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16년2017. 12. 25. 07:00
"내가 그 마야 놈 집에 가야 하는 건데... 잉잉 ㅠㅠ"
 
 
딥 다크하고 엄격한 후견인인 검은고양이 집에서 룰북을 읽어주고 있는 아가씨...가 아닌 아저씨 물데코. (뭐, 물대포?)
물데코 집에 찾아온 하인 슥희.
 
서로의 승점을 뺏기 위한 그들의 전략이 시작된다.
제목하야, 아. 갇. 씨. (으잉?)
 
 

 
 
거의 3주만에 물천사 님이 돌아오셨습니다. (와~)
저는 전날에 늦게 잠이 들어서 일요일 낮까지 자다가 물천사 님을 만나러 성급히 검은고양이 카페로 달려갔습니다.
일어난지 얼마 안 되어서 비몽사몽.
게다가 배가 고파서 정신이 멍한 상태.
 
4시 반.
물천사 님과 친구분2 님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자마자 저는 아주 빠르게 게임을 고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임은 바로~~~~
 
 
1. 촐킨: 마야의 달력 + 촐킨: 마야의 달력 - 부족들과 예언들 Tzolk'in: The Mayan Calendar + Tzolk'in: The Mayan Calendar – Tribes & Prophecies
 
 
친구분2 님이 룰을 모르셔서 저는 물천사 님이 룰을 설명하시는 시간 동안에 식사를 하러 나왔습니다.
 

그래, 룰을 듣는 거야... 디테일이 오오오옷! (발그레)
 
빨리 후다닥 먹고 들어가니 기본판 규칙을 거의 다 설명하셨더군요.
확장 설명은 할 게 많지 않으니 금방 끝.
 
턴 순서가 저 -> 친구분2 -> 물천사 님이었고요.
제 종족 능력은 아무 때나 자원 대출할 수 있고,
친구분2 님은 기술 트랙 4번째 찍을 때에 아무 거나 선택할 수 있는 종족,
물천사 님은 5가족으로 시작하는 대식가 종족이었습니다.
 
예언은 2쿼터에 옥수수 수확 타일 개수, 3쿼터에 세 신전에서의 총 칸수
그리고 4쿼터는 일꾼의 수였습니다. (쉽게 나온 듯 했습니다. ㅎ)
 
저는 1쿼터에 4가족으로 운영을 하면서 별다른 걸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감점 안 당하게 음식 잘 챙겨오고 뭐, 그정도.
시작 자원으로 신학 트랙 1개 올리고, 수정 해골 1개 받고 시작했던 것 같네요.
두 분은 자원 추출 기술을 계속 올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밥을 너무나 많이 먹는 가족들 때문에 물천사 님이 계속 힘들어하셨는데요.
그래도 감점은 받지 않으셨습니다.
 
2쿼터로 넘어가자 저는 본격적으로 대출을 받으면서 기술 트랙을 조금씩 올렸습니다.
농업과 신학을 각각 2단계까지 올려서 무언가를 준비했죠.
1시대 신전 점수도 벌고 3쿼터 예언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신전 트랙에 좀 투자해서 괜찮은 점수를 벌었습니다.
물천사 님은 대출과 화전의 압박 때문에 신전 트랙에서 내려가셨고 이 때문에 감점을 받은 채로 2시대로 넘어갔죠.
예언은 다들 옥수수 수확 타일 2개로 "0점"으로 선방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3쿼터가 시작되자 친구분2 님과 저는 이첸 이트사에 올라탔습니다.
저는 (새로 태어날 일꾼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무리해서 일꾼 2개를 태우고,
욱스말에 있던 나머지 일꾼들 중 1개가 옥수수 1개를 지불해서 저 멀리 있는 기어에서 수정 해골을 1개 더 구해왔습니다.
 
