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23년2023. 3. 22. 07:00
관문 게임
 
보드게임 동호회에서 활동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이도를 계속 올리게 됩니다.
예전엔 어려웠던 게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할 만한 게임으로 느껴지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비(非)게이머인 가족이나 친구와 나 사이에서 큰 간극이 생긴 것을 모르고
그들에게 어려운 게임을 권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나한테는 쉬운데...?'
보드게임 동호회를 통해서 성장한 나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제법 큰 격차가 있죠.
 
그럴 때에는 내 착각에서 벗어나고 내 욕심을 내려 놓고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보드게임의 세계에서 아직 걸음마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라톤 풀 코스를 뛰라고 하면
(확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업용" 게임이라는 은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두뇌를 워밍업하면서 살살 끌어올릴 수 있는 게임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 것에 대해, 저는 대중성과 게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고전 게임들을 사용하는 편인데요.
보드게임긱에서 투표수를 내림차순으로 정렬하면 좋은 후보자들이 상위에 나타납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누구나 쉽게 배워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장점을 가진 것입니다.
좋은 게임은 그것이 좋게 쓰일 상황이 더 자주 있을 테니까요.
 
 
 
 
1. 아르낙의 잊힌 폐허들 Lost Ruins of Arnak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8.1 | 투표수 33,207 | 웨이트 2.90
 
 
제가 아르낙의 잊힌 폐허들 영어판을 구입했지만 프로모 카드들을 다 모은 기념으로 가져가 봤습니다.
작년 6월에 제197회 모임에서 그 게임을 한글판으로 했었는데,
틀리게 한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규칙을 다 잡고 제대로 플레이하고 싶었습니다.
 
이날에 세이토 님과 에테르 님까지 셋이서 플레이했습니다.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요.
세이토 님은 수호자를 열고 공포를 받지만 카드를 추방하면서 덱 관리를 하셨고요.
에테르 님은 지난 번에 카드를 구입하지 않아서 졌다라고 판단하셔서
분노의 카드 구입 플레이를 하셨습니다.
저는 연구 트랙을 쭉쭉 올리면서 했는데요.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케일 에테르 세이토
연구 23 + 2 6 + 4 16 + 4
사원 - - -
우상 10 12 12
수호자 5 5 -
카드 12 26 11
공포 -1 -3 -
총점 51 50 43
 
제가 51점, 에테르 님 50점, 세이토 님 43점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두 번째 하는 건데요.
수호자를 두려워 해서 장소를 열지 않아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수호자와 맞짱 뜨면서 대담한 플레이를 하고 싶네요. ㅎㅎ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에테르:
skeil:
 
 
 
 
2. 토레스 Torres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1 | 투표수 9,425 | 웨이트 2.86
 
 
다음으로 제가 가져간 토레스를 했습니다.
가면 삼부작인 티칼, 자바 (신판 제목은 쿠스코), 멕시카의 배다른 형제 같은 게임이 토레스죠.
저는 구판을 가지고 있는데, 신판에 비해서 시각적으로 더 예쁜 느낌이 듭니다. ㅎ
 
긱에서 검색해 보면 이 게임은 추상 전략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테마가 없지는 않은데 정말 얇게 코팅한 느낌이긴 하죠.
추상 전략 게임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특징을 가져서
사용한 액션 포인트를 세는 것을 제외하면 말 없이 건조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은 가면 삼부작에 비해 훨씬 더 3차원 게임이어서
공간지각력이 떨어지면 엄청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액션 포인트 메카닉 또한 고통...
 
호불호가 갈릴 요소들을 여럿 가지고 있지만
저는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성이 올라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거든요.
 
이날엔 제가 처음 해 보는 마스터 카드가 걸려서
성의 높이보다 플레이에 있는 기사의 위치가 더 중요했습니다.
각 페이즈가 종료된 후에 보드에서 대각선 상에 있는 자신의 기사마다
추가 점수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서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어야 하고
게임 종료 시에 대각선 상에 자신의 기사들을 놓도록 판을 설계해야 했습니다.
 
