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17년2018. 1. 26. 07:00
그 중에 재판되는 게임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보드게임의 수명, 아니 유행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해 동안 너무 많은 게임들이 출판되다 보니
이슈되었다가 금새 식어버리는 게임들이 대다수입니다.
 
얼마 전에 보드게임긱에서 작년 한해 동안 새 게임을 몇 개 배웠는지에 대한 투표가 있었는데요.
제 기억으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항목이 "10개"였습니다.
보드게임긱은 전세계인이 하나의 장소에 모이다 보니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특정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인기 몰이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10개"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새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 보드라이프에서 모임 때마다 새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
전세계에서도 상위권일 것 같네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재판되는 게임들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엘 그란데 (1995년 출판, 2006년 10주년판 출판, 2015년 20주년판 출판),
푸에르토 리코 (2002년 출판, 2013년 10주년판 출판),
상트 페테르부르크 (2005년 출판, 2015년 10주년판 출판),
아그리콜라 (2007년 출판, 2017년 10주년판 출판 예정)...
이것 이외에도 최근에 티칼이나 멕시카, 토레스, 라, 사무라이, 루이 14세 등도 재판되었거나 재판될 예정입니다.
 
제가 예전 게임들을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냥 옛날 게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재판될 정도로 밸런스가 잘 맞거나 리플레이성이 뛰어나거나 임팩트가 강한 옛날 게임을 좋아하는 거더라고요.
며칠 전에 한자 토이토니카에 대한 질문글이 올라왔을 때에도
그 게임이 액션 기술에 치우져 있다는 댓글을 보고 저는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특정 요소가 게임을 지배해서 매번 똑같이 흘러가는 게임이라면
재판 수요가 많지 않았을 거거든요!
 
올해에도 어김없이 2월엔 뉘른베르크 박람회, 10월엔 에쎈 슈필이 열립니다.
쏟아지는 새 게임들 중에 5년이나 10년 후에 재판될 게임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네요.
 
 

 
 
1.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 Saint Petersburg (Second Edtion)
 
 
모임 게시글에 물천사 님 이외에 반응이 없어서 2인플 게임만 해야겠거니 했습니다만 (물천사 님은 도미니언, 저는 반지 읍읍읍)
기적적으로 아침에 댓글이 달리더니 4인으로 늘었습니다.
물천사 님 오시기 전까지 푹 자려고 일부러 늦게 잤는데... ㅠ
자다 일어나서 빨래 돌려놓고 검은고양이 카페에 갔습니다. 그래서 지각...
이미 Ngel (엔겔) 님이 와 계셨습니다.
약 한 시간 후에 에피아. 님이 오실 예정이었는데 2인용 게임을 가져가지 않아서
카페에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신판을 하기로 했습니다.
 
Ngel 님이 해보긴 하셨다는데 낯설어 하시더군요.
아마도 그림이 바뀌어서...?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하시는 거여서 초반에 살짝 가이드를 해드렸습니다.
다음 단계의 시작 플레이어를 잘 봐야 하는 것, 그것 때문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것 등을요.
 
2인 게임이 엄청 풍족해서 첫 라운드에 약간 무리해서
20루블 큰 언니와 17루블 판사님을 손으로 가져왔습니다.
 
Ngel 님은 8루블짜리 세관을 차근차근 모아서 건물 러시스럽게 하셨습니다.
 
중반까지 제가 장인 카드 수에서 앞서서 돈이 넉넉했습니다.
뒤쳐진 점수를 보완하고자 남는 돈으로 17루블자리 도서관을 짓고, 24루블짜리 짜리나 (여제)로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이거 놓느라 무리했더니 다음 라운드에 장인을 못 사서 Ngel 님이 장인 수에서 역전하셨죠.
 
그러나 이날은 되는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거금 7루블을 투자해서 천문대를 짓고 효과를 써서 교환 카드 더미에서 드로우를 했는데...
"뜨앗!"
그렇습니다. 갓 드로우!
8루블짜리 웨폰 마스터가 떴습니다! ㅋ
 
마지막 라운드 귀족 단계에서 Ngel 님이 귀족을 조금 더 구입하시면서 교환 카드가 깔릴 구멍을 뚫으셨으나...
빨간 카드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운빨 게임...)
 

