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 바디스
 
 
2016년에 시작한 타이레놀 모임이 만 3년을 채웠습니다.
주변에 크고 작은 모임들이 많아서, 그 틈 사이에서 저희 모임이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을지 걱정이 많았는데요.
다행히도 그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커 가는 듯 합니다.
 
모임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옵니다.
사람은 정말 다양하다는 걸 새삼 느끼죠.
저희가 보드게임 카페에서 모임을 하고 있고, 게임을 배우길 원하시는 분들이 있다 보니
저희 모임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장소를 쓰고 있는 “네로”는 비보드게이머 대상으로 영업을 합니다.
간혹 게이머들이 와서 알아서 놀다 가는데, 절대 다수는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보드게임 카페도 사정은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게임, 더 어렵고 복잡한 게임을 보드게임 카페에서 설명을 못 해주기 때문에
그런 게임을 원하는 분들이 결국 보드게임 동호회에 유입되죠.
 
유입된 사람들은 둘 중 하나가 됩니다.
보드게임 동호회원이 되거나, 또는 원하는 배우고 싶은 게임이 있을 때에만 찾아 오거나.
후자인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면 동호회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게임 설명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더 느끼고요.
게임 설명을 하느라 공용 자원인 모임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난이도를 맞춰 주기 위해서 누군가는 원치 않더라도 어떤 게임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모임 회원으로 남을지 아닐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모임에서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셈이죠.
한 사람의 회원을 키워내기 위해서요.
하반기에 저희 모임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피로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긴 합니다.
 
’우리는 안양의 보드게임 동호회인가, 아니면 안양의 보드게임 카페가 못 하는 일을 처리하는 팀인가?’
타이레놀 모임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길이 어디고, 우리는 2019년에 어디로 갈지를 말이죠.
 
 

 
 
1. 7 원더스 대결 7 Wonders Duel
 
 
Dogma87 님이 약 1년 반만에 들러 주셨습니다.
둘이서 할 게임이 마땅치 않았는데요.
Dogma87 님이 7 원더스 듀얼을 고르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많이 해 본 편이 아니라 자신이 없는 게임인데 말이죠. ㅠ
 
1시대에 어쩌다 보니 상업 건물들을 Dogma87 님에게 많이 빼앗겼습니다.
카드 운이 그렇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과학 건물을 모으려고 했는데, 한 종류는 안 나왔고 한 장이 끊겼습니다.
 
2시대에는 Dogma87 님이 군사로 밀고 들어오셔서 그걸 막느라 고생했습니다.
제가 같은 과학 기호를 모아서 “신학” 진보 토큰으로 제 불가사의들에 추가 턴 효과를 달았습니다.
과학을 더 모으려 했으나 제가 필요한 과학 건물을 Dogma87 님이 불가사의 밑에 넣으셔서 과학 승리는 불가능해졌습니다. ㅠ
 
3시대에서 군사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와서 뒤늦게 점수를 긁어모으기로 했습니다.
점수가 높은 민간 건물들을 지었고 불가사의 4개를 모두 건설해서 Dogma87 님이 불가사의 하나를 못 지으시게 만들었습니다.
제 불가사의 중 피라미드는 제가 정말 안 좋아하던 것인데 이날 그 상황이 되니 “9점”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ㅎㅎ
그리고 할리카르나소스로 같은 과학 기호를 모아서 “철학” 진보 토큰으로 “7점”을 벌었습니다.
 
상업 건물 개수에서 밀려서 엄청 가난하고 힘든 게임이었는데요.
총점을 계산해 보니 제가 승리했더라고요. ㅎ
 

 
 
게임에 대한 인상
Dogma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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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지의 제왕: 컨프론테이션 Lord of the Rings: The Confrontation
 
 
그 다음에 Dogma87 님이 예상 외의 게임을 선택하셨습니다.
평소에 좋아하신다는 반지의 제왕: 컨프론테이션...
네로에는 신판이 있고, 저는 구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판으로 나오면서 구성물 디자인이 바뀌고 확장 캐릭터들이 들어 있죠.
 
Dogma87 님이 악의 편을 원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초반에 피핀으로 공격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보낸 건 프로도였습니다...;;;
산으로 공격해서 옆으로 후퇴도 못하고 제 스스로 외통수를 만들어 바로 패배했습니다.
구판은 그림이 덜 헷갈리게 피스마다 이름이 적혀 있는데 신판은 그림만 덜렁 있네요.
그 인터페이스 때문에 제가 정말 할 맛 안 나게 만드는 실수를 저질렀죠.
 

