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17년2018. 3. 12. 07:00
오만과 편식?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취향을 모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알게 됩니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저런 걸 싫어한다'고요.
취향이 분명해진다는 것은 편견과 편식으로 이어집니다.
먹던 것만 먹 듯이, 게임도 하던 것만 찾게 되죠.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취향 때문인 건지, 아니면 내가 게을러져서인 건지 (또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건지) 구분지을 수 없게 됩니다.
'이건 이러이러 해서 안 돼, 저건 저러저러 해서 싫어...'
그러다 보면 선택지가 너무나 좁아집니다.
또 다른 사람과의 공통분모를 찾지 못해서 계속 빙빙 돌다가 포기하기도 하죠. 그냥 ○○(이)나 하죠.
 
모임에서는 주로 입김이 센 사람의 게임들이 주로 플레이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떠나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만 남게 되니까요.
제 스스로도 조심해야지... 하는데도 잘 안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좋은 게임, 혹은 적어도 괜찮은 게임을 편견 때문에 지나쳐 버릴 때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편견을 뚫고 새로 발견한 게임이 있으셨나요?
 
 

 
 
전날에 모여서 게임을 하고 이틀 연속으로 네로에 갔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425 님이 오셨습니다.
 
 
1. 도미니언 (2판) Dominion (Second Edition)
 
 
425 님이 뒤늦게 빠지신 도미니언...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실 듯...;;;
기본판 (개정판) 카드를 다 떼셔서 랜더마이저 카드로 무작위로 골라서 했습니다.
총 5게임 했는데, 도중에 셔플이 진짜 말려서 안 되는 판은 5턴만에 패배선언하고 끝냈습니다. 이건 이 게임 디자이너가 와도 안 돼!
425 님이 2원-5원 스플릿으로 시작하고 2원은 예배당, 5원은 실험실...;;;
저는 3원-4원으로 예배당, 은화인데 예배당도 하필 5턴에 나와서... 와, 진짜...
425 님이 발로 셔플해도 이기실 각이었습니다. ㅠ
 
아, 제가 룰북 읽을 시간이 필요해서 쿠웨이트박 님과 425 님 두 분이 한 게임 하셨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쿠웨이트박:
skeil:
 
 
 
 
2. 르 아브르 Le Havre
 
 
쿠웨이트박 님이 오셔서 몇 주 전부터 하자고 하셨던 르 아브르를 했습니다.
저는 옆에서 다른 게임의 룰북을 읽고 있으려고 했는데 두 분이 저만 쳐다 보고 계셔서...;;; 태양이 부릅니다, 나만 바라봐
 
예전에 르 아브르 리뷰를 쓰면서 르 아브르와 프랑스에 대한 역사를 좀 읽어 봤는데요.
그걸 알면 르 아브르 대출의 싼 이자가 비로소 이해됩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 "마셜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재건을 위한 원조를 하는데요. (황혼의 투쟁에 카드로도 있죠.)
소련과 대립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유럽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함이었죠.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소련하고 손 잡지 마라.... 그런 거죠.
이 돈으로 완파된, 프랑스의 제2의 항구 도시 르 아브르가 재건됩니다. 한국 버전은 더 인천인가...;;; 리암 니슨?!
 
아무튼 이것도 우베 아저씨 게임입니다.
일꾼 수는 달랑 하나인데, 자원 먹는 행동과 행동 칸을 이용하는 걸 분리해 놨죠.
일꾼한테 밥을 주지 않습니다.
늘어날 일꾼도 없고요.
그냥 라운드마다 내야 할 밥의 수가 늘어날 뿐...
여기서 음식 엔진은 배입니다.
배를 건조하거나 구입하면 앞으로 낼 음식의 수가 줄어듭니다.
이걸 안 하면 계속 발목 잡히는 거죠.
 
두 분은 첫 플레이여서 숏 버전으로 했습니다.
저는 빠르게 나무 배 건조하고 다른 분들이 배를 건조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다 같이 죽읍시다!
중반부터 음식 압박 때문에 죽을 맛이죠.
버티다가 결국 대출...
쿠웨이트박 님만 대출 없이 하셨고, 저는 후반에 대출금 다 갚고 편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425 님은... 주륵;;; 몇 번 더 해 봐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쿠웨이트박:
skeil:
 
 
 
 
3. 시타델 (2016년 판) Citadels (2016 Edition)
 
 
르 아브르 파이널 스테이지 할 때에 물천사 님이 오셨습니다.
넷이서 뭐 할지 고르다가 425 님이 가져오신 시타델을 하자고 하셨죠.
물천사 님이 한동안 가지고 다니셔서 10번 가까이 했던 것 같네요.
 
초반에 신이 내린 찍기로 두 라운드 동안 여왕님으로 총 6골드를 더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치고 나가려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와서 힘들었습니다. ㅠ
 
다들 비슷비슷했는데 마지막 직전 라운드에서 제가 도둑으로 공격할 차례였는데,
제가 잠깐 정신을 놔서 두 번째 바퀴 드래프트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ㅠ
주교나 상인이나를 놓고 골라야 하는 상황.
물천사 님의 4골드를 빼앗으려면... 역선택을 해서 주교인가?
하지만 땡!
주교는 빠져 있던 카드였고, 나중에 425 님이 두 번째 바퀴 때에 주워가셨습니다만
첫 번째 캐릭터 턴에 돈을 다 쓰셔서... 주륵;;;
 