 
이날 Ngel 님의 어록,
"귀족이 비쌀수록 머리숱이 많네요." 탈모인들이여, 봉기하라!
 
 
게임에 대한 인상
Ngel:
skeil:
 
 
 
 
2. 한자 토이토니카 Hansa Teutonica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끝날 무렵에 에피아. 님이 오셨습니다.
세 명이어서 할 게 딱히 생각나지 않았는데, 에피아. 님이 전날 한자 토이토니카를 하셨다고 해서
또 하시라고...
 
Ngel 님이 처음 하시는 거여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초반에 Ngel 님과 에피아. 님이 빠르게 액션 기술을 올리셨습니다.
액션 기술 올리는 것 대신에 액션 기술 올리는 도시에 영업소를 빨리 놓은 덕분에 4점을 빨아 먹었습니다.
액션을 덜 올리다 보니 자리 싸움에서 밀려서 3액션에서 멈추고 다른 기술을 올렸습니다.
그 후에 Ngel 님은 5액션까지 찍으시고 에피아. 님은 4액션까지 찍고 프리빌리지 (색깔)을 모두 개발하셨습니다.
저는 색깔을 빨간색까지만 하고 다른 분들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 알박기를 하며,
보너스 마커를 계속 모았습니다.
 
저는 티 안 나게 중앙 네트워크를 시도했고, 색깔을 모두 개방한 에피아. 님은 쾰른 테이블을 노리셨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쾰른 테이블에 가장 높은 2개를 박은 에피아. 님.
액션이 풍부한 Ngel 님은 쾰른으로 가는 무역로를 막으면서 에피아. 님을 견제했습니다.
저는 없는 살림에 짜내서 중앙 네트워크를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시간을 더 끌면 질 것 같아서 영업소를 놓으면서 중앙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게임을 끝냈습니다.
Ngel 님은 풍부한 액션으로 열쇠를 제외한 나머지 기술들을 모두 개발해서 보너스 16점... ㅎㄷㄷ
저는 보너스 마커 6개로 10점!
에피아. 님은 쾰른 보너스가 19점, Ngel 님의 쾰른 보너스는 15점... ㅎㄷㄷ
도시 메이저는 비슷하게 했는데, 제가 중반에 열쇠를 하나 열어놔서 연결된 영업소 8개로 16점을 먹으며 승리!
 
3액션으로 4액션과 5액션 플레이어들을 이겼습니다. ㅠㅠ
 
에피아. 님이 하신 전략이 우연찮게 그날 새벽에 보드게임긱의 전략글에서 본 거여서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우연이?)
 

 
한토토가 괜히 재판된 게 아닙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에피아.:
Ngel:
skeil:
 
 
 
 
3. 울름 Ulm
 
 
한자 토이토니카 후반에 물천사 님이 오셨습니다.
4명이어서 물천사 님이 가져오신 울름을 했습니다.
제목만 보고
"울름도 동남쪽 뱃길 따라... 독! 도! 리!"
했는데, 정말 게임 보드에 뱃길이?! (이런 우연이?!) 드립도 막 던지는데 다 엮이는, 되는 날...
 
게임이 진행될수록 성당이 완성된다는 것 때문인지 "대지의 기둥"이 생각났습니다.
플레이어는 턴을 시작할 때에 주머니에서 토큰을 뽑아서 3 x 3 그리드에서 한 줄을 한 칸 밀어내는데,
그 밀린 줄의 세 토큰의 그림이 내가 할 행동이 됩니다.
 
토큰 뽑는 것에 운이 많이 작용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초반에 부동산 투자를 하셔서 여기 저기에 가문 그림을 놓았습니다.
저는 흙수저라 인생 역전하기 위해 조폐국 공무원이 되어
돈 토큰 행동을 실행할 때에 1원씩 더 받았습니다. (엣헴 엣헴)
 
이 돈이 나중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장 행동을 자주 할 수 있어서 마커를 5개나 찍어 두었는데,
중반 즈음에 턴마다 인장 행동 1번이 자동으로 추가되는 라운드가 만들어졌을 때
때마침 인장 3번의 행동이 가능해서 제가 놓은 디스크마다 1점씩 얻는 인장 행동을 3번 모두 해버렸습니다!
이걸로 15점을 얻으며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네요.
 
