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시간의 방
 
어쩌면 몇몇 분들은 '아니, 전주에 다녀왔다는데 왜 후기가 안 올라오는 건가?'라며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9월 2일에 저와 물천사 님 둘이서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급조된 단기 여행이었습니다.
"물천사 님, 전주 같이 갔다 오실래요?"
"음... 그럴까요?"
이래서 며칠 만에 뚝딱뚝딱 표 예매하고 9월 2일 (토)에 전주로 출발했습니다.
 
갈 때 기차표가 매진이어서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버스 안에서 물천사 님은 하*스*을 하셨고, 저는 잤습니다. zZz
흥이 넘치시는 기사님이 약 30분 늦게 터미널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택시를 타고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한 비빔밥 집으로 갔습니다.
"전주 = 비빔밥"이라는 너무 뻔한 공식이 싫었지만
생각해 보니 지난 3년 동안 전주에 와서 비빔밥을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
저희는 배고픈 돼지가 되어 토요폭식회를 열기로 한 거죠. 먹고 죽자!
이것이 전주의 비빔밥입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직접 담근 숙성된 장뿐만 아니라 묵명인이 만든 묵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8월까지는 육회가 빠지는데 저희가 9월에 가서 육회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럭키!
저희가 깨작깨작 밥을 비비려고 하고 있었는데, 건장하신 이모님이 그릇을 빼앗아 직접 셔플...이 아니고 비벼 주셨습니다.
이건 저희가 카드 셔플 못하는 사람이 카드 덱을 흘리면서 섞는 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심정과 같을 듯...;;;
 

먹던 게 아니고, 비벼 주신 거 바로 찍은 겁니다.
 
보기에는 빨개서 자극적일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직접 담그신 장 때문인지 간이 짜지 않고 깊고 부드러웠습니다. 퀄리티!
 
밥과 반찬을 깨끗하게 다 먹고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남문시장이 나와서
같.놀.가에 들러서 인사나 드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남문시장이 처음이신 물천사 님이 남문시장 전체가 청년몰인 줄 아시고
"여기가 (다) 청년몰이에요?"
"아뇨, 여기는 중장년몰이고요...;;; 저 위가... ㅋ"
그리하여 저희는 청년몰을 반바퀴 휘~ 돌아 같.놀.가2에 도착했습니다.
사장님이신 용무 님과 다른 전주 분이 트리케리언을 열어서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냥 가기도 그렇고 배가 불러서 간단하게 놀다 가기로 했죠.
저희는 한쪽에 꽂혀 있는 도미니언들을 다 꺼냈습니다.
다 섞어서 3게임 정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용무 님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이셨습니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가서 앉으시지요..."
저는 먹을 걸 주시려는 건가 싶었습니다만 저쪽 테이블에 트리케리언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배워 보고 싶던 게임이었는데, 사실 이날은 진짜 여행으로 온 거여서 망설여지긴 했습니다.
물천사 님도 원하시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 (?) 배워 보기로 했죠.
 
설명을 들었습니다, 분명히.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눈 앞은 하얘지고, 머리 속은 까매졌습니다.
'아, 여길 탈출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각에 같.놀.가 안은 모임 분들로 꽉 찼고 제가 앉은 자리는 가장 안쪽 자리. ㅠ
'방금 누가 저한테 인사를 하고 가셨는데, 그런데 갑주어 님은 왜 안 오시지?'
"갑주어 님은 안 오시나요?"
"방금 인사하고 가신 분인데요?"
"네?!"
저의 상태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했던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벌써 4시간이 흘러 저녁 7시.
제가 잠을 못 자고 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서 집에 와서 씻고 전주 맛집 검색하느라 두어 시간 보내고,
또 두어 시간 자다가 못 일어날 것 같아서 다시 씻고 물천사 님 만나러 나왔는데...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트리케리언 탓이었습니다.
맛집을 적어온 것도, 맛난 거 사먹으려고 돈을 챙겨온 것도 트리케리언 앞에서는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같.놀.가에 오면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으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던 제가 바보 같았습니다. ㅠ
게다가 트리케리언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수십 분이 더 걸릴 마지막 7라운드는 하지 않고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설명하고 같이 해 주신 분은 7라운드가 정말 재미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전주에 온 목적이 사라져서 기운이 빠지고 있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었고요.
 
앞으로 누군가가 전주의 특산물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트리케리언"이라 말할 겁니다.
이날 생각났던 건 육회비빔밥과 트리케리언밖에 없으니까요. ㅠ
그 둘은 동급인 것입니다. ㅠㅠ
트리케리언은 제 시간도 잡아 먹었고 정신도 잡아 먹었습니다.
진정한 '정신과 시간'의 방이었던 것입니다. ㅠ
 

트리케리언을 "강제로" 끝내고 먹은 저녁밥.
 

아침 7시까지 게임하고 먹은 콩나물국밥.
 