마지막 라운드에 쿠웨이트박 님의 예상치 못한 한 방을 제가 맞고 물천사 님의 추격에 실패했습니다.
큰 점수차로 물천사 님의 승리.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4. 던전 커맨드: 롤스의 독침 + 던전 커맨드: 코르미르의 심장 + 던전 커맨드: 고블린들의 폭압 + 던전 커맨드: 그룸쉬의 피 Dungeon Command: Sting of Lolth + Dungeon Command: Heart of Cormyr + Dungeon Command: Tyranny of Goblins + Dungeon Command: Blood of Gruumsh
 
 
네 번째 게임이 이날의 메인 요리였습니다.
425 님이 몇 달 전부터 던전 커맨드를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만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게임이고 큰 박스가 여러 개라 무섭고, D&D 세계관이라 뭔지도 잘 모르겠고
425 님도 해 본 적 없고 룰도 모르신다고 해서 다음에 하자면서 여러 번 미뤘습니다.
이날 저희가 룰을 제대로 했던 건 아니지만 해보고 난 후의 느낌은
'진작에 할 걸...'이었습니다.
 
던전 커맨드는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5개의 세트가 나왔습니다.
각 세트는 미리 조합된 팩션이어서, 플레이어마다 한 세트씩 필요합니다.
게임은 D&D 미니어처 게임처럼 맵 타일 위에 미니어처를 놓고 서로 싸우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미니어처를 그냥 막 쓰는 건 아니고요.
명령 덱에서 카드를 뽑고, 크리처 덱에서 카드를 뽑아서 손에 있는 걸로만 소환하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카드 플레이는 매직: 더 개더링과 거의 같았습니다.
궁극의 D&D x 매직: 더 개더링의 크로스오버였죠. (두 게임 모두 해즈브로가 판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맵에 지형에 따라 이동력이 다르게 소비되고 특정 칸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오크들 무리 같은 팩션이었는데요.
제 커맨더의 능력은 어려운 지형을 무시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제 크리처들은 물칸에서도 추가 이동력을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도 지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초반부터 물천사 님 팩션에게 뚜까 맞았습니다. ㅠ
제 오크들은 잘 때리는데 허약한 아이들이었거든요.
 
크리처들에게 갈 피해를 커맨더가 대신 맞아줄 수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커맨더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사기는 일종의 커맨더 체력이어서 사기가 다 떨어지면 엘리됩니다.
그런데 한 명만 엘리되어도 게임이 끝!
사기가 가장 많이 남은 커맨더가 승리한다네요. 사기가 사기급...
 
그리고 턴이 끝날 때마다 커맨더의 지도력이 올라가는데요.
지도력은 커맨더가 조종할 수 있는 크리처들의 총 포인트입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고 아름다운 더 많은 크리처들을 조종할 수 있는 거죠.
 
물천사 님 팩션에게 계속 맞다가 마침내 제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D&D 세계관에서 좀 이름있는 크리처, 아울베어가 손에 들어온 겁니다.
뭔가 불꽃 싸다구를 날릴 것처럼 오른쪽 앞다리를 들고 있는 피통 100짜리 아울베어!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즌사인데예."
 
제 아울베어가 나타나자 물천사 님의 팩션은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세를 몰아 추적했습니다만 뒤쳐진 거미 한 마리가 마법으로 아울베어에 깊은 흠집을 내서
아울베어가 몇 턴 후에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새차 방금 뽑았는데... ㅠ)
 
물천사 님과 쿠웨이트박 님은 425 님 쪽으로 모였습니다.
425 님이 샌드위치가 되셨는데요.
425 님이 가장 먼저 엘리되시면서 게임이 끝나 버렸습니다.
 
제 손에 힐 마법과 야수 속성의 크리처에게 추가 공격력을 주는 마법이 있었지만
지능 스탯이 붙은 크리처가 안 나와서... ㅠㅠ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5. 버건디의 성들: 카드 게임 The Castles of Burgundy: The Card Game
 
 
작년에 알레아 퀘스트를 기획하면서 대략적인 스케줄을 짰습니다.
가장 나중에 나온 베리 스몰 박스는 3번까지만 있으니 10월부터 12월까지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올해 3분기에 알레아 가문의 버건디 여사께서 늦둥이를 낳으셨습니다;;; 이름하야 다있으? 게임...
갑자기 베리 스몰 박스 4번이 생겨서 버건디의 성: 카드 게임을 한 달 앞당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ㅠ
 
룰북을 전날부터 읽었는데 눈에 잘 안 들어왔습니다.
간단하긴 한데 룰북 면이 작아서 뭔가 불편했습니다.
쪽수가 많아져서 룰북을 앞뒤로 넘겨가면서 읽으니까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카드 게임은 보드 게임을 잘 축약했습니다.
구획을 채우는 것 대신에 트리플을 만드는 것으로 바꿨더군요.
수도원은 원래 4번째 프로모 (보드)였는데, 카드 버전에서는 7번째 색깔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트리플을 완성할 때마다 보너스를 주는데, 이걸로 콤보 만드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계마다 받는 액션 카드 6장에 적응이 안 되서 실수로 보고 있고,
보드 게임 버전과는 조금 다른 행동들이 헷갈렸는데요.
중반 즈음 되니까 익숙해졌습니다.
원래 버건디와 같으면서 또 다른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뭔가 짭 냄새도 나고 억지로 우려낸 듯 해서 별로일 것 같았는데 말이죠. ㅎ
 

 
 
게임에 대한 인상
425:
물천사:
쿠웨이트박:
skeil:
 
 
 
 
6. 도미니언: 인트리그 (2판) Dominion: Intrigue (Second Edition)
 
 
늦은 저녁식사 후에 425 님께 인트리그 (개정판)을 맛만 보여 드렸습니다.
도미니언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425:
skeil:
 
 
 
 
돌아오는 주말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