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 룰을 아~십니까~?
지난 주에 보드라이프에서 "부정적인 리뷰"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그때 게시판에 몇 자 써보려다가 보기보다 복잡할 수 있는 문제여서 한발짝 물러나 있었습니다. (실제론 노느라;;;)
일주일 정도 지나서 떡밥이 많이 식었지만,
6년째 정기적으로 리뷰를 쓰는 리뷰어 입장에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우리가 종종 혼용하기도 하는데요.
게임에 대한 후기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게임 자체의 상품성이나 게임성에 대해 평가하는 review 리뷰,
나머지는 자신이 그 게임을 어떻게 진행했는가에 대해 썰을 푸는 session report 세션 리포트 (모임 기록)입니다.
(* 보드게임긱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표기했습니다.)
이 중에 유저들이 많이 읽고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 리뷰입니다.
리뷰도 하나의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쉽지만 글을 "잘"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재능을 타고 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연습을 통해 터득합니다.
다행히 인터넷 상에 보드게임 리뷰가 많이 있고, 잘 작성된 리뷰를 참조해서 따라 쓰거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작성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크게 두 가지 시각에서 평가되어야 합니다.
위에서도 살짝 얘기했는데, 상품성과 게임성이 그것이죠.
게임은 누군가가 디자인하고, 누군가가 그리고, 또 누군가가 생산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돈을 지불하고 그것의 최종 형태를 구입을 합니다.
평가자들은 그 게임의 재질은 무엇이고 품질은 어떻고, 그림은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이 적당한지"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면에서, 게임에 운과 전략 중 어떤 쪽의 비중이 더 큰지,
반복적으로 할 만 한 게임인지,
완전히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어떤 게임과 비슷한지 등도 얘기할 수 있겠죠.
제가 뭔가 하나 빠뜨린 것 같은데, 찾으셨나요?
"재미"입니다.
재미는 아무래도 상품성보다는 게임성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요소들과 다르게 재미라는 것은 철저하게 평가자 개인의 취향에 좌우됩니다.
어찌됐건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그 게임이 재미있냐, 없냐?"
는 평가자가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요소라고 봅니다.
한 개인이 글을 통해서 완전히 중립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주위에서 중립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도 억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는 있잖아요?)
그 사람에게 욕할 게 아니라 재미는 주관적 요소라는 걸 독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아시다시피, 미국의 유명 보드게임 리뷰어인 Tom Vasel 씨가 한 게임을 혹평하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보였다가
공개 사과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게임에도 팬이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리뷰를 "누가" 쓰는가"입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 (해외에서는 포럼이라고 하죠)에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이런 궁금증이 생겨야겠죠?
"사람들은 왜 (리뷰처럼 긴) 글을 쓰지 않을까요?"
위에서도 얘기했 듯이, 글은 잘 쓰는 게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긴 글을 쓰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술은 없더라도 글은 쓸 수 있지만 시간이 없다면 절대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저도 글을 꾸준하게 쓰는 편인데,
모임 후기 한 편 쓰는 데에 3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마이 리틀 도미니언"이나 "반지의 전쟁을 글로 배웠습니다" 연재 같은 경우는
한 편 써서 올리는 데에 5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진보다 텍스트 위주로 쓰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있고,
읽고 쓰고 고치고 이런 작업들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렇 듯, 글쓰기에는 시간과 노오오오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 듯이 쉽게 쉽게, 빨리 빨리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이 게임에 대해 리뷰를 써야겠어!"
라고 마음을 먹었다면 한 개인이 그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했거나,
또는 (저처럼) 정기적으로 리뷰를 쓰는 사람한테 소재로서 하나가 걸려든 것일 겁니다.
자,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결론을 내겠습니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굳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서
부정적인 리뷰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거.)
그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한 번이라도 더 하거나 그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를 쓰는 게 더 낫죠.
그러면 후로 전문 리뷰어는 어떨까요?
유명인이 아닐 때에는 자신의 의견 피력이 자유롭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 한 업계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사람이라면 말과 행동에 제약 아닌 제약이 걸립니다.
보드게임 산업도 출판산업이기 때문에 퍼블리셔들은 리뷰어 카피를 준비해 놓고
유명하거나 자신들과 가깝게 지내는 리뷰어들에게 보내주고 평가를 기다립니다.
리뷰의 독자들의 반응도 있지만,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퍼블리셔들과의 관계도 리뷰어의 태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죠.
제가 알기로는 보드게임긱에서 리뷰를 쓰면 바로 등록이 되지 않고 관리자의 승인 후에 게시가 됩니다.
별 건 아니지만 보드게임긱에 이미지나 파일을 올렸을 때보다 리뷰를 작성했을 때에 긱골드를 더 받습니다.
