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 게임
보드게임 동호회에서 활동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이도를 계속 올리게 됩니다.
예전엔 어려웠던 게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할 만한 게임으로 느껴지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비(非)게이머인 가족이나 친구와 나 사이에서 큰 간극이 생긴 것을 모르고
그들에게 어려운 게임을 권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나한테는 쉬운데...?'
보드게임 동호회를 통해서 성장한 나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제법 큰 격차가 있죠.
그럴 때에는 내 착각에서 벗어나고 내 욕심을 내려 놓고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보드게임의 세계에서 아직 걸음마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라톤 풀 코스를 뛰라고 하면
(확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업용" 게임이라는 은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두뇌를 워밍업하면서 살살 끌어올릴 수 있는 게임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 것에 대해, 저는 대중성과 게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고전 게임들을 사용하는 편인데요.
보드게임긱에서 투표수를 내림차순으로 정렬하면 좋은 후보자들이 상위에 나타납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누구나 쉽게 배워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장점을 가진 것입니다.
좋은 게임은 그것이 좋게 쓰일 상황이 더 자주 있을 테니까요.
1. 아르낙의 잊힌 폐허들 Lost Ruins of Arnak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8.1 | 투표수 33,207 | 웨이트 2.90
:strip_icc()/pic5674958.jpg)
제가 아르낙의 잊힌 폐허들 영어판을 구입했지만 프로모 카드들을 다 모은 기념으로 가져가 봤습니다.
작년 6월에 제197회 모임에서 그 게임을 한글판으로 했었는데,
틀리게 한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규칙을 다 잡고 제대로 플레이하고 싶었습니다.
이날에 세이토 님과 에테르 님까지 셋이서 플레이했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요.
세이토 님은 수호자를 열고 공포를 받지만 카드를 추방하면서 덱 관리를 하셨고요.
에테르 님은 지난 번에 카드를 구입하지 않아서 졌다라고 판단하셔서
분노의 카드 구입 플레이를 하셨습니다.
저는 연구 트랙을 쭉쭉 올리면서 했는데요.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케일 | 에테르 | 세이토 | |
연구 | 23 + 2 | 6 + 4 | 16 + 4 |
사원 | - | - | - |
우상 | 10 | 12 | 12 |
수호자 | 5 | 5 | - |
카드 | 12 | 26 | 11 |
공포 | -1 | -3 | - |
총점 | 51 | 50 | 43 |
제가 51점, 에테르 님 50점, 세이토 님 43점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두 번째 하는 건데요.
수호자를 두려워 해서 장소를 열지 않아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수호자와 맞짱 뜨면서 대담한 플레이를 하고 싶네요. ㅎㅎ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상
에테르: 상
skeil: 상
2. 토레스 Torres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1 | 투표수 9,425 | 웨이트 2.86
/pic1233375.jpg)
다음으로 제가 가져간 토레스를 했습니다.
가면 삼부작인 티칼, 자바 (신판 제목은 쿠스코), 멕시카의 배다른 형제 같은 게임이 토레스죠.
저는 구판을 가지고 있는데, 신판에 비해서 시각적으로 더 예쁜 느낌이 듭니다. ㅎ
긱에서 검색해 보면 이 게임은 추상 전략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테마가 없지는 않은데 정말 얇게 코팅한 느낌이긴 하죠.
추상 전략 게임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특징을 가져서
사용한 액션 포인트를 세는 것을 제외하면 말 없이 건조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은 가면 삼부작에 비해 훨씬 더 3차원 게임이어서
공간지각력이 떨어지면 엄청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액션 포인트 메카닉 또한 고통...
호불호가 갈릴 요소들을 여럿 가지고 있지만
저는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성이 올라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거든요.
이날엔 제가 처음 해 보는 마스터 카드가 걸려서
성의 높이보다 플레이에 있는 기사의 위치가 더 중요했습니다.
각 페이즈가 종료된 후에 보드에서 대각선 상에 있는 자신의 기사마다
추가 점수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서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어야 하고
게임 종료 시에 대각선 상에 자신의 기사들을 놓도록 판을 설계해야 했습니다.
제가 설계한 게 잘 되어서 추가 점수를 정말 잘 챙겨 먹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상
에테르: 상
skeil: 상
3. 산 마르코 San Marco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2 | 투표수 4,423 | 웨이트 2.68
/pic174180.jpg)
다음은 제가 가져간 영향력 게임, 산 마르코를 했습니다.
토레스와 비교하면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2명씩이라는 거, 퍼블리셔가 라벤스부르거라는 거...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아트워크 담당자가 같다는 겁니다. ㅎ
미술기법 중에 콜라주라는 게 있는데요.
종이나 헝겊을 찢어서 붙이는 방식인데, 이 두 게임 모두 그 방식으로 구현되었죠.