제가 설계한 게 잘 되어서 추가 점수를 정말 잘 챙겨 먹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에테르:
skeil:
 
 
 
 
3. 산 마르코 San Marco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2 | 투표수 4,423 | 웨이트 2.68
 
 
다음은 제가 가져간 영향력 게임, 산 마르코를 했습니다.
토레스와 비교하면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2명씩이라는 거, 퍼블리셔가 라벤스부르거라는 거...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아트워크 담당자가 같다는 겁니다. ㅎ
미술기법 중에 콜라주라는 게 있는데요.
종이나 헝겊을 찢어서 붙이는 방식인데, 이 두 게임 모두 그 방식으로 구현되었죠.
그래서 시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산 마르코는 쉽고 직관적인 영향력 게임인데요.
세 번의 절을 진행하는 동안에 분배자의 고뇌가 재미의 핵심입니다.
여기에서 절은 노래에서 1절, 2절의 그 절입니다. 뇌절은 금지
각 절은 여러 라운드 동안 진행되는데요.
분배자가 미리 정해진 만큼의 행동 카드와 제한 카드를 가져와서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 더미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각 더미에는 카드가 최소 1장은 있어야 하는데요.
분배가 끝나면 첫 번째 선택자가 원하는 더미를 가져가고,
그 다음에 두 번째 선택자가 남은 더미들 중에 원하는 더미를 가져가고,
마지막에 남은 것을 분배자가 가져가게 됩니다. ㅎ
그래서 분배자가 가능하다면 고르게 주려고 고민하죠.
 
제한 카드는 계속 누적되다가 라운드가 종료되었을 때에
누군가가 제한 카드의 숫자 총합이 10 이상이 되면
그 사람은 그 절에서 빠지게 됩니다.
남은 사람이 둘 이상이면 남은 사람들끼리 한 라운드만 더 합니다.
카드 더미를 가져올 때에 일반적으로 그 더미에 행동 카드가 포함되기 때문에
한 라운드를 빠진다는 것은 페널티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진짜 좋은 더미를 선택했어야죠. ㅎ
 
추가 라운드까지 하고도 제한 카드 숫자 총합이 10이 안 되는 플레이어들은
추가 점수를 얻고요.
단독으로 제한 카드 숫자 총합이 가장 적으면 추방 1회 보너스도 얻습니다.
추방은 행동 카드에도 있는데요.
그걸 실행하는 플레이어는 실행할 지역을 고르고 주사위를 굴립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영향력 큐브를 주사위의 결과만큼 제거합니다.
대체로 상대의 것들을 제거하지만 제거해야 할 개수가 그래도 남으면
자신의 것을 제거해야 합니다. ㅠㅠ
 
이날은 추방에서 '1'이 몇 번 나와서 실패~~~~ ㅋㅋ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에테르:
skeil:
 
 
 
 
4. 카탄 Catan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1 | 투표수 118,218 | 웨이트 2.30
 
 
제가 가져간 게임을 다 해서 모임 장소에 있는 게임을 했습니다.
세이토 님과 에테르 님이 영업용 게임들을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탄을 알려 드렸습니다.
 
초반부터 개발 카드를 엄청 구입했는데요.
이상하게 저한테 승점 카드가 계속 들어와서...;;;
 
점수가 엎치락 뒤치락 했습니다만
제가 마을과 도시로 6점이 되었을 때에 승점 카드 4장을 공개해서... ㅋㅋ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에테르:
skeil:
 
 
 
 
5. 카르카손 Carcassonne
 
긱정보 (2023년 3월 22일 기준)
평점 7.4 | 투표수 118,390 | 웨이트 1.90
 
 
다음으로 카탄에 비빌 수 있는 다른 '카' 게임, 카르카손을 했습니다.
메카닉이 엄청 단순하고, 비게이머들이 보기에 그림 맞추기로 보여서
하찮은 게임으로 여겨질 수 있죠.
하지만 이 게임도 전략 게임처럼 빡게임이 가능합니다.
저는 우연히 PC판으로 A.I.들과 하며 개빡치면서
카르카손의 진짜 재미에 눈을 뜨게 되었거든요. ㅋㅋ
 
이 게임은 영향력 요소가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이 뭔가를 크게 만들고 있으면 옆에 비슷한 걸 만들어서
남의 것을 호로록 빼앗아 먹는 재미도 있고요.
남이 만들고 있는 것에 딴지를 걸어서 완성되지 않도록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미플 개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 저기 놓다 보면 회수가 안 되어서 나중에 점수를 얻을 기회를 잃게 됩니다.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에 미완성 성은 점수가 반토막이지만 미완성 길은 점수를 다 받으니까
남이 성을 만들면 길이 있는 타일을 가까이 대서 완성 안 되게 하는 게 개꿀잼이죠. ㅋㅋ
 
카르카손은 처음 보면 세상 착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겪어 보면 진짜 악마 같은 게임입니다. ㅎㅎ
 

 
 
게임에 대한 호불호
세이토:
에테르:
skeil:
 
 
 
 
돌아오는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