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9년만에 모임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아스피린 모임 하나만으로도 게임 플레이 욕구가 해결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년 나오는 게임의 수가 증가하자
"예전처럼 하면 도저히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작만을 위한 모임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반대로 이전 작품들을 포함해서
게임들을 조금 더 반복해서 플레이해보고 내 스스로 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 나온 게임을 해봤다!"가 아닌, "게임을 여러 번 해봤다!"를 추구하는 것이죠. ^^
아스피린 제1 멀티, 타.이.레.놀!
(참고로, 모임명은 같이 활동하는 ○○ 님이 농담삼아 던진 말을 제가 주워먹은 겁니다. 히히)
아직은 초기여서 홍보도 제대로 못 했고, 둘이 모여서 노는 수준인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말씀해 주세요. ^^
두 사람 활동 공간이 안양에서 겹치기 때문에 안양에서 모이기로 했고요.
보드게임 카페가 몇 군데 있지만 가장 최근에 생겼고
반지의 전쟁을 펼칠 수 있을 만큼 (이거 중요해! ㅋ) 큰 테이블이 있는 곳을 모임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그 전에!
두두둥!!!
그렇습니다. (단호)
먹고 시작해야죠. ㅡㅅㅡ/
일단, 한 무한리필 고기집을 방문해서 고기들을 파.괘.한.다. (먹어서!)
두꺼운 정도가 아닌 두터운! 고기들을 한 번만 썰어서 먹어주었습니다. (나의 피와 살이 되어랏!)
먹는 동안에 계속
"먹는 것도 행복하고 게임하는 것도 행복한데, 시간이 자꾸 가~ ㅠㅠ 잉잉"
하지만 고기를 손에서 놓질 못하는 두 사람.
그렇게 한 시간 반 동안 쳐묵쳐묵... ㅎㅎ
어렵사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에 또 와주리!)
근처에 있는 고양이 간판 보드게임 카페로요.
항상 앉던 그 테이블에 (고기 냄새를 풀풀 풍기며) 앉았습니다. (페X리X로도 막을 수 없는 그들의 향기.)
아무튼 희열이 고~ Here we go~
1.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Grand Austria Hotel
첫 번째 주자는,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인지 오스트리아 그랜드 호텔인지 자주 헷갈리는 그 게임입니다.
작년 11월 즈음에 구했지만 방구석에서 푸~욱 묵혀 두었죠.
심지어 펀칭은 이날 이곳에서 했습니다. (다행히 다이컷이 잘 먹어서 펀칭이 잘 되더라고요. 굿!)
새 깃털같은 날림 설명을 드리고 바로 시작.
랜덤 픽 했는데 선 턴을 잡게 됐습니다.
그러나 나는 돈이 말리고, 인간늑대 님은 황제 트랙과 돈을 함께 올리는 사기 스태프를 고용하며 이미 게임은... (저는 오스트리아가 싫습니다. ㅠ)
설명을 잘못 하고 넘어간 바람에 3라운드 종료 시에 페널티를 먹으며 서서히 침몰. 으으으
더블 스코어로 종료. (이겼다곤 말 안 했습니다.)
나중에 몇 번 더 해보기로 했고요.
둘이 게임 끝나고 나눈 얘기는
1. 아그리콜라처럼 시작 전에 (매직 더 개더링 용어) 멀리건이나 드래프트를 해서 스태프 카드의 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
=> 제가 시작 스태프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변명이죠. ㅎ)
2. 턴 오더가 바뀔 순 없을까?
=> 디자이너가 뭔가 의도한 게 있을 것 같은데, 변동 턴 오더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플레이어들끼리도 서로 답답한 느낌이 있네요.
2.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 Saint Petersburg (Second Edition)
리뷰는 여기요: http://mountedcloud.tistory.com/286
저희 둘 모두가 좋아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2판입니다.
1판은 가볍게 기계적으로 한다면 2판은 시장 페이즈 때문에 좀 더 박터지게 싸우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2판을 2명이서 하면 시장 페이즈가 좀 애매해집니다.
왜냐하면 적게 투자해도 각 상품에서 2등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몇 번 해보다가 제가 제안한 하우스 룰이 있는데, 그걸 도입해서 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2판을 2인으로 할 때에만 쓰고 있는 하우스 룰이에요.
매 라운드 시작 시에 (가상의) 제3의 플레이어 마커들이 각 상품 줄에서 1칸씩 올라갑니다.
그래서 시장 페이즈에서 세 플레이어가 경쟁하는 것처럼 됩니다. ^^
초반에 장인과 상품 카드로 이득을 좀 봤으나 인간늑대 님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택스맨을 가져가면서
수입에서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저는 미래를 내다보며 (사사... 사람이 미래다;;; 하지만 곧 해고당하리라) 귀족들을 꾸역꾸역 깔았습니다.
이걸로 잘 버티나 싶었는데...
역시나 수입 차이를 무시할 수 없더군요.
5라운드 째였던가, 인간늑대 님이 건물들을 쭉쭉 건설하고 옵저버터리로 귀족도 데려가면서
점수 차이가 줄어드는 게 보였습니다.
점수 계산을 마치자 3점 차로 역전 패. ㅠ
제 손에 남은 슈스케가 아닌 슈스짜 (슈퍼스타 짜르!)는 웁니다. 이놈이 아니라 이분 때문에 -5점.
제가 후반에 욕심내서 이걸 가져왔는데 짜르 앤 카펜터가 나오지 않으면서 망... ㅠ (왜 먹질 못하니!)
하지만 쫄깃쫄깃하게 좋은 경기였습니다.
3. 임펄스 Impulse
요새 제가 밀고 있는, 이노베이션 작가 칼 초딩 츄딕 씨의 (무려!) 4X 게임, 임펄스입니다.
그의 기존 작품들처럼, 임펄스도 직관적이지 않고 난해해 보입니다.
몇 번 반복해서 해보니까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길이 보이더군요. ㅎ
(디자이너인 칼 츄딕 씨랑 몇 번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룰을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카드와 개인 보드에 영어가 좀 있지만 쉬운 수준이라 몇 번 해보면 금방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전도 (?)하려면 결국 한글화 자료를 만들어야 할 것 같긴 하네요.
3인이 베스트인데, 2인이나 4인도 괜찮습니다. (해보니까 2인보다는 4인이 더 나은 것 같아요.)
2인 게임에서, 전투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는... ㅠ
이날도 전투에서 블러핑 한 번 해보려다가 한끗차로 밀려서 제 크루저들이 파괴되기 시작하더니 제 본진 앞까지 내주게 된 사태가. 엉엉엉
엘리당할 위기였으나 인간늑대 님은 자비로우셔서 (?) 승리 자축 세러모니까지 보여주시며 끝을 내셨다는... 껄껄껄
이렇게 세 게임을 하고 끝났습니다.
다음 모임에도 재미있는 게임들을 하고 싶네요.
다음 주에 두 번째 타이레놀 (?) 모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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