 
 
Dogma87 님이 확장 캐릭터를 넣고 한 번 더 하자고 하셨습니다.
확장으로 다 교체를 하니 선악의 플레이 양상이 뒤집어지더군요.
악은 승리와 관련된 캐릭터를 숨겨서 보내야 하고 선의 편은 그걸 잡으려 하게 됩니다.
 
그리마가 기본판의 피핀처럼, 공격하면서 찔러 보고 빠지는 효과가 있어서 굉장히 성가셨습니다.
나중에 후퇴 못하게 퇴로를 막고 전투에서 죽였습니다.
 
제가 캐릭터들을 너무 전진배치를 했더니 샤이어에 가까이 온 캐릭터를 이길 방법이 없어서 패배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Dogma87:
skeil:
 
 
 
 
3. 도미니언: 인트리그 Dominion: Intrigue
 
 
도미니언을 하자고 말씀 드렸더니 인트리그를 가져 오셨습니다.
도미니언 기본판을 안 사고 인트리그를 샀다고 하시더라고요.
Dogma87 님이 랜더마이저로 10종류를 고르셨습니다.
 
저야 도미니언을 많이 해 봤고, 특히 2인 게임이 최적화되어 있어서 Dogma87 님이 게임을 하시면서 부담감을 느끼신 듯 하더라고요.
2인 게임으로 안 하시고 (시간이 더 걸리는) 다인 게임으로 즐기셨나 보더라고요.
 
 
저는 Ironworks 철공소와 은화로 시작했고요.
빠르게 5원을 만들어서 Trading Post 교역소로 덱을 줄여 나갔습니다.
그리고 Shanty Town 빈민가와 Pawn 졸개, 다수의 Minion 하수인으로 엔진을 완성했죠.
졸개로 1원을 올린 다음에 하수인으로 2원을 선택하거나 핸드를 돌리면서 운영했습니다.
그걸로 속주를 5장을 구입하고 승리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Dogma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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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버건디의 성들 The Castles of Burgundy
 
 
도미니언이 끝나갈 때 즈음에 딸기 님이 오랜만이 오셨습니다.
Dogma87 님이 접자고 하시는 걸 딸기 님이 구경하겠다고 하셔서 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3명이 할 게임으로 아그리콜라와 버건디의 성을 추천해 드렸는데요.
두 분이 버건디를 선택하셨습니다.
제가 설명을 드리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딸기 님과 저는 선박으로 상품과 턴 순서 싸움을 했고, Dogma87 님은 동물과 성을 주로 가져가셨습니다.
동물 점수가 잘 터지면서 Dogma87 님이 크게 앞서가셨죠.
 
딸기 님과 제가 은광을 가져가면서 중반부터 힘이 실렸습니다.
암시장을 이용하기 편해졌으니까요.
저는 6칸짜리 도시 영역 2세트가 승리의 열쇠라서 도시 타일을 잘 가져가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지식 타일은 패시브 효과보다는 추가 승점을 주는 것들오 선택했고요.
 
E단계에서 제기 턴 순서가 먼저여서 Dogma87 님이 필요한 도시 타일 종류를 끊어 먹고 버려 버렸습니다.
한 턴 동안에 시장 타일 2개를 가져와서 제 한 턴을 그냥 버린 셈인데요.
그것 때문에 Dogma87 님이 8칸짜리 도시 영역을 완성하실 수 없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시는 딸기 님은 “재밌다”, “재밌다”하고 계셨습니다...;;;
 
기본 점수는 Dogma87 님과 비슷했는데요.
제가 지식 타일들로 얻는 추가 점수가 많아서 승리했습니다.
 
게임 도중에 딸기 님이 추가로 얻는 수입이나 효과, 중간 점수계산 등을 안 챙기고 멀뚱멀뚱 계셔서
초반엔 Dogma87 님과 제가 챙겨 드리면서 하다가 중반부터는 제가 안 챙겨 드린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딸기 님은
”칫! 치사해. 그런 게 어딨어요~!”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보드게임 모임에 온 사람들은 개인 시간을 들어서 일부러 나온 게이머 개인이지 보드게임 카페 직원이 아닙니다.
자기 플레이를 포기거나 자기 플레이에 지장을 주면서 남의 것을 챙겨 주는 건 어디까지나 호의지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자기 머리로 계산하고 자기 손으로 플레이해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남이 A부터 Z까지 다 해 주면 집에 돌아가서 룰은 다 잊어 버리고 재미있었던 흐릿한 기억만 남죠.
딸기 님이 게임 룰 기억을 잘 못하시는 건 그런 수동적인 자세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중반부터는 스스로 하시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끝날 때 즈음 보니 스스로 잘 하시던데요.)
 