도중에 장고 (長考)가 아닌 대통에 의한 "장고 (腸苦 ?)"로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전략 하나를 얻어 오게 됩니다.
세 신전에서 전진한 칸수의 총합이 4개였는데, 6칸만 더 가면 예언 보너스 점수가 13점이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첸 이트사에 일꾼 2개가 있고 수정도 2개 있고, 신학 트랙 2레벨까지 올려 놨고,
티칼 기어에 일꾼이 꽤 멀리 갔고...
으아니, 이것은!! (타타... 탁월하게 전략적이십니다!!)
 
이게 되면서 3쿼터에 신전에서 자원도 왕창 가져오고 예언 보너스도 13점을 받으며 점수 차이를 좀 벌렸습니다.
 
4쿼터에서는 마지막 일꾼까지 가져와서 6가족으로 또 예언 보너스 13점을 보장받았는데요.
밥이 부족해서 약간의 감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2라운드를 남겨놓고 제가 기어를 2칸 돌리는 바람에
친구분2 님이 타이밍을 놓쳐서 많이 꼬여 버렸습니다.
하필 일꾼을 빼놓으셨거든요.
 
기념물은 건설하지 못 했지만 예언 보너스를 총 26점을 얻었고,
신전에서 거의 다 메이저 점수를 먹어서 이것만으로도 점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촐킨 확장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해보지 않은 다른 부족들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ㅎ
 

 
아, 사진에 잘 안 보이지만 금 마커가 메탈 마커입니다!
긱스토어에서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갖고 싶네요.
물천사 님에게 나무 마커는 이미 목재고, 금 마커는 금속이니까
돌 마커도 진짜 돌을 깎아서 만들면 좋겠다고... ㅋ
그렇다면 수정 해골도 진짜 수정으로... ㅋㅋ 여섯 개의 수정 해골, 젝스 키스...
 
 
 
 
2. 컬러레또 Coloretto
 
 
물천사 님이 머리 식힐 겸 쉬운 카드 게임을 꺼내셨습니다.
사실은 다음 주에 친구분들하고 여행을 가시는데 그때 가져가서 할 게임이라고 배우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3명이면 재미가 좀 떨어지긴 하는데 룰을 배우시는 게 목적이어서 알려 드렸습니다.
 
처음에 서로 한 장씩 놓고 하고,
자기 턴에 카드를 뽑아서 놓거나 놓인 거 먹거나
이 둘 중 하나만 하면 되는 아주 아주 쉬운 게임이죠.
 
그런데 종료 시의 점수계산 때문에 색깔을 3가지로 집중해서 모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놔두질 않죠. ^^;
그래서 컬러레또가 대표적인 똥칠 게임이라고... ㅋ
 
3명이서 하니까 (한 색깔을 제거하고 했어도) 점수가 잘 나오더군요.
 

 
 
 
 
3. 사무라이 Samurai
 
 
전부터 물천사 님이 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셔서 준비해 갔습니다.
제목만 보면 전쟁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둑"이죠;;;
 
최근에 그림과 피규어가 바뀐 신판도 나왔는데,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구판이 훨씬 더 일본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좋더군요.
피규어는 만들다 만 것처럼 추상적인데, 저는 그런 추상적인 피규어에서 훨씬 더 디테일함이 느껴집니다.
 
이건 딴 얘기긴 한데,
예전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일할 때에 같이 일하던 형이 사무라이 설명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요.
피규어 3종인 모자, 논, 불상을 설명하면서 이게 각각 정치, 경제, 종교라고 스토리텔링하는 거 듣고 말이죠.
이렇게 말해주면 듣는 사람들이 기억하기도 쉽고,
사무라이가 단순히 피규어 따먹기 게임이 아니라 자기들 머릿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더군요.
 
룰은 워낙에 간단해서 가르치기 쉽습니다.
오히려 크니치아 박사님 특유의 "골고루 먹어라" 계산 시스템 때문에 점수계산 설명에 시간이 더 들어가죠.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으나
사무라이, 스플렌더, 메디나 이런 애들은 일단 시작하면 말을 안 하게 됩니다.
입을 털면서 하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 그런 점은 좀 마이너스.
 
