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타이레놀은 처음이지?
 
 
최근에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외국인 방송인들이 한국에 와 본 적 없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그 친구들의 여행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쇼입니다.
유튜브에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영국남자",
그리고 케이블 채널에서 외국인들끼리 한국어로 토론하는 "비정상회담"에 이어서
한국말을 잘 하는 외국인들과 한국을 전혀 모르는 외국들을 잘 활용한 (?) 취지도 좋고 내용도 좋은 방송이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정규 편성의 두 번째 호스트가 독일인인 다니엘 린데만 씨였는데요.
철두철미한 독일인의 국민성 + 엘리트성을 갖춘 친구들 덕분에 시청률이 폭등했습니다.
단순한 관광 수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까지 관심을 갖고 의외의 관광지들을 방문하여
역사를 잊고 사는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자기반성을 하도록 만들었거든요.
 
 
좀 뜬금 없긴 하지만 린데만 씨의 인터뷰 중에서 (보드게임을 취미로 하는) 제 귀에 쏙 들어온 내용이 있었는데요.
친구들과 무얼 하면서 노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재미없게 놀아요.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하면서..."
라고 대답한 게 아니겠어요! 그게 왜 재미없어요! 제일 재미있는 거지!
 
제가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걸 하지는 않지만 그쪽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 계시면
다나엘 린데만 씨를 잡아다가 보드게임 프로그램 하나 만듭시다, 제발 좀...
 

 
 

 
 
1. 도미니언 Dominion
 
 
지난 주와 지지난 주에 님프 님이 연속 2회 참가하셨습니다.
이번 주에는 또 다른 신입회원인 하나둘하나둘 님이 오셨는데요. 어서와, 타이레놀은 처음이지?
댁에서 부인과 하시다가 저희 모임에 나오게 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댁에다가는 일요일인데 일하러 간다 하고 나오셨다는...;;
 
이른 시각에 오셔서 저랑 둘이서 게임을 하셔야 했는데요.
하시고 싶은 게임을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자발적으로 도미니언을...?
명성 (?)만 들어 보고 게임을 전혀 모르셔서 기본판,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게임' 왕국 카드 세트로 알려 드렸습니다.
 
게임을 전혀 안 하신 분이 아니어서 이해가 빠르셨습니다.
룰 설명을 드렸더니 금방 알아들으시더라고요. ^^
저는 개조와 은화로 길다란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초반에는 이게 느린 것 같지만 덱이 완성되는 중반부터는 어마어마해지죠.
금화와 시장도 많아서 돈도 많고 속주를 시원시원하게 구입하는 것을 보여 드렸습니다.
 
 
하나둘하나둘 님이 한 번 더 하자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직전 게임에서 제가 한 것처럼 개조와 은화로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한 번 꼬아서 오랜만에 빅 머니 덱을 하기로 했죠.
은화와 대장장이로 시작해서 돈만 주구장창 찍었습니다.
엔진보다 덱이 만들어지는 시점이 빨라서 하나둘하나둘 님보다 빠르게 속주를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후반에 셔플이 꼬일 것까지 대비해서 개조를 덱에 넣고 금화나 속주를 갈아서 속주로 바꾸려고 했죠. ^^;;
 
아무튼 도미니언을 처음 접해 보셨는데 재미있었다고 하셨습니다. ㅎ
 
 
게임에 대한 인상
하나둘하나둘:
skeil:
 
 
 
 
2. 아그리콜라 (개정판) Agricola (Revised Edition)
 
 
쿠웨이트박 님이 도착하시고 셋이서 할 게임을 고르고 있었는데요.
쿠웨이트박 님이 아그리콜라를 가르쳐 드리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하나둘하나둘 님도 마침 배우고 싶어하시는 게임이어서 아그리콜라로 정해졌습니다.
 
시작 플레이어를 정했는데, 어쩌다 보니 하나둘하나둘 님으로 결정되었고 제가 마지막이었습니다. ㅠ
처음 하시는 하나둘하나둘 님을 배려해서 직업과 보조 설비를 5장씩만 드리고 했습니다.
첫 라운드에 '나무 3개' 칸부터 하려고 하셔서 제가 직업을 먼저 내리시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 드렸거든요.
그런데 하나둘하나둘 님의 직업 카드들 중에 '버섯 따는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초심자의 행운이랄까요...;;;)
그것 덕분에 초반에 나무와 음식이 부족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농번기 일꾼'을 음식 2개를 내어 가면서 첫 라운드에서 내렸고, 그 직업으로 음식과 곡식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흙이 계속 잘려서 하나둘하나둘 님과 쿠웨이트박 님이 각각 화로를 가져가시고,
저는 슬슬 음식의 압박이 느껴졌습니다. ㅠ
 