그래서 시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산 마르코는 쉽고 직관적인 영향력 게임인데요.
세 번의 절을 진행하는 동안에 분배자의 고뇌가 재미의 핵심입니다.
여기에서 절은 노래에서 1절, 2절의 그 절입니다. 뇌절은 금지
각 절은 여러 라운드 동안 진행되는데요.
분배자가 미리 정해진 만큼의 행동 카드와 제한 카드를 가져와서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 더미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각 더미에는 카드가 최소 1장은 있어야 하는데요.
분배가 끝나면 첫 번째 선택자가 원하는 더미를 가져가고,
그 다음에 두 번째 선택자가 남은 더미들 중에 원하는 더미를 가져가고,
마지막에 남은 것을 분배자가 가져가게 됩니다. ㅎ
그래서 분배자가 가능하다면 고르게 주려고 고민하죠.
제한 카드는 계속 누적되다가 라운드가 종료되었을 때에
누군가가 제한 카드의 숫자 총합이 10 이상이 되면
그 사람은 그 절에서 빠지게 됩니다.
남은 사람이 둘 이상이면 남은 사람들끼리 한 라운드만 더 합니다.
카드 더미를 가져올 때에 일반적으로 그 더미에 행동 카드가 포함되기 때문에
한 라운드를 빠진다는 것은 페널티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진짜 좋은 더미를 선택했어야죠. ㅎ
추가 라운드까지 하고도 제한 카드 숫자 총합이 10이 안 되는 플레이어들은
추가 점수를 얻고요.
단독으로 제한 카드 숫자 총합이 가장 적으면 추방 1회 보너스도 얻습니다.
추방은 행동 카드에도 있는데요.
그걸 실행하는 플레이어는 실행할 지역을 고르고 주사위를 굴립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영향력 큐브를 주사위의 결과만큼 제거합니다.
대체로 상대의 것들을 제거하지만 제거해야 할 개수가 그래도 남으면
자신의 것을 제거해야 합니다. ㅠㅠ
이날은 추방에서 '1'이 몇 번 나와서 실패~~~~ ㅋㅋ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상
에테르: 상
skeil: 중
4. 카탄 Catan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1 | 투표수 118,218 | 웨이트 2.30
/pic2402525.jpg)
제가 가져간 게임을 다 해서 모임 장소에 있는 게임을 했습니다.
세이토 님과 에테르 님이 영업용 게임들을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탄을 알려 드렸습니다.
초반부터 개발 카드를 엄청 구입했는데요.
이상하게 저한테 승점 카드가 계속 들어와서...;;;
점수가 엎치락 뒤치락 했습니다만
제가 마을과 도시로 6점이 되었을 때에 승점 카드 4장을 공개해서... ㅋㅋ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상
에테르: 상
skeil: 중
5. 카르카손 Carcassonne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4 | 투표수 118,390 | 웨이트 1.90
:strip_icc()/pic2337577.jpg)
다음으로 카탄에 비빌 수 있는 다른 '카' 게임, 카르카손을 했습니다.
메카닉이 엄청 단순하고, 비게이머들이 보기에 그림 맞추기로 보여서
하찮은 게임으로 여겨질 수 있죠.
하지만 이 게임도 전략 게임처럼 빡게임이 가능합니다.
저는 우연히 PC판으로 A.I.들과 하며 개빡치면서
카르카손의 진짜 재미에 눈을 뜨게 되었거든요. ㅋㅋ
이 게임은 영향력 요소가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이 뭔가를 크게 만들고 있으면 옆에 비슷한 걸 만들어서
남의 것을 호로록 빼앗아 먹는 재미도 있고요.
남이 만들고 있는 것에 딴지를 걸어서 완성되지 않도록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미플 개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 저기 놓다 보면 회수가 안 되어서 나중에 점수를 얻을 기회를 잃게 됩니다.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에 미완성 성은 점수가 반토막이지만 미완성 길은 점수를 다 받으니까
남이 성을 만들면 길이 있는 타일을 가까이 대서 완성 안 되게 하는 게 개꿀잼이죠. ㅋㅋ
카르카손은 처음 보면 세상 착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겪어 보면 진짜 악마 같은 게임입니다. ㅎㅎ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상
에테르: 중
skeil: 중
돌아오는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정기모임 후기 > 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4.29] 제216회 안양 타이레놀 모임 기록 (0) | 2023.05.10 |
---|---|
[2023.04.23] 제215회 안양 타이레놀 모임 기록 (0) | 2023.05.03 |
[2023.02.11] 제213회 안양 타이레놀 모임 기록 (1) | 2023.02.22 |
[2023.01.28] 제212회 안양 타이레놀 모임 기록 (0) | 2023.02.08 |
[2023.01.14] 제211회 안양 타이레놀 모임 기록 (0) | 202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