리뷰 하나에 들어가는 작성자의 자원 (시간, 노력)을 실제 돈은 아니지만 긱골드로써 인정을 해주는 것이겠죠.
그리고 리뷰는 파급력이 크므로 그만큼 더 신중하게 작성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게 아닐까요?
32회가 있는 주말에 모임이 두 번 열렸습니다.
한 주에 모임 후기를 두 번 쓰는 게 힘드네요. ㅠ (그러니까 짧게 써!!)
지난 주에는 새로운 분이 오셨습니다.
서울 개봉에서 모임을 하고 계신 뜨오오오 님 ("오"자가 몇 갠지 헷갈렸습니다;;;).
다들 늦으시는 것 같아서 뜨오오오 님께 4시 넘어서 오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제가 갑자기 오전 일이 취소되는 바람에 검은고양이 카페에 일찍 도착해 버렸습니다.
할 게 없었는데 검은고양이 카페 매니저 님이랑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나눠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계는 보고 있었죠. ㅡㅅㅡ;;)
4시가 조금 지나자 물천사 님이 가장 빨리 오셨습니다.
그래서 두 명이니까...
1. 도미니언: 인트리그 Dominion: Intrigue
도오오오미니언!
기본판은 너무 많이 했으니 인트리그로.
액션 부스팅 해주는 카드도 없고 좋은 캔트립 카드도 없어서 엔진은 안 될 것 같았습니다만...
Minion 하수인 (미니언)이 있네요?!
그럼 된 겁니다. ㅋ
제가 오죽하면 "Dominion (도미니언)"은 "Do Minion (미니언을 해라)"라고 했겠습니까.
하수인을 빨리 가려면 핸드에 5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은화나 Bridge 다리를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요.
액션이 박한 경기이기 때문에 터미널 카드를 신중하게 골라야 합니다.
액션을 잡아 먹으니까요.
저는 은화 2개, 물천사 님은 은화 1개와 다리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물천사 님은 5원이 되자마자 Upgrade 개선부터 구입했을 겁니다.
물론 하수인이 좋지만 중반부터 하수인끼리 붙이려면 초반부터 저효율 카드들을 없애놔야 합니다.
동화를 제거하고 사유지는 은화로 바꿔놔야죠.
개선을 아마도 2장 돌리면서 덱을 압축했던 것 같고요.
하수인은 거의 5 : 5로 가져갔을 겁니다.
저는 은화 몇 개를 4원짜리 다리로 바꾸고 (다리가 필요해서 그런 건 아니고 5원짜리까지 올리기 위해서 선택한 겁니다)
그걸 또 개선으로 바꾸고 그걸 또 Harem 하렘으로 바꿨습니다.
하렘이 2원의 가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2점이 중요했습니다.
속주를 4 : 4로 가져갔을 때에 나머지 승점을 하렘으로 채우려는 것이었죠.
덱이 얇아서 빠른 시점에 8원이 만들어져서 속주를 달렸습니다.
나중에 개선으로 5원짜리로 바꿀 때에 Saboteur 파괴공작원 1장을 선택했는데,
이걸로 물천사 님의 속주를 깨서 점수를 낮추거나,
하수인을 깨서 하수인 엔진을 무너뜨릴 생각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속주 1장 깼던 것 같네요. ^^;;
거의 끝나갈 때 즈음에 뜨오오오 님이 오셨고요.
속주 차이 때문에 제가 승리했을 겁니다.
공작령 - 공작 러시를 안 한 이유는
물천사 님이 파괴공작원을 선택하셨을 경우에 공작령과 공작 중에 어느 한쪽 비율이 깨져 버리면
그 전략이 실패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속주로 갔습니다.
2. 몰타의 관문 + 몰타의 관문: 특별한 카드들 Die Portale von Molthar + Die Portale von Molthar: Sonderkarten
에피아. 님이 늦으신다고 하셔서 (우리는 늦으면 버리는데...?)
시간 때우기로 가벼운 게임을 했습니다.
물천사 님이 프로모 카드까지 가져오셔서 섞어서 했습니다.
소원의 식탁은 제가 잘못 알고 1장만 버리고 채우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4장 모두 버리고 다시 채우는 거라고 합니다.
훨씬 강력한 건데 물천사 님께 죄송하네요. ㅠㅠ (어쩐지 0점이더라...;;;)
다이아몬드 붙여서 아무 숫자로 쓰는 건 맞게 했습니다.
드워프 아재들과 날아오르는 주작의 도움을 받아서 잘 풀렸습니다.
신데렐라 요정 할매 4점이 컸네요. ㅎ
3. 테라포밍 마스 Terraforming Mars
에피아. 님이 오셔서 바로 테라포밍에 들어갔습니다.
모두가 룰을 알고 있어서 바로 시작했고요.
이번엔 각자 기업을 선택해서 했습니다.