방도 가장 늦게 늘려서 가족 수도 적었고요.
중반부터 쓸 음식 엔진이 없어서 남는 돌과 갈대로 바구니 제작소를 지었습니다.
나무는 여전히 하나둘하나둘 님이 계속 끊어가셔서 저는 울타리 치기에도 굉장히 빡빡했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은 쟁기 덕분에 밭도 빠르게 늘리셨고, '재산 관리인'의 능력으로 남는 돌로 돌집까지 올리셨습니다.
하나둘하나둘 님은 중반까지 굉장히 잘 하셨지만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을 너무 비효율적으로 여러 번 하셔서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저는 나무가 부족하고 가족을 늦게 늘려서 일꾼 숫자도 적어서 농장 보드에 빈 칸이 많은 편이었지만
점수가 있는 설비를 여러 개 내려서 부족한 점수를 메웠습니다.
 
최종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둘하나둘 쿠웨이트박 스케일
3 3 3
우리 1 1 2
곡식 3 4 1
채소 -1 2 4
2 1 1
돼지 -1 1 2
-1 2 -1
빈 칸 -1 -1 -3
울타리 친 외양간 - - -
흙/돌방 4 8 3
가족 12 12 12
카드 4 1 8
보너스 베틀 1 - 그릇제작소 2
구걸 - - -
총점 26 34 34
 
하나둘하나둘 님이 처음 하신 건데 생각보다 잘 하셨습니다.
몇 번 더 하시면 30점 대에 쉽게 도달하실 것 같습니다. ㅎㄷㄷ
 

 

 
 
게임에 대한 인상
쿠웨이트박:
하나둘하나둘:
skeil:
 
 
 
 
3. 오티스 Otys
 
 
물천사 님이 오셔서 오티스를 배워 봤습니다.
예전에 해 봤던 아웃리브와 비슷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인 것 같습니다.
방식은 크게 보면 스플렌더랄까요?
특이한 것은 바다 속에 잠긴 예전 도시에서 물품들을 건져 올리는 것을 살려서 수면 아래에 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층에서 캐릭터에게 일을 시키면 수면 위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층별로 쌓이는 캐릭터 순서를 잘 계산해야 하고, 바뀌는 행동 순서도 신경써야 했습니다.
 
게임은 어렵지는 않은데 저한테는 좀... 번거롭다고 할까요?
인터페이스가 불편해서 손이 많이 갔습니다.
보드 아래로 내릴 때에,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복귀시킬 때에 숫자 칩을 뒤집어야 하는데,
초반에는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는 굳이 뒤집을 필요가 없어 보이더라고요.
보드 아래로 내려갈 때에 자물쇠 아이콘이 보이라고 뒤집는 건데 안 보여도 상관 없더라고요;;;
사이스나 비티컬처의 보드처럼 여러 보드를 붙여서 다른 구성물을 보드의 위나 아래에 고정시킬 수 있게 했는데
신선하긴 했지만 게임 진행하는 데에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 제가 좋아하지 않는 스플렌더의 손을 오히려 들어주고 싶더군요.
그러니까 비슷한 류의 게임이 있다면 굳이 오티스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쿠웨이트박:
하나둘하나둘:
skeil:
 
 
 
 
4. 멕시카 Mexica
 
 
그 다음으로 제가 티칼 다음으로 열심히 밀고 있는 가면 시리즈의 멕시카를 했습니다.
순서는 저 - 하나둘하나둘 - 쿠웨이트박 - 물천사였습니다.
 
전반에는 주로 작은 숫자의 칼풀리 타일들이 많이 나와서 섬을 작게 쪼개야 했습니다.
저는 일단 큰 숫자의 칼풀리 하나를 놓기 위해서 한쪽으로 달려가서 구획을 설립하고 가장 작은 건물을 놓았습니다.
큰 점수를 먹으러 다른 분들이 오실 것 같아서 미끼 하나 놓은 거죠.
그리고는 다른 분들이 설립한 구획들에 쳐들어 가서 건물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은 지난 번에 제가 했던 플레이와 유사하게 설립되지 않은 빈 땅에 건물을 몇 개 박으셨는데요.
나중에 그 건물이 놓인 곳에 구획이 설립될 가능성이 있어서 견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에는 구획 설립을 여러 개 하신 물천사 님이 조금 더 앞선 채로 끝났습니다.
 
후반에는 액션 칩을 모아둔 분들을 의식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제가 시작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제가 불리했거든요.
그래서 큰 건물들을 먼저 놓으려고 했습니다.
작은 건물들이 많이 남으면 제가 갑자기 끝내 버릴 수 있으니까요.
 