모자가 다 떨어져서 게임이 끝났는데요.
물천사 님은 1등한 부문이 없어서 탈락!
첫 번째 점수 비교에서 동점, 두 번째 비교에서 제가 전체 피규어 개수가 1개 적어서
친구분2 님이 승리했습니다.
 

 
 
 
 
4. 티칼 Tikal
 
 
물천사 님이 안 오시는 동안에 한 번 했던 티칼을 물천사 님이 원하셔서 준비해 갔습니다.
두 분 다 모르셔서 설명을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우연찮게 촐킨도 마야, 티칼도 마야 테마의 게임이죠.
촐킨에는 티칼이라는 기어도 있고요.
 
초반에 친구분2 님이 탐사대원들을 왕창 뽑아서 캠프 주변의 사원들로 보내셨습니다.
이것은 흡사 해처리에서 나오는 저글링들...;;;
물천사 님은 보물 사냥;;;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ㅠ
 
첫 번째 화산이 매우 빨리 터졌는데 점수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1, 2점 차이.
그러나 두 번째 화산이 터졌을 때에 친구분2 님이 사원 점수를 많이 얻으셔서 점수가 좀 벌어지기 시작했네요.
 
세 번째 화산 타일이 나오고 점수계산을 했을 때에
물천사 님이 보물 점수만 거의 30점 가까이 되신 반면에 사원 점수는 거의 없으셨습니다.
친구분2 님은 완전 반대셨고요.
 
저는 캠프 놓을 타이밍을 놓쳐서 너무 어렵게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뽑은 타일은 사원 아니면 보물이어서 제 턴에 도저히 캠프를 놓을 수 없었습니다.
명당 자리는 두 분이 이미 차지하셨고요.
이날 이렇게 말리면서 경매 버전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점수 차이가 너무 벌어지자 물천사 님한테 사원 싸움에 뛰어들어달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외로히 친구분2 님을 견제했는데 탐사대원 수도 밀리고, 캠프도 멀어서 견제가 안 되었거든요.
그래서 물천사 님이 뒤늦게 저글링들을 뽑아서 보내셨는데
수에서 압도해서 역전승을 하셨습니다;;;
 
보물이 안전자산이어서 세트가 맞기 시작하면 좋은 득점 루트가 되죠.
사원을 높게 쌓아올리면 좋긴 한데, 경비 세울 수 있는 게 딸랑 2곳만 가능하고
사원을 둘러싼 영향력 싸움에 말려들면 서로 피곤해지고 출혈도 크죠.
 
실력이 비슷해지면 타일 운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다음부터는 꼭 경매 버전으로 진행해야겠습니다.
 

 
 
 
 
5. 보라 보라 + 보라 보라: 주황 신 타일 Bora Bora + Bora Bora: Orange God Tiles
 
 
한달 전 즈음에 물천사 님과 2인으로 했던 보라 보라를 가져왔습니다.
이번에는 주사위 운을 보완해주는 주황 신 프로모 타일까지 넣어서 했죠. (잊지 않겠다, 1 세 개... ㅂㄷㅂㄷ)
 
플레이어가 더블을 굴리면 신 타일 1개, 트리플을 굴리면 신 타일 2개를 받게 되는데요.
이 주황 신은 1개를 사용해서 주사위 눈금을 ±1 할 수 있습니다.
버건디의 성에서의 일꾼 타일과 다른 점은 1에서 6으로, 그 반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고요.
 
지난 번에는 작업 타일에만 초점을 맞춰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저는 사람 타일과 확장 위주로 해봤습니다.
 
친구분2 님은 자원을 주는 사람 타일을 가져가시고 B 단계에서 여기에 초록 신을 써서
자원을 4개씩 쉽게 쉽게 얻어가셨습니다.
자원 얻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하니까 건설이 엄청 쉬워졌습니다.
새로운 거 배웠네요.
 
물천사 님은 지난 번 방법과 비슷하게 플레이하셨습니다.
 
