원을 빼앗으로 들어갔는데 제 턴이 아니어서 무르고
물천사 님에게 방어할 기회까지 드리고 말았습니다.
치명적인 두 번의 실수 때문에 후반에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점수가 크진 않았지만 가장 낮은 제가 최종 라운드에서 먼저 플레이했습니다.
게임 내내 저와 충돌했던 친구2 님이 저와 동점으로 끝냈고, 이 두 사람은 꼴찌임을 알고 있었죠.
보물이 거의 없었거든요.
보물 부자 두 분이 1, 2등을 하면서 끝났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친구2: 중
쿠웨이트박: 상
skeil: 상
5. 몸바사 Mombasa
마지막으로 지난 타일에놀 B.B.빅 세션 #3 (링크)에서 에피아. 님에게서 배운 몸바사를 했습니다.
이걸 뭄바사라고 읽는 분이 계신데 "몸"입니다, "몸"!
이 게임도 티칼이나 토레스, 한자 토이토니카처럼, 인터랙션이 크고 직접적인 전략 게임입니다. 허허
시작 시부터 물천사 님은 세인트-루이스 사를, 쿠웨이트박 님은 케이프 타운 사를 밀었습니다.
친구2 님과 저는 여기저기 기웃기웃.
물천사 님은 목화, 다이아몬드 무역상에 집중하시면서
목화 메이저리티 이득을 얻는 한편 다이아몬드 트랙을 전진시키셨습니다.
친구2 님은 카이로 트랙의 행동 칸을 빨리 여셔서 카드를 갈면서 돈을 왕창 모으셨습니다.
저는 장부계원으로 회계법인 김떡순을...
물천사 님이 서아프리카에서 확장하시는 세인트-루이스 사의 주가가 날로 올라가자 저도 탑승했습니다.
친구2 님이 북아프리카에서 카이로 사를 확장하시자 저와 쿠웨이트 박 님도 탑승했습니다.
물천사 님이 초반에 다이아몬드 트랙으로 4번째 슬롯을 개방하시고,
저는 중반에 장부 트랙으로 4번째 슬롯을 열었습니다.
첫 플레이에서 슬롯 개방이 늦어서 거의 써먹지 못 했는데,
이전보다 매끄러운 플레이로 슬롯을 일찍 열 수 있었습니다.
장부 토큰 배치할 때에 계산 실수를 해서 제가 예상한 것보다 슬롯을 늦게 개방했습니다.
확실히 슬롯 개수가 늘어나자 덱의 카드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물천사 님이 목화 카드를 계속 사들이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특정 상품 카드가 많아지면 메이저리티 보너스 행동도 확보되기 때문에 선순환됩니다.
게임은 세인트-루이스 사의 주식으로만 81점을 얻으신 물천사 님이 총점 153점으로 승리했습니다.
처음 해보신 쿠웨이트박 님의 최종 점수가 87점이었는데...;;;
돈잔치를 하신 친구2 님이 122점으로 3등,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장부 트랙에서만 40점을 얻은 제가 123점으로 2등을 차지했습니다.
친구2 님은 첫 플레이에서 높은 점수를 찍으셨네요...;;; ㅎㄷㄷ
후반에 세인트-루이스 사보다는 카이로 주식을 사고 세인트-루이스 사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물천사 님을 견제할 걸 그랬나 봐요...;;;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상
친구2: 중
쿠웨이트박: 상
skeil: 상
돌아오는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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