 
 
게임에 대한 인상
딸기:
Dogma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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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번가 Fifth Avenue
 
 
물천사 님까지 4명이 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으로 의견이 모아지다가 지난 4주 동안 도전했는데 결국 못하고 5수에 도전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5번가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ㅎㅎ
대단히 죄송했던 점은 5번가를 제가 망작으로 생각해서 일 년에 1번 할까 말까여서
룰북을 읽고 제가 예전에 썼던 리뷰를 읽어 봐도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ㅠ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는 물천사 님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5번가는 직관성이 떨어집니다.
룰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한 번에 이해되지 않더라고요. ㅠ
건물이나 카드를 얻고, 어떨 때에는 점수계산이나 경매를 일으키는데요.
맨해튼 구획에 깔려 있는 상점 위치를 보고 어느 부지에 내 건물을 박아야 할지 잘 정해야 하더라고요.
내가 경매 때에 내는 카드의 색깔과 숫자가 내가 놓을 건물의 위치와 개수를 결정하는 역할을 해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망이 좋은 센트럴 파크 주변에도 상점이 계속 들어서서 그 공원에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ㅠ
 
중반 즈음 되면 상점도 건물도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는데요.
그 구획에 건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 플레이어가 그 구획을 폭파 (?) 할 수도 있습니다.
폭파를 막기 위해서 억지로 경매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 나오는데 굉장히 웃겼습니다. (살려야 한다 vs. 날려야 한다)
 
제가 설명을 완전하게 하지 못해서 하면서 룰을 잡았는데요.
끝까지 같이 해 주신 세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ㅎㅎ
 

 
 
게임에 대한 인상
딸기:
물천사:
Dogma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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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도미니언 (2판) + 도미니언: 인트리그 (2판) + 도미니언: 씨사이드 + 도미니언: 알케미 + 도미니언: 힌터랜즈 + 도미니언: 길즈 + 도미니언: 엠파이어스 Dominion (Second Edition) + Dominion: Intrigue (Second Edition) + Dominion: Seaside + Dominion: Alchemy + Dominion: Hinterlands + Dominion: Guilds + Dominion: Empires
 
 
7시 즈음에 딸기 님과 Dogma87 님이 가시고 둘만 남았습니다.
물천사 님이 늦게 오셨지만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하셔서 게임을 조금만 더 하고 모임을 끝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도미니언을 골랐습니다.
 

 
Wedding 결혼식 이벤트가 있어서 금화를 마련하기 쉽고 그래서 빅 머니가 잘 통하는 세트입니다.
게다가 Cartographer 지도제작자도 있어서 다음 핸드를 좋게 만들어 놓을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추가 구입이 없어서 속주를 먼저 찍으면 이길 확률도 높고요.
 
저는 Golem 골렘으로 엔진을 만들어서 계속 굴리려고 했는데요.
물천사 님의 빅 머니 덱이 너무 빨라서 10-15분만에 끝났을 겁니다. ㅋ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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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미니언 (2판) + 도미니언: 인트리그 (2판) + 도미니언: 씨사이드 + 도미니언: 프로스페러티 + 도미니언: 힌터랜즈 + 도미니언: 엠파이어스 + 도미니언: 녹턴 Dominion (Second Edition) + Dominion: Intrigue (Second Edition) + Dominion: Seaside + Dominion: Prosperity + Dominion: Hinterlands + Dominion: Empires + Dominion: Nocturne
 
 
두 번째 왕국 카드 세트는 덱을 빨리 줄이는 게 중요해 보였습니다.
Lookout 감시자와 Exorcist 퇴마사가 있으니까요.
Ghost Town 유령 마을이 있어서 드로우 잘 되는 엔진 만들기도 쉽습니다.
 
물천사 님은 Talisman 탈리스만으로 덱에 Vassal 봉신을 여러 장 넣고 돌리셨습니다.
저는 덱을 줄이고 퇴마사로 Imp 임프와 Ghost 유령까지 얻어서 덱에 넣었습니다.
유령 마을이 5장이 있으니 핸드가 풍족했고요.
Margrave 후작으로 드로우도 하고 물천사 님의 핸드를 때렸습니다.
Overlord 대군주가 있으니 비용이 5원 이하인 원하는 액션 카드로 변할 수 있어서 임프와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중반까지 대군주가 Minion 하수인으로 변신하면서 돈을 벌거나 핸드를 돌려서 속주를 구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반엔 물천사 님이 하수인 더미를 바닥내셔서 제 대군주들이 돈을 만들지 못해서 금화를 사서 덱에 넣어야 했습니다.
덱이 돌아가는 차이가 커서 제가 승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네요. ㅎ
 

 
 
 
 
게임에 대한 인상
물천사:
skeil:
 
 
 
 
돌아오는, 2019년의 첫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