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를 달아 주세요
보드게이머들이라도 서로의 취향이 분명 다릅니다.
저는 전략 게임을 선호하며, 저희 모임에도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전략 게임은 계획과 타이밍 등이 중요하며, 그것들에는 경험치가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전략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유경험자를 이기기란 무척 어렵죠.
그렇지만 모임에서 전략 게임이 선호되는 이유는 하면 할수록 우러나오는 재미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초보자의 경우에는 전략을 세우는 기술 (?)이 아직 길러지지 않아서
전략 게임에서 동등한 승부를 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동등한 재미를 느끼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게임을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중반 즈음 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 게임에 대한 재미가 급격하게 떨어질 겁니다.
최근에는 크고 작은 보드게임 모임이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초보자 모임"이라고 대놓고 드러내는 곳도 있죠.
유경험자에게 휘둘리는 위험요소 없이, 초보자들끼리 서로 배워가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그런 모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보자면, 유경험자들이 아는 노하우, 팁, 전략 등을 초보자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그 게임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포함합니다.
전략 게임들이 점점 복잡해져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첫인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죠.
저는 게임을 좁고 깊게 파는 타입입니다. (시쳇말로 고인물이라고 할까요?)
좋아하는 게임들, 그리고 명성이 있는 게임들은 최소 10번은 하려고 노력합니다.
같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새로운 전략이나 묘수가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것을 모임 사람들하고 공유하는 걸 즐기죠.
자신이 아는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착한 마음 (?)은 보드게이머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런 것을 깨우쳤더라도 타인에게 알려줄 때에 받을 수 있는 심리적인 보상 같은 걸 느끼고 싶으니까요.
저는 위의 이유들 때문에 초보자들이 전략 게임에 대해 훈련을 할 때에는 초보자들끼리 하는 것보다는
유경험자들에게 지도를 받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보자들이 유경험자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또는 자신이 하수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타인에게 지도를 부탁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을 겁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터득하는 데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서 게임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날도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 심신이 매우 피곤했습니다. ㅠ
알람을 맞춰 놓고 잔다는 게 그냥 잠들어 버려서 모임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습니다. ㅠㅠ
1. 반지의 전쟁 (2판) War of the Ring (Second Edtion)
도착했는데 이미 30분 이상 지나 있었습니다.
실버탐 님이 세팅을 어느 정도 해 두셔서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실버탐 님이 반지의 전쟁을 이미 세 번이나 해 보셔서 (그것도 암흑군단으로만) 어느 진영으로 하실지 전날 여쭤 봤는데요.
아직은 암흑군단으로 더 연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실버탐 님이 대여섯 번 정도 하시고 자유민족을 하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게임에 대한 인상
실버탐: 상
skeil: 상
2. 르 아브르 Le Havre
제가 약 30분 지각했지만 반지의 전쟁이 빨리 끝나서 미리 짜 놨던 스케줄을 맞춘 듯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노베이션을 해야 했는데, 제가 급하게 나오느라 카드 상자를 집에 두고 와서 르 아브르를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우베의 수확 시리즈 중 하나여서 어딘가 모르게 아그리콜라나 오딘을 위한 연회, 누스피요르드 등이 떠오르는 게임이죠.
살짝 걱정되었던 부분은 실버탐 님이 아그리콜라도 많이 해 보신 편이 아니어서 르 아브르를 얼마나 빨리 적응하실까였습니다.
설명을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저는 초반에 프랑을 택해서 마을 소유의 건물을 구입해 왔습니다.
그 다음엔 제공소에서 나무를 가져오고, 흙 언덕을 가져와서 나무와 (잠재적인) 흙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건물을 이용할 때 내는 입장료, 그리고 라운드마다 내야 하는 음식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해 보였습니다.
부두를 지으려고 했는데, 실버탐 님이 먼저 건설해 가시더라고요.
이 게임에서 부두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데요.
