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작을 위해
저는 모임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는 편입니다.
제가 정말 정신이 없는 날이거나 모임 생활에 권태기가 오지 않은 이상은요.
보통 여쭤보는 게 어떻게 보드게임을 시작했으며 어떤 보드게임을 좋아하느냐 등이죠.
사소한 질문일 수 있지만 그 대답을 통해서 그 사람의 (보드게이머로서의) 성향을 가늠할 수도 있고요.
상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 (나이, 가족 등)에 대한 질문이 아니어서 큰 실례를 범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죠.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좋아하실까?"
"어려워하시지는 않을까?"
이런 것들을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계산을 합니다.
모임 활동을 하면서 제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지 못한 분과는
모임에서의 "관계" 형성이 잘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반드시 그랬던 건 아니고요.
처음 몇 번 만났을 때에 이런 의식 (?)을 치르지 못하면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아무튼 모임에 새로운 분이 오실 때마다
저의 보드게이머로서의 시작점도 떠오르곤 합니다.
학교 앞에 있던 작은 보드게임 카페,
그 진열장에 놓여 있던 가면 시리즈 (제가 유독 가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종의 향수랄까요?)
반지의 제왕 협력 게임, A&A... 등등
보드게임카페에서의 일을 처음 시작했던 강남의 한 건물,
어둑어둑했던 탈의실 조명, 카페의 푹신했던 소파...
처음으로 만들었던 모임, 아스피린,
모임 장소가 번번히 말썽을 일으켜 여기저기서 쫓겨나 꽤 많은 장소를 떠돌았던 악몽 같았던 기억들도
아련한 추억 한켠에 남아 있네요.
모임 활동을 하면서 신입 회원들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임이 그 누군가에게 있어 좋은 시작점이 되길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모임에 온 모든 사람이 게이머가 되어 보드게임을 평생 취미로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라도 더 게이머로 성장하고 남길 바라는
제 개인적인 욕심이네요.
우리 모임에 오신 새로운 분들,
그리고 어디선가 새로운 모임을 시작한 그분들을 위해,
이 순간이 아름다운 시작이 되길 바라며...
1. 와이어트 어프 Wyatt Earp
오랜만에 우리 모임에 새로운 분들이 오신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분도 아니고 무려 세 분이나! 그러니까 세 분 원더스!
갑자기 늘어난 인원에 "어떤 게임을 해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점심을 후다닥 먹고 네로에 도착하니 이미 두 분이 와 계셨습니다.
한 분이 425 님, 나머지 한 분은 닉네임이 없으셔서 (가칭) 425+1 님으로 하겠습니다. ㅋㅋ
산토리니를 꺼내 놓으셨는데 한쪽에 치워두셨고요.
한 분이 오고 계셨는데 그때까지 짧게 할 만 한 게임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저는 세 명이니까 진열장에 보이는 와이어트 어프를 잡았습니다.
설명을 해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카드 운이 좋아서 세트도 잘 모이고 "샷!"도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첫 라운드에서 $8,000, 두 번째 라운드에서 $15,000을 더 따서
아쉽게도 세 번째 라운드까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끝냈어야 했는데 포토로 따라오셔서... ㅠ)
하늘에서 접대를 하란 신호였는지
425+1 님에게 뒷심이 무섭게 붙어서 저랑 동점이 되었습니다. ㅠ
마지막 승부차기 (?)에서 제가 "샷!"에 실패하면서 타이브레이커에서 졌습니다. ㅠㅠㅠㅠ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425+1: 상
skeil: 상
2. 임호텝 Imhotep
32회 후기 (링크)에서 제가 "임호레또"라고 드립쳤던 그 게임.
425 님이 들고 오신 여러 게임 중에서 이 게임을 고르셨습니다.
저는 이걸 템포가 빠른 게임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425+1 님이 장고를 하시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식사한지 얼마 안 되었고 잠을 덜 잤더니 졸음이 몰려와서 힘들었습니다. ㅠㅠ
기본 점수는 제가 높았으나
종료 보너스를 계산하니 다른 분들이 뒤에서 쭈욱 따라오시더니 가볍게 역전하시더라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포지션에 컬러레또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중
425+1: 중
skeil: 중
3.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 Saint Petersburg (Second Edtion)
임포텝을 하는 동안에 425 님의 두 번째 친구분 (가칭) 425+2 님이 오셨고 옆에서 구경하셨습니다.
네 명이서 할 게임을 찾다가 425 님이 하고 싶은 게임이 적으신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을 골랐습니다.
규칙 자체는 쉬워서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기기 쉽다고는 말 안 했습니다. ㅋ)
425 님과 425+2 님은 1판은 해봤다고 하셔서
425+1 님께 집중적으로 1판 규칙을 설명해 드린 후에 2판에서 달라진 점을 알려 드렸습니다.