에피아. 님은 나무 7개로 숲 만드는 기업이고,
저는 20원 이상의 카드를 플레이하거나 프로젝트 할 때에 4원 돌려받는 기업. (별로 안 좋던데... ㅠㅠ)
마침 핸드에 비싼 카드들이 많이 들어와서 능력을 써보긴 했는데...
그 사이에 다른 분들은 저렴한 카드를 여러 장 내리면서 발전하더라고요. ㅠ
이미 누가 어떤 마일스톤에 들어가실지 정해진 듯 한... (안 될 거야, 아마 난... ㅠㅠ)
이날 멍멍이 (또 멍멍이가 ㅠㅠ)를 정말 빨리 내려서
마커를 12개나 올려봤습니다.
거의 끝날 때 즈음에 돈이 많아서 도시를 건설하려고 했는데,
물천사 님이 끝내버리셔서... ㅠㅠ
카드 점수로만 25점 정도 얻었지만 마일스톤 다 놓치고
제 돈 내고 들어간 어워드에서 물천사 님이 메이저 드시는 바람에 손해가 컸습니다.
앞선 두 분과 점수가 꽤 많이 벌어졌네요.
4. 루이 14세 Louis XIV
뜨오오오 님이 적극적으로 원하셨던 루이 14세를 했습니다.
제가 여러 번 가져오려 했으나 인원이 안 맞거나 다른 게임에 밀려서 계속 못 했거든요.
이날 4명이 되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2명부터 4명까지 가능한 게임이긴 한데 해보면 4명 아니면 별로 거든요.
영향력 요소가 있어서 사람은 많아야 하고,
3명이 하면 한 명만 시작 플레이어를 2번 해야 해서 그 플레이어가 불리합니다.
첫 라운드에 약간 삐걱해서 미션을 1장밖에 못 했습니다.
완수한 미션 카드 1장이 5점이어서 이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큰 점수거든요. ㅠ
그리고 다른 분들이 영향력 카드를 추가로 얻거나 간보기 (?) 능력을 가진 미션을 완수하시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2단계에서 저만 턴을 빨리 마치고 다른 분들의 플레이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탈탈 털리며 칩을 여기 저기 빼앗겨서 힘들었습니다. ㅠ (정치에 끼려면 간잽이가 되어야 하는 건지...)
문장 칩을 많이 획득한 뜨오오오 님이 이기셨습니다.
5. 상트 페테르부르크 (2판) Saint Petersburg (Second Edtion)
뜨오오오 님이 먼저 가셔야 해서 짧은 게임을 골랐습니다.
2판 룰로 했고요.
뜨오오오 님은 대놓고 건물 러시를 하셨습니다.
저는 1라운드부터 시장 건물을 (예측해서) 잘 집어가서 시장 단계 때에 점수를 잘 빼먹으려고 했습니다.
특히, 시장 단계에서 안 싸우려고 혼자만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품 위주로 골랐습니다.
이거 덕분에 3라운드까지 점수를 잘 얻었습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린 건 영향력 높은 상품을 잡느라 시장 단계에서 수입이 적었다는 것이었죠.
4인이어서 5라운드에 (빨리) 끝날 것 같아서 이 전략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4라운드에 뜨오오오 님이 4개짜리 닭을 가져가서 놓으시는 바람에
줄곧 닭집 프렌차이즈 1위였던 스켈칡힌이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동네 상권 무너지는 소리...)
그래서 저는 4개짜리 양배추를 집어서 에피아. 님을 3위로 내리고 제가 점수를 먹었습니다. ^^;;
뜨오오오 님의 건물 러시 때문에 역전을 허용했는데요.
예상치 못 하게 건물 더미가 다 떨어지면서 4라운드가 마지막 라운드가 되었습니다.
다들 돈이 없고 핸드에 카드가 있어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돈 주는 건물을 미리 지어놔서 요걸로 귀족들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값싼 귀족들을 계속 놓은 덕분에 뜨오오오 님과 동점이었는데,
돈 3루블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이날 유지비가 있는 상품 카드 규칙을 놓고 뜨오오오 님과 의견 차가 생겨서 게임이 잠시 중단되었는데요.
일단 제가 아는 규칙으로 진행을 했고, 이 게임의 퍼블리셔인 한스 임 글뤽과 지-맨 게임즈에 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아마 직원들이 에쎈 슈필 끝나고 휴가 중일 것 같네요.)
부디 제가 알고 있던 규칙이 맞길 바라며... ^^;
뜨오오오 님이 먼저 가시고
남은 저의도 게임을 더 하려다가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맥으로 갔습니다.
개봉이면 그래도 가까운 편이니 일요일에 시간 나시면 종종 놀러와 주세요. ㅎ
돌아오는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할로윈이 다가오고 있네요?!
언집배 각?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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