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16년2017. 12. 27. 07:00
서기 20XX년, 근미래.
 
화려하거나 또는 비밀스러운 손기술 (?)에 의해 보드게임 진행이 황폐화되고
 
그러한 플레이어들을 감시하고 잡아내려는 영웅들이 세계곳곳에서 모이게 되었다.
 
고의적이거나 실수에 의한 에러플 (?)을 잡아낼 그들을 우리는
 
오류워치
 
라 불렀다...
 
새로운 손기술은 언제나 환영이야
 
 
 
 
장마는 어디로 가고 땡볕에 타죽을 것처럼 더운 일요일.
무려 오오오오인플을 위해 검은고양이 카페로 후다닥 뛰어갔습니다.
그곳엔 이미 세 분이 와 있었습니다만
저는 인사를 제대로 할 틈도 없이, 바로 전날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일을 했습니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아예 세 분이서 게임을 하고 계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1. 미니 빌 Machi Koro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 중인 에피아. 님,
그리고 새로 오신 로이 님,
수원 모임이 쉬는 날이어서 멀리서 원정 오신 륜찡 님.
 
세 분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게임을 하고 계셨습니다.
 
 
 
 
2. 더 보스 + 더 보스: 5-6인 확장 The Boss + The Boss: 5-6 Player Expansion
 
 
륜찡 님이 가벼운 걸 먼저 하자고 하셔서 가져오신 이 게임을 했습니다.
저는 물론 해봤지만 너무 예전에 해봐서 기억이 흐릿한, 더 보스.
블러핑과 디덕션이 섞여 있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
 
륜찡 님이 열심열심 설명하시고 혹시나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면 룰북 읽고 고쳐가기로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블러핑 요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취향이에요. ㅋ)
언제부턴가 잘 모르겠지만
'음... 뭔가 유치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 게임에 대한 평가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까
언젠가 블러핑 게임이 좋아지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초반에 작은 조직원들을 아끼느라 큰 조직원들만 가지고 게임을 했더니
머릿수가 부족해서 가는 곳마다 털리는 겁니다. ㅠ
첫 번째 라운드였던가?
상대 조직의 맛있는
 

칼빵
을 맞은 제 조직원 한 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ㅠ
 
그리하여 우리 조직은 단결력을 보이기 위해 그가 퇴원할 때까지 잠잠히 지내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라운드가 시작될 때에 우리 조직원이 마침내 퇴원했습니다.
 

병원에서 나오는 그를 환영하고 있다
 
저의 모두부파 조직원들은 병원 앞에서 두 줄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뭔가를 보여주자, 아그들아!"
조직원들을 독려하며 활동을 재개했지만 제가 룰을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작은 조직원들을 써보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 망했다. ㅠ)
 
확률적으로 그 세 번째 라운드에 게임이 끝날 가능성이 높았는데
정말 다행으로 다른 색깔의 경찰 배지가 나와서 다음 라운드까지 갔습니다.
 
저는 실수로, 작은 큐브들을 하나도 못 쓰고 남겨놓았고
병원에 실려가거나 감옥에 있거나 죽은 큐브가 없어서
처음 시작할 때 큐브들을 온전히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 것을 보니 반 정도만 남았더군요.
 
마지막에 알카포 덕을 좀 봐서 짭짤하게 많은 돈을 챙기고
역전승을 했습니다.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습니다. 저조차도요. ^^; (초반에 꼴찌였는데.)
 

이것이 모두부파의 단결력
 
 
아, 게임 초반에 로이 님이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튕기시는 바람에
큐브 하나가 진열된 카드 위로 올라갈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능력자가 나타난 거죠. ㅋ
궁극기가 준비되었습니다.
 
 
 
 
3. 엘 그란데 10주년 판 El Grande Decennial Edition
 
 
다른 분들이 게임을 못 고르셔서 제가 안 고르시면 엘 그란데 하겠다고 해서 결국 엘 그란데가 당첨되었습니다.
저는 무척 좋아하는 게임입니다만, 엘 그란데가 인터랙션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직접적이어서
플레이어들끼리 마음 상하기 쉬운 게임입니다.
 
예전에 여기 커뮤니티에서도 얘기했지만, 워 게임과 영향력 게임이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총칼이 눈에 안 보일 뿐이지 전쟁이나 다름 없습니다.
게다가 점수계산을 하기 전까지 세밀하게 세어보지 않으면
실제 1등이 누구인지를 놓쳐서 엉뚱한 사람을 방해해서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서로 실력이 비슷하지 않으면 하수가 캐스팅보트를 쥐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하수한테 잘못 보이면 그가 나를 계속 물고 늘어져서 게임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죠.
"왜 날 계속 견제해요?!"
"그냥 잘 하실 것 같아서요.", "게임 많이 해보셨으니까요." 등등.
 
 
저를 제외하고 다들 처음이셔서 기본판 규칙으로 진행했습니다.
커다란 보드에 비해 룰은 엄청 간단합니다.
 
1. 배치할 때에는 왕 지역의 인접 지역에만 놔라.
2. 왕 지역은 건드리지 마라.
 