턴 순서가 425+1 (장인) - 425 (귀족) - 425+2 (건물, 교환) - 저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425+1 님이 시작 플레이어이신데 7원짜리 장인을 집고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끼어들어서 진심이신지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진행을 했습니다. (상품 아이콘 1개 먹고 시작하는 건 좋긴 한데요... 그래도...)
그리고 425+2 님이 5원짜리 Market 건물을 구입하시면서 구멍을 하나 뚫으면서
바로 다음 단계에서 425 님이 귀족을 혼자만 가져가셨습니다. ^^;; (처음 하면 이런 게 잘 안 보이죠. ㅎ)
대신에 2라운드에서 425 님이 장인 시작 플레이어이실 때에 장인이 한 장도 안 깔리게 되면서
그 이득이 상쇄되었습니다.
2라운드에서 제가 건물 시작 플레이어일 때에 귀신 같이 Observatory 천문대가 뜨면서 (일부러 안 살 수도 없고 참... ^^;;)
와이어트 어프 때의 실축을 만회하라는 계시인 것만 같았습니다. ㅋ
시장 상품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각자 이길 만 한 것에만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425+2 님은 아이콘이 많은 상품 카드를 가져가셔서
시장 단계에서 수입이 없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5라운드 즈음부터 제 점수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Pub 술집에 10루블 넣고 돌렸고 Czarina 황후 언니가 벌어오는 큰 점수가 있었거든요.
6라운드에서 술집에 10루블 넣고 필요한 귀족들이 따박따박 깔렸고
제가 교환 단계 선이었는데 6원짜리 Abbot 수도원장이 딱 나오면서 (역시 아봇님!)
귀족을 8종까지 모으게 되었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주는 상품 카드를 많이 모았고, 천문대로 두어 장 뽑아놓은 장인으로 루블 차이를 많이 벌려
후반에 점수가 치솟은 것 같네요.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425+1: 상
425+2: 상
skeil: 상
4. 7 원더스 + 7 원더스: 지도자들 + 7 원더스: 도시들 7 Wonders + 7 Wonders: Leaders + 7 Wonders: Cities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하는 동안에 친구 님도 오시고 물천사 님도 오셨습니다.
에피아. 님도 오시는 중이어서.
7인이면? 바로 그것!
타이레놀에서 파티 게임 학과의 교양 필수를 맡고 있는 7 원더스를 알려 드렸습니다.
지도자들 확장은 자연스럽게 기본판인 척 집어넣었습니다. ^^;; (금방 적응됩니다.)
나중에 발견했는데 실수로 길드 카드들 중에 도시들 확장 카드가 1장 들어 있었네요. 으힉!
불가사의 카드를 받았는데 로오오오마!!
지도자 카드를 집어드니 과학 건물 자원 할인?! 일단 잡고.
두 번째 핸드를 집어드니 링크 탈 때마다 +2원?! 이것도 잡고.
이렇게 원대한 과학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양쪽 국가를 보니
왼쪽에 425+1 님이 한니발 (군사력 +1)을, 오른쪽에 에피아. 님이 카이사르 (군사력 +2)를... 죽여... 줘... ㅠ
군사는 버리고 들어오는 과학만 잡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과학을 올렸는데 옆에서 에피아. 님이 눈치를 채시고 몇 장 끊으시더라고요. -_-+
돈이 부족해서 로마 첫 층을 올려서 돈도 받고 추가 지도자들을 받았는데
그 중 3장이 살아 있는 과학 기호!! 야호!!
앞으로 놓을 수 있는 지도자가 4장이어서 그 과학 지도자들을 다 놓을 수 있었습니다. ㅋ
과학 몇 장이 끊겨서 링크 타는 게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게임이 끝나니 이렇게... 게임이 터졌습니다.
제가 얻은 70점 중 62점이 과학.
425+1 님이 가실 시각이 되어서 접으려고 했더니
이따가 가도 된다고 한 게임 더 하자고 하셨습니다. ㅋㅋ (7 원더스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부유한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제 오른쪽에는 심심한 기자.
왼쪽에는 로도스... ㅎㄷㄷ
또 양쪽의 군사력이 짓눌려 기도 펴보지 못하고 쭈구리가 되었습니다.
양쪽 국가들이 돈이 없거나 반대쪽 국가에서 자원을 구입하셔서
돈이 많아야 할 에페소스가 가난했습니다. 아... 망했다... ㅠ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빌드가 되어서 40점 대로 하위권...
옆에서 계속 말렸다를 외치시던 에피아. 님이 70점 대로 1등! (어디가 어떻게 말린 겁니까?! 네?! ㅋ)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425+1: 상
425+2: 상
물천사: 상
에피아.: 상
친구: 상
skeil: 상
5. 슈티헤른 Sticheln
425+1 님은 먼저 가시고 남은 6명이서 제가 가져간 슈티헤른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들고 다녔는데 최근에는 한 적이 없었습니다.
