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모임 후기/2023년2023. 11. 8. 07:00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한국어판 게임만 구입하시는 분들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만
영어판을 주로 구입하는 제가 봤을 때에 한국어판 게임의 가격이 대체적으로 저렴합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어판과 외국어판을 동일선 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게
원 퍼블리셔는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시키지만
한국어판을 내는 회사는 그 비용 대신에 번역 비용을 넣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제품이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냐,
같은 공장에서 만든다고 하더라도 같은 품질의 재료를 쓰느냐,
공장에서 해당 국가까지 배송료가 같냐까지도 따져 봐야 할 겁니다.
 
게다가 한국 회사들은 출시 특가라는 걸 해서
출시되자 마자 일정 기간 동안 굉장히 싼 (혹은 그렇게 보이는) 가격으로 판매를 합니다.
매년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보드게임 박람회들에서는
그 출시 특가와 맞먹는 할인율로 게이머들을 유혹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 보드게임 업계에 뛰어드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어서
한국어판으로 나오는 게임의 수도 계속 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지 소비자가 구입하기에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한국의 보드게임 시장이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소비를 해 줄 수 있을까입니다.
디지털 게임과 다르게, 보드게임은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합니다.
보드게임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집이라는 공간 자체도 하나의 자원으로 보이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보드게이머의 집은 보드게임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집이 정말 커서 보드게임을 아무리 채워 넣어도 공간이 남는 분들이라면 이런 고민을 안 하시겠습니다만
공간이 어느 정도 차면 있던 보드게임을 내 보내야 합니다.
그것들의 치열한 현장이 바로 중고장터죠.
중고장터를 보면 매일 보던 게임들이 계속 올라옵니다.
 

 
저 게임들도 한때는 누군가에겐 열렬히 구입하고 싶던 것이었겠죠?
아니면 가격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거나요.
 
보드게임을 사는 건 쉬운데 파는 게 참 어렵습니다.
아니, 안 팔릴 게임으로 한정해야 할까요?
 
페스타를 앞두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안 팔릴 게임들을 그대들은 어떻게 팔 것인가'
라고요.
 
 
 
 
1. 르 아브르 Le Havre
 
긱정보 (2023년 11월 8일 기준)
평점 7.9 | 투표수 30,809 | 웨이트 3.72
 
 
첫 번째 게임은 제가 간절히 원한 르 아브르 3인플이었습니다.
저희 모임에서 르 아브르를 2인플로 여러 번 전파했습니다만
2인플과 3인플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다소 더 오래 걸리더라도 3인플을 원했었죠. ㅎ
이번에는 루시퍼 님이 가지고 계신 르 아브르 한글판을 가져 오셔서
제가 가져갈 짐이 많이 줄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
 
저는 에테르 님이 르 아브르를 저와 하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규칙을 설명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3인으로 하면 2인일 때에 나오지 않는 건물 카드들이 추가됩니다.
저는 2인에 익숙해서 플레이하면서 그런 건물 카드들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초반부터 벽돌과 철을 주는 건물도 있고,
부두도 하나 더 나와서 2인일 때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ㅠ
루시퍼 님이 저보다 한 발씩 앞서서 벽돌, 석탄, 철 등을 가져가셔서
제가 계속 막혔습니다. ㅠ
 
열여덟 라운드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막판에 해운회사에 판매할 행동 하나가 부족해서 쫄딱 망해 버렸습니다.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루시퍼 스케일 에테르
건물 74 90 66
선박 36 28 30
추가 점수 6 - -
프랑 109 9 37
부채 - - -
총점 225 127 133
 

 
 
게임에 대한 호불호
에테르:
Lucifer:
skeil:
 
 
 
 
2. 산 후안 (2판) San Juan (Second Edition)
 
긱정보 (2023년 11월 8일 기준)
평점 7.5 | 투표수 7,159 | 웨이트 2.08
 
 
다음으로 루시퍼 님이 원하셨던 산 후안을 했습니다.
고전 명작인 푸에르토 리코의 카드 게임 버전이죠.
이제 판본이 세 가지인가 그런데요.
카드 효과가 일부 패치된 두 번째 판본으로 가져갔습니다.
 
푸에르토 리코나 산 후안, 유사한 게임인 레이스 포 더 갤럭시에서 중요한 게
남이 내가 원하는 걸 앞서서 해 주는 겁니다.
특히 생산이요. (푸에르토 리코에서는 이주민을 놓게 하는 행동도요.)
 
루시퍼 님이 초반부터 생산 체제를 갖추셨는데,
적절하게 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져서 카드 드로우를 많이 하시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생산과 판매에 맞는 도시 건물까지 갖추셔서 더 잘 되셨죠.
옆에서 (에테르 님이) 계속 밀어 준다고 하셨는데 부러웠습니다. ㅠㅠ
 
저는 없는 살림에 예배당에 꼬박꼬박 기부를 하면서 추가 점수를 벌었습니다.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에테르 루시퍼 스케일
건물 18 18 9
예배당 - - 8
6원 건물 - 9 6
궁전 - - -
총점 18 27 23
 

 
 
게임에 대한 호불호
에테르:
Lucifer:
skeil:
 
 
 
 
3. 태양신 라 Ra
 
긱정보 (2023년 11월 8일 기준)
평점 7.6 | 투표수 23,738 | 웨이트 2.34
 
 
세 번째 게임은 에테르 님이 요청하신 태양신 라입니다.
제가 모임에 굉장히 자주 가져간 게임이죠.
 