 
초반에 도원결의 급의 동맹이 있었는데 금새 깨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ㅋ
물천사 님이 특별 점수계산 카드로 큰 거 하나 드시는 바람에 앞으로 치고 나가셨습니다.
다들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냐고 하자, 물천사 님이
"제 기준에는 이게 균형입니다."
라는 망언을... ㅋ
 

4라운드 직전 상황
 
 
중반에는 역시나 물천사 님이 독주 모드였고,
에피아. 님 (갈색)이 갑자기 부흥하고, 센터에 몰빵하신 륜찡 님이 점점 쇠퇴했습니다.
륜찡 님이 아직 게임 경력이 짧으셔서 영향력 게임에서의 원칙을 잘 받아들이지 못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에 몰빵하지 말고 여러 곳에 턱걸이 하라"
말씀을 드렸는데 쿨하게 냠냠;;; ㅠ
 

7라운드 직전 상황
 
 
로이 님은 륜찡 님의 까바예로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뉴 캐슬에 다수의 까바예로를 투입하셔서 메이저리티를 얻으셨습니다.
게다가 특별 점수계산 카드가 여러 번 걸려서 (8짜리 이동 점수 보드가 깔린) 뉴 캐슬을 통해 엄청난 점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센터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왕 마커가 들어오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셨던 에피아. 님이
로이 님 (초록색)의 등에 올라타서 (세 번째 메이저리티로) 점수를 꽤 챙기셨습니다.
 
모두의 관심은 '과연 역전이 일어날 것인가?'였는데요.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게임 종료 상황 돌려돌려 돌림판~~~~
 
물천사 님 (파란색)이 간발의 차이로 1위를 지켜내셨습니다.
 
막판에 까스티요에 있는 제 큐브 개수를 잊어버려서 엉뚱한 곳을 지정했는데,
그것 때문에 꼴찌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며 검소하게 살아가던 제 동네에 왠 외지인들이 몰려와서 난장판을 만들어놨네요.
"동네에 이게 뭔일이래~~"
 

와따시와 다시다다...
 
 
 
 
4. 7 원더스 7 Wonders
 
 
륜찡 님이 많이 지치셨는지 말랑말랑한 게임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말랑말랑한 거 어떤 거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자
"피치 카요!"
'음, 피치 카라...'
 
제가 피치 카 선택에 난색을 표한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5인플이 가능한 게임을 4개 준비해 갔는데요.
아직 하나밖에 못 했습니다. (다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고 2개만 하려고 했죠.)
당시 시간이 7시가 넘어서 게임 2개 정도 더 하고 집에 가야 할 시각이었습니다.
 
피치 카야, 너무나 직관적인 게임이어서 상자만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죠.
그러나 준비와 정돈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게 플레잉 타임이 계산되지 않은 게임을 덥썩 골랐다가
게임이 계속 늘어지면 그게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모임 시간이 다른 모임에 비해 짧은 저희 모임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이 덱스터리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셔서
'저희 기준에서 말랑말랑한' 7 원더스를 골랐습니다.
(그날따라 물천사 님의 메탈 코인이 말랑말랑하게 느껴졌습니다.)
 
 
예전 모임 후기에서도 썼지만,
룰을 귀납적으로 배울 수 있고 연역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경력있는 분들은 룰 설명만 듣고 그 게임을 파악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PC나 콘솔 게임의 튜토리얼처럼
옆에서 해주는 지시를 따르면서 익히기도 합니다.
전자가 연역적인 것이고, 후자가 귀납적인 것인데요.
 
물천사 님은 7 원더스를 설명하실 때에 귀납적으로 하시는데요.
저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에게 한 장 고르고 나머지 넘기고 나서 기다리라는 것만 알려줍니다.
그리고 고른 카드를 플레이하고 같은 것을 6번 반복하게 하죠.
색깔, 건설 비용 등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6턴을 진행하고 군사 충돌까지 진행한 후에 자신들이 골랐던 카드들의 의미를 설명해주면
플레이어들이 그때부터 빠르게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비용 문제는 룰적으로 틀리게 진행했겠지만
그 건물이 건설이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알려주면 건설 비용에서 자원의 의미를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 시대만 해보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거죠.
 
연역적인 방법만 하던 저에게는 문화 충격이지만
효과가 더 좋다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
 
 
첫 게임은 기본판만 가지고 했습니다.
제 왼쪽에 물천사 님이, 오른쪽에 륜찡 님이 계셨는데요.
군사는 륜찡 님한테만 이기자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첫 시대에는 다른 거 하느라 군사 건물을 건설하지 않아서 2패했습니다만.)
 
상업 건물과 길드 건물이 잘 들어왔고,
민간 건물로 도배를 한 륜찡 님이 민간 건물마다 1점 보너스를 주는 길드를 넘겨주셔서 덕분에 큰 점수를 쉽게 벌었습니다.
 
51점으로 이겼던 것 같은데.
 