집에서 여러 명이서 할 게임을 찾다가 이게 보여서 준비를 해갔네요.
슈티헤른은 특이한 트릭 테이킹이어서 많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리드 수트를 강제로 따라야 할 규칙도 없고
리드 수트에서 색을 다르게 내면 무조건 트럼프가 되죠.
그리고 자신이 정한 고통의 색깔의 카드를 먹으면 액면가 대로 감점을 먹게 됩니다.
잠깐 방심하고 높은 숫자의 고통의 색깔 카드를 내면 뒷사람들이 똥을 크게 불려서 먹입니다;;; 카레맛 똥? 똥맛 카레?
425 님과 425+2 님이 방심을 하실 때마다
저희가 크고 아름다운 똥을 키워서 드렸습니다. (표정이 매우 어질어질해 하셨습니다.)
저희 모임 사람들이 위저드로 트릭 테이킹에 강하게 단련되어 있어서
낯선 게임이지만 빠르게 적응하셨던 것 같네요.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중
425+2: 중
물천사: 상
에피아.: 상
친구: 상
skeil: 중
6. 낫 얼론 Not Alone
다음으로 5명이서 술래잡기 (?) 게임을 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외계 생명체로부터 탈출하는 게임이었는데요.
제목 들으면 마이클 잭슨 형의 노래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유 아 낫 얼론~♬)
아무튼 각 탈출자가 5곳의 장소 중 하나를 비공개로 선택하면
괴물도 그 장소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괴물과 같은 장소를 선택한 탈출자들이 피해를 받는 식입니다.
정해진 체력 (게임에서는 "의지")이 다 떨어져도 괴물이 트랙에서 더 전진하고
괴물이 탈출자와 만날 때마다 또 전진하고... ㅎㄷㄷ
괴물과 탈출자 마커 중 먼저 도착점에 도착하면 이기는 거였는데요.
첫 플레이에서 괴물이 너무 빠르게 전진해서 이상했는데
룰북을 보니 카드 사용하는 제한을 빠뜨리고 했더군요. ^^;;
그리고 나서 바로 잡고 다시 했는데 이번에는 탈출자들이 너무 안 잡히는 겁니다. ㅋ
끝나고 룰북을 보니 탈출자들도 카드 사용에 제한이 있는데 빼먹고... ㅋ
다음에 다시 제대로 해보기로 해요.
아, 두 번째 게임 도중에 425+2 님이 전화 받고 가셨네요.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상
물천사: 상
에피아.: 중
친구: 중
skeil: 중
7. 아우크스부르크 1520 Augsburg 1520
이날의 마지막 게임은 아욱국이었습니다.
3월의 알레아 퀘스트를 못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아우크스부르크 1520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알레아의 대표적인 흑역사들 중 하나인 이 게임은 미들 박스 3번이고요.
인터랙션이 "이게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짱짱 셉니다.
대놓고 남의 특권을 막 빼앗고 그래요.
테마와 게임이 잘 어우러진 것은 참 좋은데
인터랙션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죠. ㅋ
독일의 부호 푸거 가문이 되어서 고위인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특권을 얻는 건데요.
인물마다 정해진 돈으로만 입찰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특이하게 포커처럼 입찰을 올리는데 자신이 낼 카드 장수를 올립니다.
그리고 남은 자들끼리 카드를 공개해서 가장 높은 탑 카드로 승부를 가리죠.
이 게임은 낚는 걸로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2등, 3등을 하면 자기 카드를 지키면서 돈을 받습니다. ^^
1등은 돈을 버리고 특권을 얻고요.
425 님이 초반에 점수 빌드를 올려서 25점까지 빠르게 도착하셨으나
교회를 건설하지 않으셔서 점수 마커가 앞으로 나가지 못 했습니다.
저는 돈과 카드 빌드를 올려서 자원을 빵빵하게 모으면서 점수를 조금씩 올렸는데요.
제가 뭔가 터질 시점이 되자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물천사 님과 에피아. 님이
입찰에 열심히 참여하고 특권을 얻으면서 제 특권들을 빼앗아 가셨습니다. ㅠㅠ
에피아. 님이 최고오오오급 교회를 가장 먼저 건설하시고
점수 마커를 앞으로 전진시키셨죠.
후반으로 갈수록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아무도 성당을 건설하지 못 해서 45점을 넘어가지 못 하고
45점에 걸친 에피아. 님이 승리하셨습니다.
아욱국 끓이는 동안에 친구 님도 전화를 받고 집으로... ㅠㅠ
게임에 대한 인상
425: 중
물천사: 상
에피아.: 중
skeil: 중
모임을 마치고 새로 오셨던 425 님이 피곤해 하셔서 식사를 같이 못 한 게 아쉽네요.
(10시간 가까이 게임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면 어지러우실 수 있습니다. ^^)
모임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사신다고 하니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
돌아오는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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