이 이후에 점수를 먹을 게 없었는데,
또 돈이 많아서 인장 행동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당 카드 3종류를 다 못 모을 줄 알았는데,
누가 버리신 걸 인장 행동으로 하나 퍼오고,
카드를 뽑는 행동으로 마지막 한 조각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조 각...?)
 
게임의 종료 시에 이 완성된 성당 그림으로 18점 추가. (오, 되는 날?!)
 

 
울름은 몇 번 더 해보고 싶네요.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에피아.:
Ngel:
skeil:
 
 
 
 
4. 루이 14세 + 루이 14세: 총아 Louis XIV + Louis XIV: The Favourite
 
 
4명이어서 4인으로 해야 가장 재미있는 루이 14세를 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에 알레아 보물상자 확장에 있는 총아 모듈이 꿀잼인 걸 알아서 그것도 가져갔지요.
 
이걸 몇 번 안 해봤을 때에 "미션 많이 하면 이기는 게임 아닌가?"로 알고 있다가
다른 분이 문장 칩을 다수 모으면서 이기시는 걸 보고 "아니, 저런 방법이?!"
재판되는 게임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바뀔 테마가 개라서 재판이 아니라 개판인데...;;;
 
제가 미션 칩을 잘 모아서 쉽게 이기나 싶었는데,
에피아. 님과 물천사 님이 공급 단계 때마다 문장 칩 받는 미션을 초반에 완수하고,
경쟁이 덜한 문장 칩 뽑는 곳에서 상위에 오르면서 문장 칩을 굉장히 많이 모으셨습니다. ㅎㄷㄷ
Ngel 님은 3번째 라운드에서 미션 칩을 잘못 가져가시면서 말리셨습니다.
 
중앙에서 태양왕의 신임을 얻기 위해 박터지게 싸웠습니다만
15개가 넘는 문장 칩을 뽑은 물천사 님은 강했습니다.
최종 결과는 물천사 님이 42점, 에피아. 님 41점, 저는 40점...
 
 
총아 모듈은 구성물이 별로 없습니다.
그림 토큰 1개랑 플레이어마다 타일 1개씩이 전부인데요.
이게 기본 게임을 탄력적으로 만들어서 굉장이 쫄깃해집니다.
기본판만 하던 루이 14세는 진짜 루이 14세가 아니었습니다!
이게 진짭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에피아.:
Ngel:
skeil:
 
 
 
 
5. 언덕 위 집에서의 배반 Betrayal at House on the Hill
 
 
Ngel 님이 애타게 찾으신 언.집.배.를 가져갔습니다.
알고 보니 1판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건 2010년에 재판된 2판입니다.
 
Ngel 님이 피지컬 좋은 빨간 남자, 저는 반대로 멘탈이 좋은 할배...
초반부터 빠르게 징조 기호가 있는 방이 발견되어서 헌트가 빨리 터지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상층에서 예배당이 발견되자 모두가 스탯을 올리기 위해 윗층에 있다가도 내려오는 사태가. ㅋ
 
몇 라운드만에 헌트가 폭로되고 번역을 아직 다 못해서 번역된 시나리오를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Ngel 님이 배반자가 되어서 서로 시나리오를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Ngel 님의 캐릭터는 미치광이에게 살해당하고 좀비들이 등장하는 호러물.
앞만 보고 걸어가는 멍청한 좀비들이 함정에 푹푹 빠져서 금방 이길 줄 알았는데
미치광이 좀비가 으아아악!
 
결국 모두 좀비가 되었습니다. 꾸우우우웨엑! R.I.P.
 
제 할배는 아이템 셔틀만 하다 죽고...;;;
 

 
Ngel 님 캐릭터를 좀비 피규어로 대체했는데,
여자 유령 피규어로 바꾸신... ^^;;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에피아.:
Ngel:
skeil:
 
 
 
 
모임을 끝내고 넷이서 고기 묵고 헤어졌습니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또 만나요~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