 
 
 
 
5. 7 원더스 + 7 원더스: 지도자들 7 Wonders + 7 Wonders: Leaders
 
 
두 번째는 리더 확장을 넣고 했습니다.
룰이 크게 바뀌지 않아서 거의 기본판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쉬운 확장이죠.
이정표가 되어줄 지도자 카드들에 대한 설명을 해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로이 님이 로마 B면을 하셨는데, 그 양옆의 속주들 - 에피아. 님과 물천사 님이 부러웠습니다. ㅠ
저는 평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로도스여서, 지도자도 카이사르를 잡고 (?) 중고나라처럼 평화롭게 진행했습니다.
 
군사 충돌 토큰은 만점이었지만 다른 득점이 저조했습니다.
이번에도 민간 건물은 륜찡 님이 흡입을 하신 바람에 겨우 2장 건지고.
대신에 길드 카드가 잘 들어와서 양쪽 상업 건물에 대해 8점 정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학 심볼 하나가 빠져서 망했는데,
우연찮게 물천사 님이 제가 필요한 과학 심볼을 주는 지도자 (유클리드였던가?)를 가지고 계신 것을 발견해서
제 코르티잔 길드로 복사해 왔습니다! 세트 완성! (소오오오름이! ㅋ)
 
제가 60점대 초반이 나왔지만 다수의 점수를 주는 지도자들을 많이 거느리신 로이 님이 72점으로 승리하셨습니다. ㅠ
 

 
 
 
 
6. 한자 토이토니카 Hansa Teutonica
 
 
완전 말랑말랑한 7 원더스를 마치고, 마지막 게임으로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한자 토이토니카를 골랐습니다.
제가 최근에 계속 밀고 있는 게임이고요.
제 기준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만큼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진행 방법은 다릅니다만 엘 그란데만큼 인터랙션이 어마어마하게 큰 게임이죠.
 
몇 주 전에 에피아. 님께 설명을 드린 적이 있는데 룰을 몇 가지 잘못 알려드린 게 있어서 같이 설명 드렸습니다.
 
제가 시작 플레이어였는데, 제가 가장 먼저 "3" 액션에 도달했고, 뒤따라서 다른 분들도 "3" 액션을 만들었습니다.
륜찡 님은 초반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신 바람에 (재배치를 통해 2개를 움직이면 액션이 절약되는데 2개를 놓아서) "3" 액션을 너무 늦게 만드셨습니다.
나중엔 로이 님과 함께 액션 스킬을 계속 올리셔서 "5" 액션까지 도달하셨습니다.
 
남부에선 저와 물천사 님이 자리 싸움을 계속했고, 북부에선 에피아. 님이 쉽게 여러 스킬을 올리고 계셨습니다.
제가 "4" 액션까지 올리고 영업소를 열심히 설치했는데 낭비되는 액션이 많았는지 생각보다 영업소를 많이 설치할 수 없었습니다.
 
게임은 로이 님이 보너스 마커들을 싹쓸이하면서 보너스 마커 부족으로 끝나버렸습니다.
 
만렙 찍은 스킬이 2개여서 +8점, 보너스 마커 5개로 +6점 등을 얻으신 로이 님이 약간 큰 차이로 1등 하셨습니다.
끝나기 직전에, 2칸짜리 루트 양끝 도시에 자신의 영업소를 설치하고 그 루트 점유를 여러 번 해서
턴마다 2점씩 올리신 물천사 님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거 배웠네요. ^^)
 

 
 
"5" 액션 찍으신 분들이 자기 턴에 장고하시느라 잊어버리고 몇 액션 했는지 다른 분들한테 자꾸 물어보셔서 제가 약간 짜증을 냈습니다.
"액션할 때마다 '몇 액션'이라고 말씀하면서 하세요. 속으로 세시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아니면 편 손가락 하나씩 접으면서 하세요."
 
로이 님은 순간적으로 집중을 잘 하시는 것 같은데,
무역로를 점유한 마커들을 자꾸만 개인 서플라이로 가져가셔서 계속 잡아내느라 힘들었습니다;;;
궁극기가 준비되었습니다.
 
륜찡 님은 분명히 마커 1개씩 3번 놓으셨는데
"2액션~"
이라고 하셔서 제가
"3액션 아니에요?"
라고 물어보고.
궁극기가 준비되었습니다.
 
제가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11시가 넘은 시각.
모두들 저녁을 먹기 위해 맥도널드로 뛰어갔습니다.
멀리서 오신 륜찡 님은 차 시간에 촉박하셨습니다만 같이 가서 버거를 주문해 가셨습니다.
 
2층에 올라가서 남자 넷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곰팡맨 님 동영상 -> 잭윌슨 님 -> 18XX 시리즈 -> 마마츄 (마이티, 마작, 티츄) -> 대학생 대회 -> 보드게임콘 등.
 
 
돌아오는 주에 로이 님과 물천사 님이 오신다고 해서 17일 모임은 폭파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로이 님은 댁도 가까워서 레귤러 멤버가 될 가능성도 크고.
 
아! 로이 님이
"저 도미니언 잘 해요."
라고 말씀하셔서 물천사 님과 저는 오오오옷! (+o+)
기본판만 해봤다고 하셨지만 (이미 뱉은 말 어쩌겠습니까. ㅋ)
다음 번에 붙어보도록 하죠. ㅎㅎ
 
 
새로운 도발은 언제나 환영이야!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