첫 번째 시대에서는 제가 완전히 망했습니다.
혼자 남아서 대박을 노렸으나 '라'가 딱 뜨면서 시대가 종료되어 버렸고요.
파라오도 가장 적고 문명도 없고 해서 감점을 받았죠.
 
두 번째 시대에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파라오가 가장 적어서 또 마이너스...
이때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점수가 총 13점인가 그랬습니다. ㅠㅠ
 
하지만 마지막 시대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ㅋ
범람도 먹고 문명도 4종이나 모으고, 기념물을 7종까지 모았거든요.
제가 초중반까지 워낙에 점수가 낮아서 졌다고 생각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다시 계산해 보니까 1점 차이로 역전했더라고요! ㅎㅎ
 
3시대에 몰려 나온 신 타일을 잘 써서 체리 피킹을 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
에테르:
Lucifer:
skeil:
 
 
 
 
4. 이노베이션 딜럭스 Innovation Deluxe
 
긱정보 (2023년 11월 8일 기준)
평점 8.4 | 투표수 796 | 웨이트 3.05
 
 
다음으로 에테르 님이 요청하셨지만
에테르 님도 좋아하고 루시퍼 님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이노베이션을 했습니다.
두 분 다 이 게임에 익숙해지셔서 설명 없이 바로 플레이에 들어갔습니다.
 
초반에 석축이 잡혀서 일부러 드로우를 많이 하면서
"기념물" 특별 업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바퀴로 드로우를 2장씩 하다가 마지막에 루시퍼 님에게 빼앗겨서 위험할 뻔 했네요. ㅋ
 
중반에 요구 도그마로 열심히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빌드업도 했고요.
 
후반이 되니까 슬슬 종료 각이 보였습니다.
저는 쥐어 짜면서 업적을 4장이나 얻어서 한 장만 더 모으면 승리였습니다만
고시대 카드가 적어서 두 분에게 밀리고 있었습니다.
루시퍼 님이 핵분열로 핵 단추를 누르려고 하셨으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체킹할 카드가 시대 덱에 남아 있지 않아서
핵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네요. ㅋ
 
결국 10시대가 넘는 드로우가 일어나서
루시퍼 님이 점수로 승리하셨습니다.
 

 
 
게임에 대한 호불호
에테르:
Lucifer:
skeil:
 
 
 
 
5. 할러타우 Hallertau
 
긱정보 (2023년 11월 8일 기준)
평점 7.9 | 투표수 5,214 | 웨이트 3.30
 
 
마지막 게임은 루시퍼 님이 원하셨던 할러타우였습니다.
루시퍼 님이 제 집에 놀러 오셨을 때에 한 번 알려 드렸는데,
그때에 재미있게 하셔서 다시 해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규칙을 다시 익히려고 게임 진열장에서 할러타우를 꺼냈는데
갑자기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이 게임 엄청 무거운데 어떻게 들고 가지...'
다행히 아침에 루시퍼 님이 근처까지 차를 가지고 오셔서 할러타우를 저를 태워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게임도 아그리콜라를 만든 우베 아저씨의 수확 시리즈답게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합니다만
조금씩 나눠서 수확하지 않고 한 번에 뭉텅이로 뽑아 버립니다. ㅎㄷㄷ
대신에 밭에 지력 개념이 있어서
밭을 놀리면 지력이 올라가고, 작물을 계속 심으면 지력이 내려가죠.
지력에 해당하는 레벨만큼 작물이 생산되기 때문에
밭을 적절하게 돌려 가며 써야 하죠.
그리고 또 하나, 양이 있는데 이 녀석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사 (?)해서
얘네들을 살리려면 생명 연장 행동을 해야 합니다.
양들은 새끼를 낳지 않고 양유(羊乳)만 자동 생산하는데요.
행동 칸을 통해서 양유를 양으로 바꿔 올 수는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생산되는 여러 자원을 소비해서 마을 회관을 쭉쭉 밀어야 합니다.
왜 마을 회관을 밀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래야 합니다. (좋~~~았어! 여응~차!)
마을 회관 앞에는 여러 건물이 있는데, 그것이 앞으로 가야 마을 회관도 따라서 앞으로 밀리는데요.
각 건물에는 앞으로 밀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각 건물은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합니다...
이 각 건물 앞에는 돌덩이들이 막고 있는데,
그 돌도 앞으로 밀려면 도구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턴에 행동 포인트처럼 나눠 쓸 수 있는 일꾼을 받는데요.
그 일꾼을 써서 행동 칸에 들어가거나 도구로 변환합니다.
 
5라운드로 기억하는데요.
에테르 님이 무려 일꾼 7개를 한 방에 털어서 도구 7개로 바꾸셨습니다.
저렇게까지 무리하면서 하셔야 하나 루시퍼 님과 제가 걱정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에테르 님이 그렇게 얻은 도구들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건물을 쭉쭉 잘 밀어내시더라고요.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루시퍼 스케일 에테르
마을 회관 34 18 34 + 15
3 7 1
보석 - - -
밭, 물건, 도구 5 (29) 6 (30) 1 (8)
카드 44 26 22
총점 86 57 73
 

 
 
게임에 대한 호불호
에테르:
Lucifer:
skeil:
 
 
 
 
돌아오는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Posted by Mounted Cl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