배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건조하는가도 중요합니다.
부두를 건설하느라 실버탐 님이 자원을 소비하셔서 제가 나무 배를 먼저 건조했고요.
장터에서 가져온 석탄을 바탕으로 두 번째 나무 배도 빠르게 건조해서 음식 압박을 거의 다 덜어냈습니다.
실버탐 님은 자원은 많으셨으나 사용할 줄 모르셔서 압박에 시달리셨죠.
중반부터는 벽돌 싸움이었는데요.
제가 벽돌 공장까지 가져와서 흙 언덕과 콤보를 이루었습니다.
남는 자원으로 고급 건물들을 건설해서 후반용 기반을 다졌습니다.
실버탐 님이 석탄 주는 건물을 가져가셨으나 제가 석탄을 코크스로 바꿔주는 건물을 끊었습니다.
후반은 석탄을 코크스로 바꾸고 그렇게 마련된 큰 에너지 자원으로 자원을 변환하거나, 해운회사에서 상품을 팔아야 바니다.
나무 배 2척, 철 배 1척으로 동률을 이루자 실버탐 님이 음식의 압박에서 벗어나시고
저보다 한 발 앞서서 코크스를 만드셨습니다.
그걸로 결국 호화정기선까지 건조하셨습니다.
저도 똑같이 하려고 했는데 라운드가 부족해서 포기했고요.
대신에 그걸 건조하려던 자원들을 해운회사에 팔아서 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3번을 선적하니까 돈이 엄청 모였습니다.
부채 14원을 갚고 건물을 돈 주고 구입하고도요.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케일 | 실버탐 | |
건물 | 154 | 94 |
선박 | 10 | 52 |
추가 점수 | 마을 회관 18 은행 15 |
- |
프랑 | 51 | 32 |
부채 | - | - |
총점 | 248 | 178 |
게임에 대한 인상
실버탐: 상
skeil: 상
3. 케일러스 Caylus
실버탐 님이 댁에 일이 있으셔서 5시에 가시고, 님프 님과 물천사 님에게 바통을 넘겨 드렸습니다.
위대한 로렌초 확장을 하시려던 계획이 있었으나 제가 확장보다 기본판을 배우고 싶어했고 인원도 3명뿐이어서
님프 님이 배우고 싶어하셨던 케일러스를 골랐습니다.
물천사 님이 설명하시고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제가 성 건설에서 1개로 메이저리티를 2번 연속 차지해서 공짜 총애도 받았습니다.
저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돈 트랙을 다 올렸죠.
첫 라운드에서 제가 2원씩 내 가면서 시작 플레이어를 잡고, 여관에 들어가서 일꾼 배치 비용을 1데니얼로 고정시켰습니다.
일꾼 유지비를 줄여야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기에 초반에 그렇게 좀 무리를 한 거였고요.
첫 시기에서 총애 1개를 받을 자격만 갖추고 나서 목재 건물을 건설하는 걸로 넘어갔습니다.
저의 첫 번째 목재 건물은 돌 2개를 주는 건물이었습니다.
이걸 선택한 이유는 중립 건물에 있는 돌 1개 주는 건물을 덮어서 제 건물로 점수를 뽑아 먹을 생각이었죠.
그리고 나중에 두 번째 목재 건물로 변호사 사무실을 지었습니다.
그걸 통해서 건설할 수 있는 주거지가 수입을 올려주고 명성 건물을 놓을 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었죠.
두 번째 시기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했습니다.
마창시합장에서 얻는 총애도 가급적이면 돈을 찍었고요.
제가 총 3번 성을 건설했는데, 세 번 모두 메이저리티 보너스도 획득했습니다.
돈이 여유 있을 때에만 총애로 점수를 선택했네요.
중반에 주거지를 올려서 돌 건물을 막고, 석재 건물로 돈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건물을 건설했습니다.