 

 
 
물천사 님과 전주에서 오전 8시 21분에 떠나는 기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계속 자다 깨고 자다 깼습니다.
그러고는 수원에서 내리고 전철을 타고 일단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문제는 오후 1시에 저희 타이레놀 모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계획은 집에서 씻고 "잠깐" 누웠다가 나오는 것이었죠.
그러나 침대가 저를 붙잡고 놔 주질 않았습니다.
눈꺼풀이 감겼습니다.
일어났습니다. 벌써 2시가 넘었네요?
다시 정신을 차리니 3시가 넘었네요?
결국 물천사 님이 오시기로 한 4시 반에 거의 맞춰서 갔습니다.
 
 
1. 패치워크 Patchwork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쿠웨이트박:
 
 
 
 
2. 바벨 Babel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쿠웨이트박:
 
 
 
 
3. 스트라테고 Stratego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쿠웨이트박:
 
 
 
 
저를 기다리시면서 2인용 게임 세 가지를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패치워크와 바벨의 디자이너가 같다는 거 들으면 놀라실 듯...;;;
때마침 물천사 님이 오셔서 4명이 되었습니다.
 
 
 
 
4. 이니스 Inis
 
 
예전에 물천사 님과 2인용으로 했던 이니스를 4인으로 해 봤습니다.
테라포밍 마스처럼 카드 드래프팅으로 카드를 모아서 자신의 턴에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특이하게 카드를 넘길 때에 킵하던 걸 넘겨도 됩니다.
그러니까 드래프팅을 할 때마다 킵하는 전체 카드 개수만 지키면 되는 거죠.
 
쿠웨이트박 님과 425 님이 아웅다웅하시면서 425 님이 산을 혼자 호로록 드시려는 걸 제가 신화 카드를 써서 막았습니다.
저는 계곡에서 족장이어서 계곡 보너스로 씨족원을 하나씩 더 놓을 수 있었죠.
제가 씨족원을 놓는 카드를 계속 끊어서 다른 분들은 이동하는 걸 많이 하셨습니다.
마지막 전 라운드에 제가 족장인 지역에 씨족원 6개를 만들었는데
전투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죽어나가 승리 조건을 충족할 수 없었습니다. ㅠ
 
마지막 라운드에 저는 저의 뒤쪽 공간에 새 지도를 놓으면서 씨족원 1개를 놓았습니다.
이건 승리하기 위한 큰 그림이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방해할 사람이 없었죠.
물천사 님이 무효화 카드로 한 번은 막으셨지만 제 손에 씨족원을 놓는 카드가 여럿 있어서
제가 족장인 지역들에 씨족원들이 제법 모였습니다.
저는 올인 러시를 감행해서 계곡에 있던 제 모든 씨족원을 새로 붙은 지도로 옮겨서 7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씨족원 6명 이상이 유지되어서 제가 승리 조건을 충족하며 승리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5.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Tigris & Euphrates
 
 
425 님이 티&유가 처음이셔서 설명을 드리고 했습니다.
그런데 425 님이 생각보다 잘 하시더라고요. ^^;
 
동쪽에서 물천사 님과 제가 잘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쿠웨이트박 님이 재앙 타일로 끊으셨습니다.
이쪽은 끊어지고 이어지고를 반복하면서 타일들이 지도를 뒤덮었습니다.
 
남쪽에서는 425 님과 쿠웨이트박 님이 연합한 왕국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견제하기 위해 제가 물천사 님과 손을 잡고 4&쿠 왕국을 강제로 합병시켜 잡아 먹으려 타일을 붙이며 달렸습니다.
가운데에 기념물이 생기고 서로 빨아 먹기 위해서 재앙 타일로 끊고 잇고를 반복했습니다.
아무튼 이 기념물은 425 님이 독식하게 되었고... ㅠ
 
425 님은 상업 지도자로 보물을 많이 드셨습니다.
저는 물천사 님께 검은색 큐브를 드려가면서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것은 두 번째 기념물이었죠.
제가 검&빨 기념물을 올려서 여러 턴에 걸쳐 계속 빨아 먹었습니다. ^^
초록색 점수가 부족했는데, 쿠웨이트박 님이 초록색으로 합병을 걸어오셨고 제가 방어하면서 뜻밖의 초록색 점수를 얻었습니다. ㅋ
계산해 보니 제가 끝내는 게 이득일 것 같아서 타일을 버리고 다시 뽑으면서 게임을 종료시켰습니다.
 
점수를 계산해 보니 425 님과 3번째 큐브까지 비교해서 제가 승리했습니다! ㅎ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 ! ] 아래 글에는 언덕 위 집에서의 배반: 망부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스크롤을 휘리릭~ 내려주세요.
 