전반에 빈 땅에 알박기를 한 쿠웨이트박 님을 응징 (?) 하기 위해서
건물의 네 방향에 운하를 깔아서 고립시켜 버렸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이라며 놀려 드렸습니다.)
제 한 턴을 거의 버리다시피 했고, 그 고립으로 인해 쿠웨이트박 님이 땅면적 1칸에 대한 1점을 가져가시지만
앞으로 배째라 플레이를 못 하시도록 그렇게 했습니다. ^^;; 저는 진짜 배를 째 드립니다...;;;
 
운타 타일을 많이 사용해서 섬의 면적이 많이 줄었고 그 때문에 후반용 칼풀리 타일 중 2개를 버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건물들을 전부 놓은 하나둘하나둘 님 때문에 종료가 격발되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하나둘하나둘 님이 건물이 없다면서 마지막 턴을 버리셨는데요.
한 턴을 써서 멕시카를 시작 칸으로 보냈다면 보너스 5점을 얻으셨을 겁니다.
 
최종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케일 하나둘하나둘 쿠웨이트박 물천사
87 86 77 82
 
후반에 하나둘하나둘 님이 센터에 시작 칸들을 포함한 13칸짜리 구획에 건물을 박으시는 걸 보고
쿠웨이트박 님이 그 구획에 여유롭게 들어가서 멈추셨는데요.
제가 액션 칩까지 써 가면서 남은 칸에 작은 건물들을 촘촘히 박아
쿠웨이트박 님이 건물 놓을 곳을 없애면서 영향력에서 하나둘하나둘 님과 공동 1위로 만들며 13점을 확보했습니다.
이날 제가 한 플레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네요. ㅎㅎ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쿠웨이트박:
하나둘하나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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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타지 마할 Taj Mahal
 
 
마지막으로 한 게임은 알레아 빅 박스 3번인 타지 마할이었습니다.
작년에 알레아 퀘스트를 하면서 3월에 5인플로 했는데요.
타지 마할은 4인일 때에 가장 재미있어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었습니다.
이날은 4인으로 하게 되었네요.
 
저는 초반에 공주 토큰 2개를 연속으로 모아서 3라운드부터 공주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공주 카드 때문에 라운드마다 2점씩 공짜로 먹으니 다른 분들도 공주를 노리셨습니다.
그리하여 제 공주는 두어 번밖에 못 쓰고 다른 분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ㅠㅠ
 
저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습니다.
네트워크로 궁전을 잇는 것이었죠.
카드 비딩도 잘 되어서 필요한 곳에 궁전을 잘 놓았습니다.
반면에 코끼리 상품은 물천사 님과 쿠웨이트박 님이 나눠 가지시는 모양이었습니다.
 
후반으로 가자 점수 차이가 거의 없이 타이트했습니다.
마지막 12번째 라운드에서 쿠웨이트박 님은 먼저 빠지시고 물천사 님과 저만 남은 상황.
저는 궁전 2개를 놓아야 했고, 물천사 님은 코끼리 상품이 필요하셨습니다.
카드 아이콘 때문에 서로 물려 있었는데요.
물천사 님이 카드 비딩을 크게 올리시는 바람에 제가 추가 카드를 내리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습니다.
저는 궁전 1개를 더 놓아야 2점이 더 오를 수 있었는데 아쉽기만 했습니다.
 
물천사 님이 비딩에서 이기신 후에, 먼저 철수하려고 했는데 비딩을 잘못했다고 하시는 말을 들으니 저는 더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물천사 님이 제가 코끼리 상품을 끊을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신 것 같았고,
게임 종료 시에 남은 카드에 대한 보너스 점수도 있는데 그걸 잊어 버리시고 마지막에 카드를 세게 비딩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후반에 쿠웨이트박 님이 카드 보충해 가시는 게 굉장히 신경쓰였거든요.
그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쿠웨이트박 님은 핸드 관리를 잘 하셔서 마지막에 8점을 더 가져가셨습니다.
 
최종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물천사 스케일 하나둘하나둘 쿠웨이트박
45 46 41 47
 
결과론적이지만, 마지막 라운드의 비딩이 달라졌다면 서로 원하는 걸 가져가면서 각자 점수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지요...
공주를 빨리 빼앗기고, 획득한 다른 특별 카드들을 제대로 못 쓴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어쨌거나 5인보다는 4인이 훨씬 더 균형있네요. ^^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쿠웨이트박:
하나둘하나둘:
skeil:
 
 
 
 
돌아오는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