두 번째 시기가 끝날 때에 점수와 돈 트랙을 다 올려서 점수에서 크게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시기에서는 금을 보유한 플레이어가 명성 건물을 노릴 수 있어서 타이밍을 계산해야 했습니다.
턴 순서를 앞으로 유지한 제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고요.
돈을 발라 금을 만들어 내서 총애 2개를 주는 14점짜리 명성 건물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점수에서 크게 앞서고 있어서 게임을 빨리 끝내는 게 좋다고 판단하여 부집행관을 앞으로 당겨서 후다닥 끝내 버렸습니다.
처음 하신 님프 님이 중반까지 헤매셨던 것, 그리고 총애 트랙에서 돈보다 점수를 선택해서 쥐어짜는 플레이를 하셨던 것,
세 번째로 꼴찌인데 2등이셨던 물천사 님을 대신해서 저를 견제하시느라 (돈이 부족하여) 반 라운드를 날리셨던 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케일러스를 하시면서 숨 막힌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는데요.
저도 케일러스를 처음 배웠을 때에 인상이 너무 안 좋게 박혀서 수 년 동안 멀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터랙션이 강하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는 게임이어서 그런 불호를 느껴시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상
님프: 하
물천사: 상
skeil: 상
4. 테라포밍 마스 Terraforming Mars
이날의 마지막 게임으로 테라포밍 마스를 선택했습니다.
지난 번에 제가 어렵다는 기업들 중 하나로 해서 앓는 소리를 하면서 견제를 거의 안 받고 역전승을 했는데요.
이제 다른 분들에게 내성이 생겨서 (?) 그런 게 이젠 안 통할 걸로 예상했습니다.
저는 어렵다는 다른 기업 (인벤트릭스?)를 하고 싶었지만 물천사 님이 무조건 랜덤으로 준다고 하셨고요.
제가 받은 타르시스와 UNMI 중에 후자를 골랐습니다. (고난의 길로 가즈아~!!)
물천사 님은 대놓고 이기고 싶다고 에코라인을 선택하셨습니다.
님프 님은 터랙터였습니다.
집에서 연습을 해 오지 못해서 물천사 님의 도움을 조금 받았습니다.
일반 프로젝트로 온도를 올리는 게 가장 좋지만 저는 카드 뽑는 욕심 때문에 바다 타일을 놓으면서 TR을 올렸습니다.
세대마다 1번, TR을 올렸다면 3MC를 내고 TR을 1칸 올리는 게 가능한 효과를 가진 기업인데요.
중반까지 빼 먹지 않고 다 했습니다.
덕분에 게임 끝날 때까지 TR에서 가장 앞섰습니다.
물천사 님의 에코라인은 화성을 술과 도시로 덮었습니다.
후반에 제가 돈이 남아돌았을 때에 돈으로 도시를 박아서 에코라인을 견제했어야 했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카드를 내리는 데에만 몰두해서 놓치는 게 많았습니다.
님프 님은 미생물 관련 카드를 많이 내리셨고, 카드 비용을 깎아주는 효과들이 여럿 있었는데요.
테라포밍 지수에서 크게 앞선 저, 그리고 녹지와 도시에서 크게 앞선 물천사 님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바다 타일을 중반에 다 떨어졌지만 온도를 올리는 것을 많이 하지 않아서 게임이 무려 15세대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처음으로 100점을 돌파해 봤네요. ㅋ
최종 점수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케일 UNMI |
물천사 에코라인 |
님 프 터랙터 |
|
테라포밍 | 57 | 38 | 39 |
기업상 | 9 | 5 | 7 |
업적 | 5 | 10 | - |
녹지 + 도시 | 7 + 6 | 19 + 26 | 2 + 12 |
카드 | 28 | 28 | 31 |
총점 | 112 | 126 | 91 |
게임에 대한 인상
님프: 상
물천사: 상
skeil: 상
추석 연휴 중에는 쉬고 그 다음 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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