 
 
 
6. 언덕 위 집에서의 배반 + 언덕 위 집에서의 배반: 망부대 Betrayal at House on the Hill + Betrayal at House on the Hill: Widow's Walk
 
 
저희 모임에서 여러 번 했는데, 425 님과 쿠웨이트박 님은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설명을 드리고 했습니다.
 
저는 몸짱 캐릭터 하려다가 할배를 골랐습니다.
초반에 저희가 맛집이라 부르는 스탯 올리는 방이 몇 개 나와서 모두가 순회방문을 했습니다. ㅋ
물천사 님과 저는 2층으로, 쿠웨이트박 님은 지하층에 계셨는데요.
헌트가 폭로되었습니다.
헌트 폭로 직전에 카페에 있는 검은 고양이 네로가 저희 테이블에 올라와서 판을 한 번 흐트려뜨렸는데요. 복선?
놀랍게도 시나리오는 고양이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집에는 덩치가 엄청 큰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이 녀석은 새끼고양이들과 함께 세계를 정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고양이들을 막아야 했는데요.
발톱을 세우며 예민한 새끼고양이들을 쓰다듬어 주며 진정시켰습니다.
새끼고양이가 몇 마리 없어서 쉽게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배반자인 물천사 님의 턴에 새끼고양이들이 서랍과 창문을 통해서 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고양이 먹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식재료를 모으러 다닐 때마다 이 녀석들에게서 피해를 받았습니다. ㅠ
가장 약한 제 할배가 먼저 다운. 제가 모은 식재료는 배반자에게 빼앗기고...
남은 425 님과 쿠웨이트박 님이 새끼고양이들을 쓰다듬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
 
저희는 불어나는 새끼고양이들을 막지 못하고 쿠웨이트박 님도 다운.
결국 이 집에 몸뚱이가 끼어 있던 왕 고양이가 집을 탈출하면서 배반자가 승리했습니다. ㅠㅠ
 
아, 물천사 님이 이벤트를 오른쪽 사람이 읽어 주는 하우스 룰을 도입하자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하니까 효과를 미리 알지 못해서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ㅋ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7. 7 원더스 + 7 원더스: 지도자들 + 7 원더스: 도시들 + 7 원더스: 바벨 + 7 원더스: 카탄 + 7 원더스: 원더 팩 7 Wonders + 7 Wonders: Leaders + 7 Wonders: Cities + 7 Wonders: Babel + 7 Wonders: Catan + 7 Wonders: Wonder Pack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고전 명작, 7 원더스를 했습니다. 뭔가 큰 그림인 것 같은...;;;
 
제가 카탄 섬, 시계 방향으로 물천사 님이 만리장성, 425 님이 로마, 쿠웨이트박 님이 아야 소피아.
 
물천사 님은 보나마나 과학이었는데, 누가 무엇으로 막느냐가 문제였죠.
저와 425 님은 과학 건물을 원더 밑으로 묻어서 끊었습니다.
아직 시야가 좁으신 쿠웨이트박 님은 자기 플레이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저는 도시 (검은색) 건물로 이득을 얻는 지도자가 둘 있었는데요.
검은색만 잡기에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ㅠ
제가 군사력으로 양쪽을 때려잡으려고 했는데, 쿠웨이트박 님은 비둘기를 타고 날아가셔서 425 님이 대신 맞으셨죠.
 
총점을 계산하니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았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물천사 님에게 1점 앞선 425 님이 승리하셨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8. 카베르나: 동굴 농부들 Caverna: The Cave Farmers
 
 
저녁식사를 마치고 짐을 가지러 네로로 돌아와서 425 님과 둘이서 한 게임을 더 했습니다.
무거운 카베르나를 들고 오셨는데, 그냥 가시면 섭섭해하실 것 같아서요. ㅎ
 
지난 번에 425 님이 첫 플레이에서 98점을 찍으셨죠?
이번에는 저는 무난하게 플레이했고, 425 님은 터널을 뚫으면서 광석을 모으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먼저 무장을 해서 앞서갔습니다.
방도 먼저 늘렸고, 가족도 먼저 늘렸습니다.
 
아, 제가 첫 라운드에 425 님을 견제하기 위해서 개 훈련장을 먼저 지었죠. 개+나무!
두 번째로 Office Room 촌장 사무실?을 지어서 트윈 타일을 걸치면서 황금을 모았습니다.
이걸 잘 하면 나중에 State Parlor 환경 연구소의 이점을 극대화 할 수 있거든요.
중반부터 음식 압박이 있어서 도축 동굴을 지어서 가축 잡을 때마다 음식을 더 받아서 음식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일찍부터 루비 + 음식 연금술로 소를 뽑았습니다.
나무와 라운드가 좀 부족했지만 일꾼이 많고 잘 풀려서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총점이 제가 97점, 425 님이 60점대가 나와서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게임에 대한 인상
425:
skeil:
 
 
 
 
파스타는 아니고 읍읍읍 때 주말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