1라운드에서 친구분2 님이 실수해서 작업 타일 완수를 놓쳤고,
2라운드에서는 제가 어려운 작업 타일만 남아서 완수를 못 했습니다.
그래서 작업 9개 완수는 물천사 님만 달성하셨습니다.
대신에, 친구분 2님은 건물 6개 건설과 건설 공간 12개 채우는 걸 동시에 달성하셨고,
저는 오두막 12개 확장만 성공했습니다.
액션을 조금만 더 절약했다면 사람 12명 보유 보너스도 가능했을 텐데,
이게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오두막 확장에 잊어버렸던 장점이 있었습니다.
게임 종료 시에 오두막 옆 물고기 점수 말이죠. ^^;
12개의 섬에 다 놓으니까 점수가 꽤 됩니다.
그런데 친구분2 님이 높은 점수의 섬 몇 개를 막타로 드셔서 제가 10점 정도 뺏겨 버렸습니다. ㅠ
물천사 님이 저와 10여 점 차이로 이기셨네요.
 
보라 보라가 준비하고 정돈하는 게 너무 불편한데, 그 때문에 너무 저평가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러 번 해보니까 나름 빌드 같은 게 보이고,
프로모 타일까지 넣으면 주사위 운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되어서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거든요.
기회 되면 몇 번 더 해보려고요. ㅎㅎ
 

 
 
 
 
게임은 여기까지 했고요.
배가 고파서 맘스터치로 달려갔습니다.
버거를 먹으면서 새로 산 게임 얘기,
초보자들이 게임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등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6월 마지막 일요일 모임까지 끝냈으니 상반기 결산 같은 걸 해야겠네요.
원래 1월에 평일에 놀려고 만든 모임인데,
평일에 모일 사람이 없어서 일요일로 요일을 바꾸면서 현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모임 후기도 (독감 걸려서 못 쓴 4회 후기를 제외하면) 제가 꼬박꼬박 남기고 있어서
저희 모임이 어떻게 바뀌어 오고 있는지 기록되고 있습니다. ^^;
 
거의 매회 오시는 물천사 님을 제외하고 아직 정규 멤버가 없어서
한달에 한 번 꼴로 모임이 폭파되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저희 모임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많이 한 게임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요.
1. 도미니언 17회
2. 도미니언: 인트리그 12회
3.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 7회
4. 몰타의 관문, 촐킨: 마야의 달력 4회
6. 7 원더스 대결, 블러드 레이지, 아그리콜라 3회
 
 
카페에 준비가 되어 있는 도미니언 시리즈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아그리콜라는
제가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가르쳐 드렸습니다.
 
제가 모임을 운영할 때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사람, 장소, 게임 순입니다.
여기에서 "사람"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수준의 게이머,
게임 이해, 게임 설명, 게임 추천 이 세 가지 스킬이 모두 준비된 훈련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모임을 통해서 그런 사람들을 길러내고 모으는 게 제 목표라면 목표죠.
그래서 매번 게임을 바꾸는 것보다 정해진 게임들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해서
그 게임들을 심도 있게 이해시키고 룰북을 안 보고 남 (모임 멤버뿐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겁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과 게임 테이블이나 식사 테이블에서 얘기나눠 보면
주변 사람들과 게임을 같이기 어렵다는 걸 자주 듣는데요.
그래서 저는 보드게임은 꽤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략 게임을 하는 것은 (우리가 몸으로 운동을 하듯이) 두뇌로 운동하는 것과 같죠.
갑자기 몸을 쓰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처럼 갑자기 두뇌를 쓰게 하면 사람들이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단계별로 서서히 끌어올려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뇌를 쓰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거죠.
 
이러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전략 게임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어서
저희 타이레놀 모임의 규모가 조금씩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지고 계신 게임들을 마스터해가는 물천사 님처럼 다른 분들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요.
남은 2016년 6개월 동안에 보드게임 취미를 같이 할 분들을 더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아서 2016년 상반기 성적은 그냥 "C"
그래서 오늘 제목이 I got "C"라능...;;;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